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공공API 활용, 개발자들 '아쉽다'

일반입력 :2012/02/09 15:43    수정: 2012/02/10 08:41

흩어진 공공정보를 모아 개발자들이 오픈API 형태로 쓰도록 제공하는 '공유자원포털' 사이트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사이트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데다 실제 제공되는 API도 부족하고 쓰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웹서비스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 환경에서 공공정보 API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유자원포털(http://www.data.go.kr/)은 행정, 공공기관이 활동하며 수집, 보유하게 된 데이터베이스(DB) 자료들을 소프트웨어(SW) 형태나 데이터 또는 그 소재정보로 제공하는 웹사이트다. 정부가 지난 2010년 6월초 문을 연 '공공정보활용지원센터' 보유DB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창구로 지난해 열렸다.

공유자원포털상의 '서비스(API) 제공통계'에 따르면 9일 기준으로 제공되는 API항목은 총 191가지다. 이가운데 민간사업자 제공정보를 제외하면 133가지다. 제공 기관과 사업자 명단에 농림수산식품부(33가지), NHN(27가지), 다음커뮤니케이션(18가지), 행정안전부(15가지), 한국정보화진흥원(10가지), 서울시(9가지)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현황은 해외 오픈API 사이트 프로그래머블웹(http://www.programmableweb.com/)에서 접할 수 있는 오픈API 5천39가지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이 사이트는 영미권 정부의 공공정보뿐아니라 해외서 공개된 API목록을 주제어, 분야, 제공사업자, 데이터형식, 전송기술, 공개시기 등으로 구분해 찾을 수 있도록 꾸몄다.

공유자원포털이 열린지 1년이 되도록 200건도 채 안 되는 API만을 제공하는 배경은 초기 개장시 수집한 API 이외 신규 자원 통합관리나 타 기관 정보를 확충하는 등 더딘 후속조치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측에 따르면 공유자원포털에서 미처 소개, 제공되지 않는 자료라도 공공정보활용지원센터에 존재할 수 있다. 또 공유자원포털이 API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 않는 대신 이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NIA 관계자는 사이트가 열린지 오래지 않아 제공되는 서비스 내역이 아직 충분치 않은 점이 있다며 제공 API를 확충하기 위해 각 기관들과 협의를 계속하는 한편 올해 추가할 공유자원내역들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관 오픈API 제공...개발자들 그런게 있었나?

현재 공공기관들은 공유자원포털을 통해 공공취업정보, 식품안전정보, 보육정보, 기상정보, 교통정보 등을 오픈API로 제공한다. 외부 개발자들이 스마트폰 앱이나 모바일웹 개발 등에 활용케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앱과 웹을 다루는 개발자들은 이같은 사이트가 존재하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지난 8일 앱개발사 소셜앤모바일의 박성서 대표는 정부가 공공정보 오픈API를 모아서 제공한다는 것은 물론이고 공유자원포털이란 사이트가 있다는 것도 몰랐던 일이라며 안드로이드펍 커뮤니티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펍은 박 대표가 운영해온 안드로이드 단말기 사용자와 앱개발자용 커뮤니티다. 확인 결과 전체 게시물 가운데 공유자원포털에 관한 문의가 지난해 11월께 단 1건 올라왔을 뿐, 이를 활용중이거나 경험한 사례에 대해 언급한 글은 한차례도 게재되지 않았다.

질문을 올린 사람은 공유자원포털 안에서 서울권내 실시간 버스 도착정보를 찾았으나 못 구했기에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고자 했다. 통합 검색 성능이 떨어져 원하는API를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관별 분류를 선택해 서울시 제공내역을 열면 교통정보 API를 찾을 수 있지만 이는 어느 기관이 무슨 정보를 제공하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경우다. 이 경우 공유자원포털로 가느니 차라리 해당 기관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는 게 더 간편하다.

이밖에 현업 개발자들이 참석하는 웹표준이나 웹기술 전문 커뮤니티와 막 코딩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모인 일반인 커뮤니티, 어느쪽이든 상황은 비슷했다.

한 벤처업체 대표는 공공정보를 활용한 앱개발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해당 API를 구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관광명소 문화재와 음식점, 숙박업소 등의 위치정보를 포함한 지역관광DB를 원했다. 공유자원포털에서는 API가 아닌 데이터 소재정보만, 그나마 일부 지역에 대해 제공중이다.

그는 한국관광공사 웹사이트(api.visitkorea.or.kr)에서 관광지역내 이용가능한 시설과 코스별 문화재에 대한 좌표 정보를 제공하는데 과거엔 그 DB를 API로 개방하지 않았다며 공공기관들이 보유 데이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보다는 과도하게 보호하려는 경향이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4월부터 투어API라는 관광DB를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공유자원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또 신청조건이 까다롭고 약관상 제한이 많으며 실제 적용시 기술적인 불편함과 번거로움도 있다는 평가다.

■무늬만 오픈API?...무용지물 전략 위기

다행히 원하는 API가 개방돼 있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사이트를 통해 별도의 이용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공유자원포털은 API를 제공하는 해당 기관과 협의를 통해 그 이용약관을 제시하고 승인과정을 중개해 주는 곳으로도 작동한다. API 승인 요청시 그 목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써넣으라고 사이트는 안내한다. 신청 내용에 따라 승인이 거부될 수도 있다고 NIA 관계자는 밝혔다.

이는 '오픈API'라 부를만한 서비스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글로벌 서비스가운데 오픈API라 통하는 기능들은 국내 공공기관들처럼 사람이 검토후 접근을 허용하는 형식이 아니라 자동으로 인증키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유명 서비스들이 다양한 연동 앱을 파생시켜 활성화된 배경이다. 신청과정 자체에 부담을 느껴 이용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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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침내 원하는 API를 찾아 무사히 승인까지 얻었다 해도 실제 개발할 서비스나 앱에 잘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웹사이트 주소로 접근해 특정 결과값을 곧바로 되돌려주는 'REST' 방식의 API가 있는가하면 쓰기 불편하거나 특정 플랫폼이 지원할 수 없는 형태로 제공되는 API도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 모빌리스의 이규영 대표는 공유자원포털이 제공하는 API중에는 모바일브라우저 위에서도 곧바로 처리 가능한 XML 형태가 아니라 코드를 복사해 웹사이트에 삽입해서 작동하는 형태도 존재한다며 이 경우 API를 창의적으로 응용하거나 모바일웹용 서비스로 만들기 어려워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