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급격 하락세…종주국 흔들흔들

일반입력 :2011/09/19 08:02    수정: 2011/09/19 14:29

김동현

한때는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이름을 알리던 한국e스포츠가 끝없는 하락세로 인해 흔들거리고 있다. 잇따른 프로팀들의 해체는 물론 아마추어 종목의 정체 등이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대위기다.

19일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e스포츠계는 프로게임팀의 급격한 해체에 따른 대회 축소는 물론 게임전문 방송국의 몰락 및 폐업, 아마추어 및 국산종목의 정체 등으로 인해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우선 프로게임팀은 SK텔레콤 및 KT, CJ 등 대기업에 이어 공군팀 창단 등으로 지난 2007년에는 12개까지 늘어났지만, 지난 8월부터 위메이드를 시작으로 공식 발표만 되지 않았을 뿐 화승과 MBC게임까지 사실상 팀 운영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7개로 축소된 상황에서 프로리그의 존폐가 위협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e스포츠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자리매김했던 게임 전문방송국 역시 줄줄이 문을 닫을 처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개국한 MBC게임의 경우 9월부터 신규 프로그램 및 대회 제작을 중단하고 재방송을 송출하는 등 사실상 채널 전환 수순을 밟고 있어 올 연말쯤 완전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방송 온게임넷 역시 게임전문으로는 채널 유지가 어려워 중장기적으로 채널 전환 및 이종 콘텐츠 확대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프로리그의 근간인 게임 방송국의 축소로 프로리그 역시 축소는 물론 존폐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프로 e스포츠 말고도 아마추어나 국산게임 e스포츠 활동 역시 지지부진 하다는 분석이다. 문화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대통령배 전국 e스포츠대회' 역시 몇 년째 정체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스타크래프트’를 제외한 e스포츠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한때 프로야구의 인기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던 e스포츠의 이 같은 몰락은 관계자 및 정부 등 전문성 부족과 노력 및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e스포츠의 몰락에 대해 ▲프로리그의 저변 확대 및 자본 확대에 철저히 실패한 점 ▲게임 수명이 10년이 넘은 '스타크래프트' 하나에만 매달려 다른 종목을 키우지 못한 점 ▲미국의 게임 제작사인 블리자드의 허락도 없이 게임대회 중계권 수익을 올려 국제적인 지적재산권 문제까지 일으킨 점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해외에서는 '스타크래프트2'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신규 게임이 수십억 원대의 대회를 론칭하고 성공시켜 이미 e스포츠의 핵심은 외국으로 넘어간 상태란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e스포츠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코드로 설정, 각종 중장기 계획을 통해 지원을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는 못했다. 지난해 7월에는 장관이 직접 게임방송 생중계를 통해 'e스포츠2.0'이라는 계획을 발표, "대통령배 전국 e스포츠대회를 확대 개편해 새로운 e스포츠의 핵심으로 발전시키고 아마추어 양성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세부 실행 계획은 거의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전문성 및 의지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고 강 의원은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강 의원은 "결국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은 한때 최고조에 달했던 e스포츠의 인기만 믿고 안주하여 전문성과 발전 노력, 의지 등에서 한계를 드러낸 시스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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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간 e스포츠 인기를 대변했던 '임요환의 60만 팬클럽 회원'이나 '광안리 10만관중' 등은 이미 5~6여년전의 일로, 이제 e스포츠의 마케팅 효과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게임팀 축소 및 방송국 해체 등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어 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강승규 의원은 이에 대해 “e스포츠란 단순한 놀거리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한국 고유의 게임문화로,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대표하는 분야로 의미가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와 관련 분야에서 근본적이고 전문성 있는 대책과 비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