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모든 기업, 웹접근성 '한걸음 더'

일반입력 :2011/12/30 09:58    수정: 2011/12/30 13:47

민간 기업들에게 스마트폰 '앱' 내놓기보다 중대한 사안이 다가왔다. 올해 모바일 이슈에 편승해 브랜드와 상품 홍보를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출시에 바빴던 기업들도 내후년부터 공공사이트와 같은 웹접근성 보장이 의무화돼 이에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웹접근성은 장애인과 노인 등 정보 취약 계층이 다수 이용자와 동등하게 웹을 다루고 정보에 접근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을 가리킨다. 현행법은 현재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를 넘는 민간 사업장이 웹접근성을 제공하도록 강제해왔다. 이런 의무가 오는 2013년 4월부터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된다. 포털, 대기업, 교통, 신문, 은행, 통신, 서점, 방송, 극장, 여행, 홈쇼핑 사이트 등 일반적인 기업 웹사이트를 모두 아우른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정보사회통합지원단에서 정보접근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문준기 선임연구원은 최근 내후년이면 국내 모든 기관과 기업이 의무적으로 웹접근성을 준수해야 한다며 각 해당 조직이 일상 업무와 대외활동간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법률이 그 조직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대한 접근성도 함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전면화되면

해당 시점에 전면 시행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주된 근거다. 장애가 있든지 없든지 사람들이 같은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 제공자가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2009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적용되기 시작해 해마다 단계적으로 의무 적용 대상을 늘려왔다.

이에 따라 온라인으로 제품 정보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온 모든 기업들이 현존하는 웹사이트를 개편하는 과정에 웹접근성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터넷 서비스와 웹환경의 콘텐츠 대부분이 장애를 갖지 않은 사용자 위주로 개발돼왔기 때문이다.

올초 나온 웹접근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포털, 은행 등 50개 기업이 준비중인 웹접근성 대응 수준이 공공기관에 비해 부족하고 몇몇 분야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발표를 위해 올해 진행중인 2011년 웹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주요 민간사업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얼마나 변화를 이끌어냈을지도 주목된다.

일반 기업들도 웹접근성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손을 놓고 있다간 조만간 실정법 위반에 따른 시정 명령과 함께 벌금을 무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준수하는 대상에 드는 기관이나 법인이 법률을 위반한 사례로 신고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에 나선다. 그 결과에 따라 해당 기업에 시정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사실 실제로 법을 어겼음이 확인되려면 실제 장애를 가진 사용자가 방문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해볼 수 밖에 없다.

■웹접근성 대응은 '미리, 조금씩'

그렇다고 기업들 스스로 자사 웹사이트를 소수에 불과한 장애인들이 이용할 일이 드물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을 쓰는 장애인 비율이 해마다 빠르게 늘면서, 전체 국민중 인터넷 이용률과 격차를 좁히는 추세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들이 기존 사이트를 잘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웹접근성 대응이 불필요하다는 근거가 못 된다. 오히려 이전까지는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되지 못한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웹접근성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요 대민서비스 웹사이트를 개선해왔다. 업무평가간 웹접근성 지표를 반영하는 등 공공부문 웹접근성 기반환경을 가꾸는 노력이 투입됐다. 앞서 웹접근성 기술표준을 마련해 국가표준으로 제정했고 행안부 국가정보화 기본법 32조1항에도 웹접근성 의무화를 명시했다.

이가운데 NIA는 국내 기업과 웹개발자들을 위해 웹접근성 준수를 위한 지원사업을 벌여온 기관이다. 올해 NIA는 '모바일 앱' 접근성 가이드라인을 개발했고 기존 운영해온 웹접근성 모니터링단 운영, 품질마크 인증사업, 실태조사를 지속중이다. 웹접근성 인증 품질마크는 자동화된 검증도구로 기능구현부분을 점검한 뒤 전문가 심사와 실제 장애인의 실제 활용단계를 거쳐 부여된다. 다만 품질마크를 얻었다는 것은 일반적인 웹접근성 기준을 어느정도 충족했다뿐이지 자동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가능성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다.

더불어 웹접근성 연구소는 지난 11월말 '웹접근성을 고려한 콘텐츠 제작기법 2.0'이라는 문서를 제작,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말 표준화된 '한국형 웹콘텐츠 접근성 지침(KWAG)2.0을 기준으로 NIA 정보사회통합지원단과 충북대학교 전기전자및컴퓨터공학부 등이 성신여자대학교 교육학과, 현대자동차, NHN과 KTH 소속 연구진들의 도움으로 정리한 실무 가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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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침은 장애가 있는 사용자라도 스스로 ▲모든 콘텐츠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의 용이성' ▲인터페이스 구성요소를 조작하고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운용의 용이성'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해의 용이성' ▲콘텐츠를 나중에 등장한 기술로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고성', 4가지 대원칙과 22개 검사항목, 76가지 적용기술과 58가지 잘못된 사례를 쉽게 제시하고 있다.

문서 제작에 참여한 KTH 신현석 과장은 웹접근성 준수 의무화 적용 대상인 기업들에게 29일 기존 사이트가 웹표준을 잘 따르고 CSS 기반 디자인으로 설계됐다면 접근성을 지원하기 위해 큰 규모로 개편 사업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면서 법 시행에 임박해 서둘러 일부러 사이트 구축 작업을 벌이기보다는 일상적인 유지관리 과정에 웹접근성 개념을 염두에 두고 외부 요청에 잘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두길 권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