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ACC]장영재 카이스트 "빅데이터, 경영을 과학으로"

일반입력 :2012/02/15 10:49    수정: 2012/02/15 11:00

빅데이터 분석과 대응 시나리오가 기업의 직접적인 비용절감과 매출증대를 위한 선결요건으로 떠올랐다. 경영자들은 실시간 리포팅과 분석에 더해 데이터 기반 예측과 이에 따른 결과지향적 운영 시나리오를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제시됐다.

빅데이터 패러다임은 과거 정보가 없어 못했던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를 이제 모두 얻을 수 있게 됐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런 데이터는 새로운 경영방식을 요구합니다. 그게 없던 시절엔 경험과 상식이 운영의 핵심이었죠. 다른 근거가 희박했으니까요. 때때로 데이터를 빠뜨린 경험과 상식은 본질을 찾기에 걸림돌이 됩니다.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7회 어드밴스드 컴퓨팅 컨퍼런스(ACC) 기조연설자로 나선 카이스트 장영재 교수는 '과학적 경영'을 화두로 빅데이터 환경이 기업들에게 기존과 어떻게 다른 비즈니스 환경을 야기했는지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가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지적하기 위해 든 사례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그 야구팀 '오클랜드 어슬래틱스'다. 이 팀은 지난 2002년 당시 리그 최저 팀 연봉 4천100만달러를 기록하며 부자 구단이었던 뉴욕 양키스의 1억2천500만달러와 대조를 보였을뿐 아니라 예산 부족으로 우수선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이유로 만성적인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그런데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와 통계학과를 졸업한 폴 디포데스타를 영입해 전혀 다른 관점의 데이터 분석과 작전 운영을 함으로써 두드러진 경기력 향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기반의 경영이 예의 메이저리그 야구단에서 상식밖의 선수기용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개인 타율, 타점, 도루율보다는 장타율, 출루율이 팀의 승률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타자의 능력이 팀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능력이란 발견도 있었죠. 통계적으로, 희생 번트는 더 많은 점수를 낼 수 있는 기대치를 떨어뜨릴 정도로 우리의 직관과 어긋납니다. 통념이나 경험이 때로는 본질을 통찰하는 데 장애요소로 작용한다는 겁니다.

그에 따르면 빅데이터 패러다임은 기업들이 기존 수행해온 시장 동향 인식, 분석, 예측 활동과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실시간성을 강화했고 직접적인 이윤창출과 구체적 운영방안 마련을 목표로 두게 만드는 방향으로 데이터 활용의 초점이 옮아갔다는 설명이다. 경영 관점에서 학술적 개념으로 데이터 크기, 처리속도, 다양성 측면에서 빅데이터를 분류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원하는 데이터를 만들어 분석할 수 있는 응용능력을 중시했다. 과거 반도체공정의 수율을 높이기 위해 수행했던 데이터 분석 경험을 예로 들었다. 6개월간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로 반도체공정을 개선해 수십억원대 장비 증설 계획을 철회하고 그만한 생산성 향상을 거둔 사례였다.

또 현재 과거에 비해 규모와 상품 종류가 훨씬 방대해진 대형마트에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장 이용자들의 장바구니 물건을 분석해 해당 제품 매출을 2배로 늘린 연구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지금은 원하는 데이터를 다 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직접적인 운영 목표, 매출 향상이라는 결과를 내기 위한 행동으로 분석을 수행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패션브랜드 자라의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을 예로 들었다. 이 회사는 시즌장 4천여종을 생산하는 일반 패션브랜드와 달리 시즌당 1만1천여종의 상품을 생산한다. 그럼에도 적절한 생산량, 매장 투입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조건 역시 예측과 구체적 운영을 수행 가능한 빅데이터 패러다임 덕분이라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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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과거 모든 의사결정이 제한된 데이터 환경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었지만 이제 우리가 원하는 의사결정 데이터를 모두 갖췄다는 전제가 빅데이터 패러다임이라며 새로운 데이터 정보, 자원을 이해하고 패러다임을 이해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새로운 사회를 맞는 중요한 자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빅데이터 패러다임 안에서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위해 수행한 데이터 분석의 관점은 과거와 3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이는 ▲시점상 이미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보다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며 ▲현상을 파악한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에 나서는 게 아니라 직접적인 비용절감과 매출 증대를 목표로 결과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찾아야 하고 ▲통계에 기반한 예측 대신 구체화된 운영안과 계획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예측을 활용하는 것으로 요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