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팀쿡 담판...무슨 말 오갈까?

일반입력 :2012/05/21 13:20    수정: 2012/05/21 13:45

남혜현 기자

지난 1년간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이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수장이 오늘 얼굴을 맞댄다. 법원 명령에 의한 만남이지만, 화해를 전제로 했다.

20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21일(현지시각)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예정된 삼성전자-애플 CEO간 만남에 관심이 쏠렸다.

관련 업계는 양사 CEO 만남이 곧바로 소송 취하 등 극적 합의로 이어질 것이라곤 예측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어느 한 쪽에 유리한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선, 누구 하나의 양보를 전제로 한 합의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번 만남이 법원의 명령에 의한 의무방어라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다.

그러나 CEO 간 대화는 분명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호간 가장 큰 협력사라는 점에서 싸움 확전은 양 측 모두에 반갑지 않다. 이번 만남이 양사의 특허 전쟁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삼성과 애플의 비즈니스 관계가 긴밀하다면서 두 CEO의 만남은 양 회사 경영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특허 분쟁이 쓸데없이 확전되지 않고 통제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애플 미국 소송, 어떻게 진행 돼 왔나?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서 소송으로 맞붙은 건 지난해 4월이 처음이다. 먼저 소송을 건 곳은 애플. 애플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자사 사용자환경(UI)과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새너제이 법원에 제소했다.

애플이 부품 최대 고객사라는 점 때문에 그간 입을 다물어오던 삼성도 미국선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애플의 아이폰과 이이패드가 자사 통신표준과 상용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에 반소했다.

싸움은 올해들어 확전됐다. 애플은 삼성전자 갤럭시 넥서스 등 새로운 제품을 상용 특허 침해로 추가 제소 했다. 삼성전자 역시 통신표준과 상용 특허 침해를 이유로 아이폰, 아이패드 외에 애플TV와 맥킨토시 컴퓨터까지 소송을 걸었다.

나는 전쟁보다 해결을 훨씬 더 선호한다며 삼성전자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들어선 날카로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외신들은 애플이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법원에 낸 소명서에 양사가 재판을 준비하는 동안 삼성전자가 계속해 카피캣(모방품) 제품을 팔아 스마트폰 판매 세계 1위에 올랐다며 삼성전자의 지적재산권 침해로 인한 손실이 수십억달러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명서는 삼성전자와 특허 소송이 오는 7월 30일에는 개시돼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제출됐다. 최지성 부회장과 합의를 위한 만남을 갖기 직전에 제출한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만남 전 기싸움의 일부로 풀이될 수도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애플의 주장이 삼성전자의 성장을 견제한 것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했다. 애플이 시장 경쟁에서 삼성을 이기기 어려워지니까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은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총 9개국에서 진행 중이다. 모든 나라의 법원들은 제품 판매 금지에 대해선 원고 측 주장을 대부분 기각했지만, 정작 본안 소송인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양사 화해 가능성은?

최근 미국 법원의 판례는 애플에 유리하게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14일 미국 법원은 애플의 태블릿 디자인 특허가 유효성이 있다고 판단, 재심리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산호세 법원이 삼성 스마트폰과 갤럭시탭에 대한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과 관련해 항소법원이 태블릿 관련 디자인 특허 1건의 유효성을 재심리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결정이 갤럭시탭 판매금지 가처분으로 풀이될까 즉각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면서도 법원 판결은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 유효성에 한정된 것일 뿐,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두 CEO 만남에 앞서 해당 판결이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해석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와 관련 정우성 변리사는 (법원의 재심 결정이) 애플엔 좋은 소식이지만 삼성엔 안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애플에 유리한 국면은 맞지만, 그러나 삼성의 디자인 특허 침해가 제품을 판매 금지 시킬 정도로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로열티 협상 부문도 이번 CEO 만남에서 다뤄지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쟁점인 상호간 특허 침해 여부가 판별이 난 후에야 로열티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허 침해를 다루는 본안 소송은 양사 CEO가 합의를 진행한 후인, 오는 7월 30일 경 재개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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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7월 재개될 본안 소송이 장기전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빠르면 재판 시작 후 3개월이면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험적으로 이와 유사한 소송들이 장기전으로 가기 보단, 단기간 내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도 가능한 빨리 최종판결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판결을 맡은 루시 고 캘리포니아 지방법원 판사는 최근 두 회사에 소송 범위를 가능한 축소시킬 것을 주문했다. 배심원이 이해하기 쉽게 소송을 정리해야 재판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