하이텔 ‘게제동’을 아시나요?

일반입력 :2012/07/21 22:47    수정: 2012/07/22 16:28

전하나 기자

넥슨이 투자한 게임 벤처기업 플라스콘의 차경묵 대표. 1998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그는 하이텔 ‘게제동’ 회원이었다. 어렸던 탓에 주요 멤버로 활동하기 보다는 주로 ‘눈팅’만 했다. 하지만 그때 보고 들었던 것은 그를 고교 졸업 후 바로 게임 개발에 뛰어들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게제동은 ‘게임제작자동호회’의 준말이다. 차 대표는 “지금도 현역으로 업계에 있는 스타개발자들이 그 동호회에선 친근한 이웃집 형들처럼 보였다”고 회상했다.

KTH가 최근 포털 사이트 파란의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면서 1992년부터 20년간 명맥을 이어오던 하이텔부터 전해져 오던 동호회 150여개도 문을 닫게 됐다.

게제동은 이 중에서도 하이텔 시절, 가장 활발한 동호회 중 하나였다. ‘라그나로크’를 만든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 ‘마비노기’를 만든 김동건 넥슨 본부장 등이 게제동에서 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차 대표는 “요즘도 가끔씩 게제동에 들어가면 옛날에 개발자들이 올린 인디 게임들이나 게시글을 보면서 추억을 곱씹을 수 있었는데 모든 게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했다.

하이텔에는 게제동 외에도 상당한 내공을 보유한 회원들이 활약한 동호회들이 많았다. 이중에서도 ‘하이텔 문학관’은 아마추어 작가들에겐 등용문으로 유명작가들에겐 온라인 창작 공간의 원형 역할을 했다. 한때는 하루 평균 1천여명의 이용자가 1천5백회 가까이 접속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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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는 현재 이메일·블로그 등의 자료를 포털 다음으로 옮기는 이전 신청을 받고 있다. 오는 31일이면 하이텔은 완전히 소멸된다.

이와 관련 누리꾼들은 “90년대 나의 20대 흔적이 사라진다고 하니 서글프다” ” 텍스트 기반이니 다해봐야 데이터가 몇 기가도 안될 텐데 보존 안하는 게 아쉽다” “비즈니스 현실은 사용자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는구나” “고생해서라도 데이터 옮겨서 보관해둬야겠다” 등 아쉬움을 표현한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