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브로케이드, SAN 미래 놓고 '으르렁'

일반입력 :2011/12/29 10:35

스토리지 네트워크(SAN)용 스위치의 강자 브로케이드가 시스코시스템즈를 두고 2년 뒤처졌다고 깎아내렸다. 이에 시스코 임원이 발끈하고 나서 정면 반박했다. SAN의 미래를 두고 벌어진 네트워크 업체 간 자조신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2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J 마이클 메츠 시스코 파이버채널오버이더넷(FCoE) 제품책임자는 브로케이드의 16Gbps 파이버채널(FC)기술을 무용지물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올해 업계 최초로 16Gbps FC 솔루션을 출시했던 브로케이드의 기술책임자(CTO)가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했던 발언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달초 투자자 미팅에서 데이브 스티븐스 브로케이드 CTO는 “시스코는 16G FC에서 18~24개월 정도 브로케이드보다 뒤처져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16G FC 솔루션이 브로케이드 SAN 스위치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할 정도로 전통적인 FC를 16G로 전환하는 변화가 이전보다 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시스코의 마이클 메츠는 “현재 나와있는 그 어떤 스토리지도 엔드투엔드로 16Gb FC란 속도를 수용할 수 없다”라며 “FC는 FCoE에 의해 전면교체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16Gb FC는 FCoE의 사례와 기능 세트, 배포 시나리오 등을 따라잡기 위한 브로케이드의 노력”이라며 “시스코는 뒤처져 있지 않으며, 브로케이드는 고객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에 한참 먼 기술을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스코의 FCoE 제품이 FC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FC는 외장형 스토리지들을 연결하는 전용 통신프로토콜이다. 초당 기가비트급 속도와 안정성을 통해 손실없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때문에 약간의 데이터 손실도 허용하지 않는 스토리지 전용 네트워크 구축에 필수적으로 사용돼왔다.

브로케이드의 SAN 스위치는 세계적으로 점유율 1위로, 이는 유선 네트워크 제품군 중 유일하게 시스코를 제친 사례로 통한다.

시스코의 주특기인 이더넷은 트래픽 손실, 불안정성, 일부 장애시 전체 네트워크가 멈춘다는 점 등으로 스토리지 네트워크에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10Gb급 솔루션이 나오기전까지 1Gb급에 머물러 FC보다 느리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후 이더넷은 전송속도를 10G로 높이고, FC 프로토콜을 IP상에 얹어 전송하는 FCoE가 나오면서 FC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FCoE는 이더넷 케이블 내에 FC를 캡슐형태로 집어넣어 전송하는 통합I/O 기술이다. 네트워크 자체는 IP지만 FC 프로토콜 명령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이더넷, FC 등 I/O 프로토콜이 여러 종류로 나뉨에 따라 발생하는 복잡성과 비용증가를 해결한다.

FC를 사용하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연결 시 사용되는 I/O카드가 각기 다르다. 서버연결을 위해 네트워크는 이더넷 NIC카드를, 스토리지는 호스트버스어댑터(HBA) 카드를 사용한다. 카드의 개수만큼 그를 위한 케이블은 늘어난다.

서버와 스위치를 모두 판매하는 시스코는 FC 스위치보다 FCoE를 밀어붙였다. 자사의 UCS서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기 때문이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주도로 진행된 FCoE는 이더넷을 기반으로 하는 이 회사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시도다.

브로케이드는 시스코와 함께 FCoE 지원 제품을 출시한 네트워크 업체기도 하다. 때문에 같은 FCoE 주자 시스코를 비난하는 상황은 브로케이드가 이더넷에 대한 의지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준다. 속내는 FCoE의 범위를 스토리지 영역 밖에 한정하려 하는 브로케이드의 전략에 있다. 자신들의 장기인 SAN 스위치 시장을 유지하고, 신규 매출로 FCoE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시스코는 올해 멀티홉 FCoE를 출시했다. 기존 FCoE가 서버와 스토리지 사이의 연결에 머물렀다면, 멀티홉 FCoE는 스토리지 영역 내부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이는 SAN의 필요성을 완전히 없애기 때문에, 브로케이드의 SAN 솔루션은 필요없어진다.

브로케이드는 엔드투엔드 FCoE가 고객들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데이브 스티븐스는 FCoE에 대한 시스코의 투자를 ‘챔버스의 헛발질’이라 평가하면서 “FCoE는 여전히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으며, 스토리지 네트워크의 중심에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