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카카오톡에 두 번째 도전장…승산은?

일반입력 :2011/06/29 11:56    수정: 2011/06/29 13:33

정윤희 기자

포털사이트의 스마트폰용 메신저 시장 재도전이 시작됐다. 네이버를 필두로 SK커뮤니케이션즈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기존 카카오톡이 점령하고 있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에 두 번째 전쟁이 예고됐다.

그동안 네이버와 SK컴즈 둘 모두 메신저 앱 시장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심플함’에 익숙해진 모바일 이용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야심차게 ‘네이버톡’을 내놨으나 잦은 오류와 네이버미, N드라이브 연동 등 다소 복잡한 기능들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현재 ‘네이버톡’의 가입자는 약 300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네이버는 유의미한 수치가 될 때까지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SK컴즈 역시 마찬가지다. 유선웹 시장의 독보적 1위 메신저 네이트온을 모바일로 옮겨 네이트온UC를 내놨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유선웹과의 연동 기능으로 사용자는 약 1천500만(업데이트 포함, SK컴즈 내부수치)에 이르지만, 네이트온UC 역시 ‘메신저앱’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2% 부족하다.

■포털發 재도전 막 올랐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메신저 시장이 고착화되지 않은 일본 시장 공략부터 시작했다. NHN재팬은 지난 21일 일본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에 네이버톡의 후속작 격인 ‘라인(LINE)’을 출시하며 카카오톡을 겨냥했다.

국내에는 내달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기존 ‘네이버톡’과 ‘라인’을 병행해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 버전 ‘라인’은 국내 앱스토어에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라인’은 무거운 기능들로 외면을 받았던 ‘네이버톡’을 타산지석 삼아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다. 전화번호 기반으로 일대일 대화, 최대 100명까지 가능한 그룹대화 등을 지원한다.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뿐만 아니라 일반 휴대폰(피처폰)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네이버 ‘라인’은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이 직접 개발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컴즈 역시 새로운 버전의 메신저 앱을 준비 중이다. 다만 네이트온UC를 업데이트 하는 방식이 될지, 따로 새로운 앱을 출시하는 방식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SK컴즈는 “이용자의 니즈와 트렌드에 맞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내달쯤에는 내부적으로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컴즈는 지난 3월 네이트온UC의 쪽지를 메신저 앱과 유사한 인터페이스의 대화형으로 바꾸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SK컴즈가 모바일 무료전화(m-VoIP)를 도입한 새로운 메신저 앱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외부에서는 ‘네이트톡’이라는 가칭까지 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쇄신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앱을 출시할 것 같다”며 “네이트온이 유선에서의 장악력이 큰 만큼, 무선 메신저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고착화된 메신저 시장, 승산은?

재도전이 시작됐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네이버 ‘라인’은 출시되자마자 카카오톡과 상당히 유사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네이버톡’과는 정반대로 기능을 줄이고 심플함과 깔끔함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는 호평을 얻었다.

게다가 메신저 앱 시장이 고착화됐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현재 카카오톡은 1천740만 가량의 이용자를 모아 2천만 가입자 돌파를 눈앞에 뒀으며, 다음 마이피플 역시 800만 이용자를 넘어섰다.

메신저 앱은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의 가입자 수는 후발 주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KT 올레톡, LG유플러스 와글 등 다양한 후발 주자들이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는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차별화를 통한 이용자 마음 사로잡기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이미 거의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을 사용 중인 상황에서, 틈새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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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다양한 후발주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면서도 “후발주자들이 네트워크 임팩트를 가지기까지 시일이 걸리는데, 그동안 카카오톡도 손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진화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카카오톡의 관심사는 경쟁자가 아닌 이용자”라며 “앞으로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