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도 앱 개발?…우리가족, 스마트폰 ‘올인’

가족 개발사 나우앱

일반입력 :2011/06/10 11:57    수정: 2011/06/10 12:25

정윤희 기자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지만 이번엔 초, 중학생?

지난달 12일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공휴일 알람’은 다양한 국내 공휴일 정보와 알람설정 기능, 놀토알람기능, 격일알람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이제 평일에 맞춰둔 알람 때문에 주말에 새벽같이 깰 일이 없게 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가족 구성원이 모두 모여 스마트폰에 ‘올인’했다는 점이다. 부부인 김성식 대표와 윤정선 매니저 외에도 두 딸 다영 양(13)과 서영 양(8)이 앱 개발에 합류했다.

가족 개발사 나우앱이 정식으로 설립된 것은 지난해다. 동갑내기 부부는 지난 1993년부터 둘 다 PC 게임회사에 다니며 손발을 맞췄다. 이후 김 대표는 모바일 플랫폼사 팬터로그에, 윤 매니저는 육아 때문에 잠시 일을 쉬었지만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다시 앱 개발에 뛰어들었다.

‘공휴일 알람’은 가족이 내놓은 세 번째 앱이다. 나우앱은 이미 지난해 박찬섭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횡스크롤 게임 ‘뱀프X1/2’, ‘손 없는 날(뱀프시계)’를 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공휴일 알람, 직장인-학부모 가려운 곳 긁다

공휴일을 설정할 수 있는 알람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윤정선 매니저가 냈다. 앱을 만들 당시만 해도 ‘놀토(노는 토요일의 준말. 초, 중, 고등학교에서 격주로 쉬는 토요일)’가 무엇인지 몰랐다던 윤 매니저는 “직접 아이를 학교에 보내보니 공휴일 알람 기능이 절실했다”고 털어놨다.

“아이폰의 약점 중 하나가 알람 기능이더라고요. 바로 여기에 사람들의 수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직장인은 출근을 하지 않는 주말에, 학교에 가지 않는 놀토에는 엄마도 아이도 조금은 늦잠을 자고 싶지 않겠어요?”

이용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앱이다보니 평가도 좋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리뷰란에도 “꼭 필요한 앱이었다”라는 호평이 대부분이다.

‘공휴일 알람’ 앱은 네 식구가 3~4개월 동안 매달린 결과물이다. 윤 매니저는 “처음 목표는 2주일이었으나 단순한 알람 앱을 넘어 음악 알림, 음성 녹음 등 다양한 기능을 넣고 싶다는 욕심 덕에 기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윤 매니저의 설명대로 해당 앱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알람음을 녹음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용자는 아이나 애인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아침에 잠을 깨는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의 공휴일 정보도 제공한다. 아이폰 캘린더에서 우리나라의 공휴일 표시가 안돼서 불편했던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가족회사 나우앱, 두 딸 덕에 ‘든든’

나우앱은 가족 회사지만 업무 분담은 확실히 돼있다. 프로그래밍은 아빠인 김성식 대표가, 기획과 매니지먼트는 엄마인 윤정선 매니저가, 그래픽 디자이너는 큰 딸 다영 양, 성우는 작은 딸 서영 양이 맡았다.

뭐니 뭐니 해도 나우앱의 든든한 저력은 두 딸 다영 양과 서영 양이다. 특히 큰 딸 다영 양은 따로 그래픽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웬만한 초보 그래픽 디자이너 수준은 된다는 것이 김 대표와 윤 매니저의 자랑이다.

“따로 저희가 다영이에게 가르치거나 학원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원래부터 미술이나 그래픽을 좋아하긴 했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서 연습하는 정도였죠. 포토샵도 혼자 만지더니 지금은 그래픽 지시만 내리면 척척 결과물을 가져와요. 저희도 놀랄 정도로요.”

나우앱의 첫 작품 ‘뱀프X1/2’의 그래픽 작업도 다영 양이 했다. 박찬섭 작가의 그림을 스마트폰용으로 옮기는 작업부터 버튼, 인터페이스 그래픽 등 추가 이미지도 모두 다영 양의 손을 거쳤다. 아직까지 최종 작업은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의 손에 맡기지만 조만간 모든 작업을 다영 양이 하는 날도 머지않았다.

“지금에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다영이가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면 그때는 엄마아빠가 스카우트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공휴일 알람’ 앱에서 정각이면 외치는 “한 시!” 목소리는 작은 딸 서영 양의 목소리다. 한글에서부터 영어, 일본어까지 거침없던 정각 알림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상당히 신통하면서도 깜찍했다. 아나운서가 꿈이라는 서영 양은 “평소에도 학교에서 발표나, 읽기 등을 할 때 생생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나우앱이 얻은 것은 가족 간의 화목이다. 다 같이 한 마음으로 협력해서 작품을 내놨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 다만 아이들이 아직 학교에 다니다보니 아무래도 학업에 지장이 있을까봐 걱정되는 것이 학부모로서의 솔직한 심정이란다.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되도록 방학 때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무리 앱 개발을 한다고 해도 공부에 지장을 주면 안 되니까요. 사실 아이들은 앱 개발 작업을 더 좋아해요.(웃음) 그래도 함께 가족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한 사람 몫을 해내니까 너무 대견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

두 딸 외에 부부도 손발이 척척이다. 부부지만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앱을 개발할 때 의견 충돌은 기본이다. 그러나 동시에 서로의 보완재 역할도 톡톡히 한다. 게임을 하더라도 김 대표는 액션 장르, 윤 매니저는 퍼즐 장르를 좋아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방대한 토론은 필수가 됐다.

김 대표는 “우리 집에서는 윤 매니저(부인)가 게임을 제일 많이 한다”며 “앱 기획을 맡고 있다 보니 항상 게임이나 앱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메모하는데, 상당히 고마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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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음 앱 개발에도 착수했다. 게임에서부터 유틸리티 등 기획된 앱 종류도 다양하다.

“이것 정말 할 만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가족들이 힘을 합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도 생겼죠. 함께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