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콘텐츠 꿰는 '편집 장난감' 아시나요

에디토이 창립자 겸 개발자, 김국현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2/04/06 08:13    수정: 2012/04/06 11:47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공간에서 이슈가 나올때 이뤄지는 논의와 결론은 쌓이기보단 흘러가버린다. 출처도 없이 나도는 여러 버전의 '총정리'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여러 사람들을 잇는 동시에 깊은 대화로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두 얼굴을 가진 게다. 이때문에 가만 두면 흘러가버릴 많은 얘깃거리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도록 도와줄 뭔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사람을 끌어들이나 얕은 소통에 그치는 SNS를 보완해보려는 시도에 힘이 실리고 관심이 쏠린다.

이런 바람이 지난 2월 중순께 시작된 소셜큐레이션플랫폼 '에디토이(editoy.com)를 낳았다. '만화가 겸 IT칼럼니스트 겸 개발자'인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가 서비스 '개발자 겸 창립자'다. 그는 에디토이를 준비하느라 10년간 손을 놨던 코딩을 다시 시작했다. 그 즈음인 지난해 9월 전 직장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도 퇴사했다. 단지 SNS 생태계에 끼어들 서비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즉흥성과 실시간성에 치우친 온라인 콘텐츠 생태계를 다른 방향으로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지난 3일 찾아간 그의 사무실에서 그의 구체적인 아쉬움과 앞으로의 기대를 들어볼 수 있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모든 게 너무나 쉽게 흘러가 버린다는 거예요. SNS들이 세상에서 물고늘어져야만 하는 생각과 얘깃거리를 붙잡도록 못 도와주지요. 내용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총정리가 안 된다든지, 하더라도 출처표기가 안돼 역추적을 통한 확인이 어렵거든요. 에디토이는 이렇게 조각난 일들을 재구성해 더 잘 유통되게 해보자는 서비스죠. 재구성한 조각을 제공한 사람들도 나중에 이어진 대화에 불러들일 수 있고요.

간단히 말해 에디토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공개된 정보나 타인의 생각과 흔적을 출처와 함께 가져온 뒤 쉽게 자기 의견을 덧붙일 수 있도록 돕는 글쓰기 서비스다. '소셜 큐레이션 플랫폼'을 자처했지만 유행을 타느라 나온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먼저 준비됐다. 서비스를 간단히 요약하기 위해 '큐레이션'이란 표현을 썼지만 국내에 큐레이션이란 낱말을 유행시킨 서비스 '핀터레스트'와는 첫눈에도 서비스 성격이나 사용법이 좀 달라 보였다. 사실 핀터레스트나 유사서비스가 나오면서 큐레이션이란 표현이 유행중인데 서비스를 구상한 시점은 더 앞섰다고 한다.

■베끼기보단 적절한 인용을

사용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계정만으로 서비스에 가입해 글과 그림과 영상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자기 글을 쓰면서 다른 웹사이트의 글 문단, 사진 일부분, 동영상, 동적인 데이터 영역을 삽입할 수 있다. 즉 '큐레이션' 기능이다. 특이한 점은 이 때 작성 도구 자체가 정당한 인용과 출처표기 기능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남의 그림이나 글 전체를 베껴오는 것은 자동으로 막힌다. 작성도구에서 지원되는 기능이 어디까지나 현행법상 정당한 '인용'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뭐든 한꺼번에 긁어올 수 있는 다른 큐레이션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점인 듯하다. 다만 페이스북에서 콘텐츠 검색할 때 영문자와는 달리 한글 처리가 불규칙하게 오류를 낸다든지, 온라인뉴스 두어곳에서 가져오기가 안되는 등 일부 사이트의 서비스 구조문제로 인용이 안 될 때도 있다고 한다. 에디토이 기능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에디토이로 일반적인 블로그나 유튜브, 플리커, 페이스북 그룹 같은 웹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가 큐레이션 될 수 있어요. (마우스 우클릭, 복사하기 등을 막아 놓은) 네이버블로그도 '오려내기' 기능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지원 영역을 늘리려고 노력중이에요. 트위터 타임라인이나 페이스북 그룹의 메시지같은 소셜 콘텐츠를 인용하면 그 인용 당사자에게도 알려주게 돼요. 자연스럽게 다른 곳에서 벌어진 논의에 참여할 수 있죠. 여느 콘텐츠 툴이나 큐레이션 서비스보다 필요한 기능뿐아니라 '잔재미'를 담기 위해 노력했죠.

