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TV, 소비자는 있어도 시청자는 없다

국산 3D 콘텐츠, 어디까지 왔나-②

일반입력 :2011/10/10 15:52    수정: 2011/10/10 17:46

남혜현 기자

아바타 이후 3D 열풍을 이끈 건 TV다. 적어도 국내 시장만 놓고 살피면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3D 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다. 최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국내서 팔린 LED TV 10대 중 9대는 3D 기능을 탑재했다. 연말까지 약 30만대의 3D TV 보급도 무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만큼 3D는 이미 소비자 곁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러나 시청자 곁은 아니다. 하드웨어는 HD급 3D기술을 구현하지만, 볼 수 있는 콘텐츠는 드물다. 3D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외산 영화와 애니메이션 DVD, 뮤직비디오 등 수십편에 불과하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TV에서 방송 콘텐츠를 보길 원한다. 3D TV를 틀면 3D 방송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과 괴리는 크다.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이 아직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MBC 제작기술국 최윤희 3D TF 팀장은 제작 여건 내에서 3D 콘텐츠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방송국 입장에서 3D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설 이유는 아직까지 없다고 설명한다. 국내 3D 돌풍이 정작 핵심인 콘텐츠가 아니라 하드웨어 판매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방송사 다큐, 한류 중심 킬러콘텐츠 제작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 일부에선 3D 콘텐츠 제작이 시도되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만큼 드라마 같은 장편 콘텐츠보다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쇼 프로그램, 스포츠 등 단발성 프로그램들이 주로 제작되고 있다.

3D 콘텐츠 제작이 가장 활발한 곳은 한국HD 방송이다. 올해 100여시간에 달하는 콘텐츠를 3D로 만들었다. 이 콘텐츠들은 현재 스카이라이프의 3D 채널인 '스카이3D'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

강성욱 한국HD방송 3D제작사업국장은 자체 제작 외에 확보한 외산 콘텐츠까지 합치면 약 300시간 정도 편성이 가능한 상태라며 아직 한 채널을 제대로 운영하기엔 모자란 수치지만 척박한 환경을 고려한다면 빠른 성장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BS 역시 다큐멘터리 '앙코르와트'에 이어 '한반도의 인류(전곡리 사람들)'과 '로마' '바빌론' 등을 3D로 제작, 기획 중에 있다. 최근 해외 시장서 '앙코르와트'가 수십만 달러에 판매된 것이 후속작 제작에 영향을 끼쳤다.

소현수 3D 슈퍼바이저는 실사 촬영을 앙코르와트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제작비용을 고려할 때, 국내 3D 콘텐츠가 실사 촬영에 집중한다면 북미나 유럽시장서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MBC와 KBS, SBS 등 지상파도 다큐멘터리, 스포츠, 드라마 예고편 등을 3D로 제작 중이다. MBC는 내달 11월, '창사 50주년 방송 체험전'에서 3D 콘텐츠 다수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하춘화 리사이틀과 드라마 계백의 예고편 등을 3D로 작업했다. 내년에는 자체 뮤지컬, 드라마 시사회 영상 등을 3D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KBS의 경우 스포츠에 강세다. 올해 열린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3D로 촬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원을 받은 과학 다큐 '태아' 역시 11월 극장 상영을 목표로 한다. 이 외에 추노, 개그콘서트, 뮤직뱅크 등을 3D로 찍었다. SBS도 슈퍼모델 선발 프로그램도 3D로 제작 중이다.

스카이3D를 제외하곤 앞서 언급된 콘텐츠들은 모두 실험방송 채널인 66번을 통해 방영된다. 해당 채널은 각 방송사들이 송출한 3D 콘텐츠를 24시간 동안 방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작된 작품 편수가 적어 재방송의 재방이 대부분이다.

최윤희 MBC 팀장은 방송장비나 제작 인력, 투자비 등 현실적 요건을 고려할 때 2D 콘텐츠처럼 제작을 많이 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제대로 된 3D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장비 투자부터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수익구조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3D 콘텐츠에 방송사가 집중 투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기업 말로만 3D말고 문제 같이 풀자

방송사들이 저마다 3D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테스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촬영장비에 제작인력 부족, 수익 불확실성 등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장병민 KBS 촬영 감독은 지상파 방송의 경우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국내 3D TV 판매량이 늘었다지만 전체 시청자수와 대비했을 때는 소수라는 설명이다.

시청 인원이 적고, 송출 채널에 제한이 있다는 점은 콘텐츠 제작에 필수적인 투자비 유치를 힘들게 한다. 3D로 만든다고 광고비를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든다고 해서 제대로 방영할 여건이 되지 않으니 방송사 입장에서 3D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어반웍스의 김정민 감독은 방송사들이 3D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 실제로 국내 촬영 인력들도 3D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송출할 채널이 없고,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는 것이 한계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D 실험채널인 66번을 올 연말까지만 운영하다는 계획이다.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 시점인 내년엔 디지털 방송을 위한 주파수 확보 문제로 3D 전용 채널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방통위는 내년부터 각 방송사들이 정규 채널을 통해 3D 방송을 송출하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전파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확정된 안은 아니지만, 내년부터는 각 방송사들이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정파 시간을 이용해 3D 방송을 송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며 다만 이는 확정되더라도 권고 사항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입장에 각 방송국들의 얼굴표정은 제각각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정부가 3D 방송의 의무비율을 지정한다고 해도 방송사들이 규정을 잘 지킬지는 의문이라며 큰 지원도 없으면서 방송사마다 한 두편씩 만들라고 하는데 이를 지키기엔 수익구조나 주파수, 장비 등 인프라 구축이 너무 안돼있다고 난색했다.

장병민 감독은 가장 이상적인 정부 지원은, 각 방송사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제작 장비와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우후죽순격 장비 투자를 막을 수 있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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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뿐만 아니다. 3D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전자업체들도 콘텐츠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성욱 국장은 일방적으로 전자업체에 콘텐츠 육성을 위한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하긴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의 경우처럼 방송국과 전자업체가 하나의 컨소시엄을 만들어 펀드 형식으로 콘텐츠 제작 활성화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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