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 사후규제 도입 첫 발 뗐지만...

방통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 개최

일반입력 :2011/11/08 18:16

정현정 기자

방송시장도 사후규제 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방송법상 금지행위 도입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7월 금지행위 등을 규정한 방송법이 개정됨에 따라 세부기준을 정한 방송법 시행령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코자 마련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신설되는 금지행위 조항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민감한 반응이다. 이에 막바지 시행령 개정 작업에 관련 조항 세부 내용을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개정하기 위해 의견을 개진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중복규제 문제나 법 조항의 모호성 문제는 집행 과정에서 사례를 축적하며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꼽힌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어떤 내용?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담았다. 우선, 방송 분쟁조정 대상을 방송사업에 관한 분쟁에서 IPTV 관련 분쟁까지 확대했다. 또,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도입에 따른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의 기준과 절차 등을 구체화하고, 경쟁상황평가위원회 구성과 시장 획정 시 고려사항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채널프로그램 제공 및 필수설비 접근 거부 ▲적정한 수익배분 거부 ▲부당하게 다른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방송 시청 방해 ▲부당한 시청자 차별 ▲이용약관에 위반하는 방송서비스 제공 ▲시청자 정보의 부당한 유용 등 6가지 금지행위의 유형을 15가지 세부유형으로 구체화했다.

방통위는 방송법 개정으로 2003년 구 방송위원회 시절부터 추진된 방송시장의 사후규제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방송시장은 통신시장과 달리 공정경쟁과 이용자이익보호를 위한 사후규제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공정경쟁 이슈나 시청자이익 저해행위가 발생해도 관련 규정이 없어 처벌이 어려웠다.

■규제근거 마련 됐지만 공정성 시비 ‘불가피’

하지만 업계에서 시행령 개정을 두고 법 조항의 모호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 향후 시행령 적용 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된다. 공정위와 중복규제 문제도 이슈다. 실제, 시행령의 개정 과정에서 공정위가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중복되는 부분의 삭제를 상당수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식 계명대 교수는 “전문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법과 시행령을 통해 규제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공정위와 중복규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위법성 판단기준과 관련해 공정위에서 방통위는 거래거절행위에 초점을 맞춰서 규제를 하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적용 과정에서 사업자 간 분쟁 발생 시 일부 조항을 두고 논란의 여지도 있다. 김찬아 한국방송협회 위원은 “금지행위 적용 대상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 설정이 필요하지만 방송법 시행령은 여전히 모호하고 과다한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방통위의 권한 남용과 자의적 판단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영진 방통위 조사기획총괄과장은 의원입법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국회 내에서 이뤄지다 보니 모호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최 과장은 “방송법 개정안의 연장선에서 시행령을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 속에서 이뤄졌다”면서 “방송법상에 시행령 등 하부 규정에 위임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아 방통위가 자의적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호성에 대한 지적은 향후 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관련 법들을 참고하며 논의를 구체화하고 사례를 축적하면서 규제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미흡한 부분이 보이기는 해도 일단 좋은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금지행위 기준 개발하는데 규제 사례가 축적되면 그것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 만큼 공정위 사례 거울 삼아 집행 통해 사례 만들어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려...케이블이 최대 피해자?

사후규제 도입을 눈 앞에 둔 사업자들도 반응은 엇갈렸다. 금지행위 조항으로 영업행위 과정에서 처벌을 받을 근거가 생기기는 했지만 사업자별로 체감격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유리한 세부조항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막판까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전망이다.

가장 민감한 곳은 케이블 업계다. 대부분의 조항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겨냥했다며 날이 섰다. 성기현 TP&NS 대표는 “금지행위의 15가지 세부유형 중 2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케이블 SO에 해당되는 내용”이라면서 “단체계약 금지 등에 있어서 수정이 있지 않으면 독약조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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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사업자들 역시 규제 체계 마련에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김찬아 한국방송협회 위원은 “금지행위 관련 규정이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 가치를 부정하거나 거래를 강제하는 도구로 사용되서는 안된다”며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업자들 간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인데 이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므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최영익 KT스카이라이프 전무는 “케이블이 공시청 설비를 독점하면서 덤핑 단체계약으로 후발사업자를 역차별하고 시청자의 매체 선택권에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면서 “과도한 저가경쟁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한 선발 사업자의 부당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