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앵그리버드 ‘버즐’ 뜬다

일반입력 :2011/12/07 13:04    수정: 2011/12/07 13:46

전하나 기자

전세계 5억회 다운로드. ‘앵그리버드’는 현재진행형 성공신화다. 애니메이션·요리책·의류와 같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이 확장됐고 이를 만든 로비오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한다.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앵그리버드의 성공전략은 바로 ‘브랜딩’에 있다. 앵그리버드는 또 다른 앵그리버드를 낳았고 이는 스마트폰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에 담겼다. 이러한 앵그리버드의 성공스토리부터 브랜딩 전략까지 닮은 토종 게임이 있다. 국내 개발사 엔필이 만든 ‘버즐(Birzzle)’이 주인공. 새들이 3마리 이상 모이면 사라지는 방식의 퍼즐게임으로 버즈와 퍼즐을 조합한 이름이다.

게임은 올 4월 출시돼 일본, 홍콩, 태국, 싱가폴, 중국,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호주 등에서 다운로드 상위권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5월에는 아시아 지역 앱스토어 게임부문 1위 자리를 한달간이나 차지했고, 일본에선 출시 직후 앱스토어 전체 유료앱 1위에 올라 모바일 왕국을 들썩이게 했다. iOS, 안드로이드 버전을 통합해 600만 다운로드를 훌쩍 넘겼다.

그런 버즐이 최근 후속 시리즈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엔필의 유석현 디자인 이사, 윤형근 개발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버즐, 업그레이드된 후속작으로 돌아오다

앵그리버드는 때때로 변신한다. 가령 중국 추석 연휴에 맞춰 게임 속 배경과 음악을 중국풍으로 꾸미고 캐릭터가 치파오(전통 의상)를 입는 식이다. 미국에선 할로윈을 겨냥한 ‘오렌지 버드’를 내놓는가 하면 캐릭터를 상품화한 실제 코스튬을 팔기도 한다. 스스로를 변형시키면서 꾸준히 진화하는 것이 그들의 세일즈 전략인 것이다.

버즐 역시 ‘○○버즐’이 다음 목표점이다. 이달 중 나올 ‘한게임 버즐:잃어버린 깃털’은 ‘한 남자가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된 토템상을 열자 버즐들의 세계가 펼쳐지고, 이들이 잃어버린 깃털을 찾아나간다’는 스토리를 그렸다. 화면상 새들이 주인공이지만 이야기 플롯에는 인간의 모험담이 있다.

유석현 이사는 “이제부터가 진짜 버즐의 시작”이라며 “기존 버즐은 에피소드1을 내놓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엔필은 잃어버린 깃털을 시작으로 RPG, 액션, 디펜스, 레이싱 등 다양한 장르의 후속작 시리즈에 도전할 계획이다.

윤형근 이사는 “앵그리버드는 익숙한 게임 내에서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지만 버즐은 게임 하나마다 조각으로 놓고 시리즈가 완성되면 큰 그림퍼즐이 맞춰지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앵그리버드와의 차별점도 강조했다.

■든든한 브랜드 파트너, 한게임

유 이사는 “처음 버즐을 기획할 때부터 단일 타이틀로 끝낼 마음은 없었다”고 했다. 브랜드 없는 게임은 잊혀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처음부터 대박이 아닌 ‘롱런’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캐릭터성을 지닌 퍼즐 장르를 택했던 것”이라고 윤 이사가 덧붙였다.

때문에 상품화도 고려 중이다. 현재 버즐 카피 게임은 3개나 나와 있고 한 온라인 쇼핑몰에선 버즐 캐릭터가 그려진 아동용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한 개인 블로그에는 버즐 캐릭터를 본따 만든 컵케이크 사진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유통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일본과 대만에서 이와 관련한 문의를 받았고 파트너사인 한게임 역시 긍정적이다. 하지만 엔필은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게임의 콘텐츠를 좀 더 보강하고 ‘팬(fan)’층을 확보하는 일이 우선”이란 것이다. 유 이사는 “브랜드를 일부로 만드려고 하면 안될 것 같다”며 “브랜드의 지속성을 갖추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게임을 파트너사로 맞이한 이유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NHN이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커왔는지를 볼 때 이 회사가 버즐이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당연했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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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엔필은 뜨거운 오픈마켓 시장에서 또 하나의 성공사례가 됐다. 버즐이 많은 앱 개발자들에게 지표가 됐음은 물론이다.

“개발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퍼블리셔, 단순히 IP를 활용해 퍼블리싱 브랜드를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을 이야기하는 파트너를 만나야 합니다.” 갈수록 조직화되는 이 시장에서 작은 개발사가 살아남으려면 킬러 콘텐츠 확보와 동시에 전략적 가치를 같이 고민할 후원자를 찾는 일이 더없이 중요해졌다는 이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