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보안관제시장 진출…보안업계 잠식?

일반입력 :2011/07/08 09:51

김희연 기자

보안관제서비스 시장을 향한 대기업들의 공습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 시작된 보안관제서비스 전문업체 신청에 삼성SDS, LG CNS, 롯데정보통신 등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사업자들이 대거 참가할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진출이 시장규모 확대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중소규모의 보안업체 죽이기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형 SI업체와의 경쟁?…'계란으로 바위치기'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수준인 국내 보안관제 전문업체들에 비해 대기업은 신용평가도부터 자본금까지 모든 객관적 지표가 유리하다.

보안관제서비스가 적용되는 프로젝트는 20~30억 규모로 덩치가 크다. 이 때문에 해당 고객사는 대형 SI업체에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즉 객관적 지표의 열세가 결국 전문 업체들의 설 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진출시 이들의 입김이 더욱 거세진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SI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경우, 기존의 악습인 '저가 입찰경쟁'이 보안관제 시장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보안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하도급 업체를 고용해 가격을 절감하는 악순환으로, 업계 전체 서비스 질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안업체 한 관계자는 수백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 보안관제 서비스 업체도 자본금 부족으로 지정업체 자격요건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다년간 쌓아온 관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영세기업들이 많아 이들이 대형SI업체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비극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전문 보안업체, 대기업 시장 진출 어떻게 보나?

대기업들의 시장진출로 보안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설 곳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보안업계의 대표격인 안철수연구소도 대기업과의 경쟁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대기업이 진입해야만 시장이 성공할 것이라는 편견이 팽배해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매우 힘든 구조라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진출하게 된다면 시장 잠식으로 인해 동반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연구소 보안관제팀 윤삼수 팀장은 대기업이 보안관제 사업에 진출하면 자금력을 앞세워 인력 빼가기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출혈 경쟁이 벌어지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보안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면서 대기업과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 간 시장 왜곡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보안관제 영역 진출보다는 상생과 동반성장에 자세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손동식 윈스테크넷 침해사고대응센터 센터장(이사)도 대기업이 보안관제 시장에 뛰어든 것은 보안SI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이사는 보안SI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보안관제는 전문기업에 하청을 주는 형태가 돼 중소 보안기업의 성장과 관제시장 확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관제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안정적인 시장경쟁을 위한 전문적인 수행능력에 전문업체 지정과 사업관련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시장 진출 고민 중... 보안업계와 협력할 것

하지만 이번 보안관제 지정업체 선정을 위해 준비 중인 대기업들의 입장은 보안업계의 그것과 시각차가 분명하다. 지금까지 전문업체 지정 참여를 준비하거나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곳은 삼성SDS, LG CNS, KTIS, 롯데정보통신, 한전 KDN 등이다.

이들 대기업은 공공부문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보안관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전체 시스템 구축을 주관하게 될 SI업체들이 전문업체 지정에서 빠질 수 없다는 분위기다. 또 각 업체가 보안 전담팀이나 부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차려진 밥상'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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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의 한 관계자는 전문업체 지정 신청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자체 보안컨설팅팀의 역량을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면서 만약 보안관제 시장에 진출한다해도 전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 상생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 CNS측도 자사 보안사업과의 연계성을 위해 보안관제 지정업체 자격요건을 검토중이라는 뜻을 비쳤다. 향후 보안시스템 구축사업이나 전체 사업수주와 관려해 보안관제 업체로 지정받는 것이 필수구비 요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