그래선지 커뮤니티 특성도 투입됐다. 이용자들에겐 활동 이력에 따라 평판점수를 나타내는 '하트(♡)'와 사이트 안에서 어떤 성과를 기념하는 '토이'가 쌓인다. 하트는 찬성이나 반대같은 독자의 반응을 숫자로 모으는 지표인데 모을수록 가능한 행동이 늘어난다. 토이는 글이 일정횟수 이상 추천받았을 때, 관심글로 등록됐을 때 등 상황에 따라 수십가지가 주어진다. '글쓰기와 커뮤니티'하면 왠지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 블로그를 연상시키는데, 김 대표는 정말 블로그 얘길 꺼냈다.

■쉽게 쓰고 되새기면, 편집이 곧 유통

사람들이 처음 글을 쓸 때 마주치는 어려움을 저도 알기 때문에 그걸 줄여줄 방법을 생각하게 됐죠. 백지에 완전히 새로 써나가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간단히 살을 붙여 글을 쓰는 식으로요. 소셜네트워크를 오가는 사람 100명가운데 1명정도가 아무것도 없이 글을 쓴다고 하면, 에디토이같은 툴이 있을 땐 100명에 10명정도가 글을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었죠. 블로그같은 느낌으로 즐기면서 쓰되 편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죠.

요컨대 소셜네트워크에서 부족했던 '이슈에 대한 되새김질'을 위해 '편집(edit)에 장난감(toy)같은 재미'를 가미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 뉴스 등 한시적이고 일회적으로 유통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도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편집의 대중화를 통해 어쩌면 기존 저널리즘의 생태계를 훨씬 살찌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다.

뉴스란 존재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이걸 바라보는 관점은 SNS에서 잠깐 나타났다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묻혀버리죠. 이런 다양한 시각을 드러낼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생태계에 활력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이게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자극이 되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에요. 이런 방식의 저널리즘도 가능하다고 보여주는 거죠.

이같은 희망은 김 대표가 개발자인 동시에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이자 웹툰을 그리는 만화가라는 콘텐츠 생산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에디토이같은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되새겨보는 흐름이 온라인에서의 콘텐츠 유통 생태계를 더 키워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점심후 출근 저녁전 퇴근, 완벽한 인생

인터뷰 내내 김 대표는 말투와 인상에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를 만나러 간 작업실과는 대조적이라 오히려 진지해 보였다. 김 대표는 향후 서비스 운영과 활성화에 대해 낙관했다. 문을 연지 1개월 반밖에 안 됐으니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당장은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좋아해 준다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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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공간은 컴퓨터 한 대, 모니터와 키보드를 놓을 책상 하나, 그 앞에 앉을 의자 하나, 앉을 사람이 드나들 자리가 전부였다. 파티션은 커녕 벽 대신 책장을 세워 경계를 만든 작은 규모다. 스스로 가난하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느긋해 보였다.

아직 수익모델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진 않아요. 지금은 개발이나 운영 비용도 감당할만한 수준입니다. MS에 있을 때보다 가난하다는 것만 빼면 완벽한 인생이에요. 일하는 시간도 집에서 점심 먹고 출근해서 저녁 먹기 전에 돌아가는 식이에요. 서비스 사용자 규모가 확 늘게 돼서 사람을 뽑든지 하더라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