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근무지는 법원?

일반입력 :2012/06/03 07:06    수정: 2012/06/03 07:07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CEO는 괴짜로 통한다. 데이터베이스(DB) 최강 기업의 괴짜 CEO는 최근 근무지를 법원으로 옮긴 듯하다. 구글, HP, SAP 등 업계 경쟁사들과 벌이는 송사에 법원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구글과 자바 저작권 특허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래리 엘리슨 CEO는 이달 HP와 아이태니엄 소송을 이유로 법정에 선다. 또한 이달 18일부터 시작하는 SAP와 소송을 위해 법원에 출석한다.

오라클은 IT업계에 법정 소송을 즐기는 회사다. 혹자는 회사 조직 중 법무 관련 인원이 가장 많을 것이라 보기도 할 정도. 승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단순히 돈을 받아내려는 목적도 있지만 오라클은 전략적 수단으로 법적 분쟁을 활용한다. SAP, HP 등 경쟁사를 흔들고 자사 사업의 전환기로 삼는다. 법무법인 오라클이라 부르는 건 어떨까 싶다.

■‘구글 vs. 오라클’ 법정에 선 두 명의 래리

지난해 오라클은 구글에 자바 기술과 관련된 특허와 지적재산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초 시작된 공판은 뜨거운 관심속에 시작됐다. 첫 공판일 래리 엘리슨과 래리 페이지 구글 CEO가 모두 증인으로 출석하며 화제를 모았다.

오라클이 구글에게 받아내려던 최대 배상 규모는 처음 61억달러였다. 이는 준비과정에서 10억달러로 축소됐고, 법원은 실제 재판을 진행하며 오라클이 받아낼 수 있는 최대 배상 규모를 15만달러로 제한했다.

5월31일 윌리엄 앨섭 판사는 결국 오라클과 구글간 주요 쟁점이었던 '자바API 37개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여부'와 '자바VM 관련 기술특허 침해여부'를 모두 무효화했다. 오라클이 주장했던 모든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이것으로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1차 소송은 구글의 완승, 오라클의 완패로 끝났다.

오라클이 승복할 거라 보는 이는 적다. 2010년 11월 2억7천만달러란 배상금을 SAP에게 받을 수 있도록 했던 법원의 승소판결에 만족하지 않고 항소한 오라클이다.

법원의 판결날 래리 엘리슨 CEO는 올씽스디지털스의 D10 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이 자리서 구글과 소송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승리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HP vs. 오라클’ 아이태니엄 CPU 소송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HP와 소송전에서 래리 엘리슨의 입장은 피고측이다. 작년 3월 오라클은 인텔 아이태니엄 CPU에 대한 SW 지원중단을 발표했는데, 아이태니엄으로 유닉스 서버를 만들어온 HP가 오라클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출석일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라클과 HP의 소송전에는 래리 엘리슨 CEO를 비롯해 현 오라클 사장이자 전직 HP CEO인 마크 허드, HP와 SAP의 CEO를 거쳐 무직상태인 레오 아포테커, 인텔의 폴 오텔리니 CEO 등이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오라클은 인텔이 아이태니엄 CPU를 단종할 계획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SW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HP는 오라클이 하드웨어 사업을 띄우기 위해 부도덕한 방법을 쓰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오라클과 HP 사이에 맺어진 아이태니엄 SW지원 협력에 대한 약속을 깨뜨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래리 엘리슨 CEO가 법정에 출석하면, 인텔 측으로부터 아이태니엄 CPU 단종 계획을 전달받은 사실을 증언할 전망이다. 또한, HP 내부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인텔의 단종계획을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 허드 사장선임에 대한 HP와 다툼에서 어떻게 합의했는지, 왜 법적 효력이 없는지 증언하게 된다.

‘마크 허드 합의’라 불리는 이 합의는 “마크 허드의 이직 후에도 HP와 오라클은 시스템과 SW사업 협력을 지속하며, 오라클은 HP 유닉스에 대한 SW개발을 지속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AP vs. 오라클’ ERP 전쟁

오라클은 지난 2010년 자사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SW업체 투모로나우 때문에 13억달러 손실을 입었다며 이 회사를 사들인 SAP를 고소했다. 이 재판은 SAP의 투모로나우 인수 당시 보유한 오라클 기술지원문서와 SW코드 일부 등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법원은 SAP가 오라클에 배상금 2억7천200만달러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오라클은 만족하지 않았다. 당초 예상액의 5분의 1 수준인 배상금이 적다는 이유다. 결국 올해 항소에 나섰다.

이달 18일 시작되는 이 재판에도 래리 엘리슨은 증인으로 출석한다. 오라클의 공동 회장이었던 찰스 필립스 인포 CEO, 빌 맥더모트 SAP 공동 CEO 등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래리 엘리슨의 증언은 여러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오라클의 역사와 사업 영역, 유지보수 매출, 오라클이 입은 피해 등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이 문제삼은 투모로나우 사건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사는 피플소프트, 시벨, JD에드워드 등 오라클이 인수한 SW업체 제품에 대해 더 저렴한 기술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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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당시 투모로나우 회사 직원들이 자사 웹사이트에 무단 접속해 기술지원 문서와 SW 1만건 이상을 빼돌렸다면서 2008년 투모로나우를 인수한 SAP를 고소했다. 오라클은 20억달러를 요구했다.

오라클은 지난 2010년 11월 재판 당시 HP CEO로 막 자리를 옮긴 레오 아포테커 전 SAP CEO를 증인으로 소환하려 시도했다. 투모로나우 인수에 관여했던 SAP 세일즈부문 총괄 임원 출신이라는 이유였다. 레오 아포테커를 법정에 소환하려던 줄기찬 오라클의 노력은 지난해 9월 HP가 아포테커를 해임하면서 불발됐다. 새로운 소송에도 레오 아포테커는 비디오 녹화로 증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