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Seamless UX, 우아한 프로세스의 탄생

옥상훈입력 :2011/05/17 08:34

옥상훈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은 결과보다 과정의 경험을 중시하는 UX(사용자 경험) 시대에서는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TV에서는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폭풍적인 인기를 보여준 오디션 프로그램은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1등이 뽑혀지는 모든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유사한 예로 버스로 관광지로 직접 이동하지 않고 도보로 관광지로 가는 경로를 즐기는 올레길도 과정의 만족도를 높이는 사용자 경험의 예다. 과정의 만족도를 위해 고려해야할 첫 번째는 Seamless UX다.

■Seamless UX (끊김 없는 사용자 경험)

Seamless UX를 위한 첫 번째 원칙은 수단의 유지다. 교통수단을 예로 들면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가는 것이 편하게 느껴진다. 소프트웨어(SW)의 경우 입력시 키보드와 마우스를 번갈아 쓰지 않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프로세스가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세스가 끊기는 가장 흔한 예는 사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열었을 때 유료 콘텐츠라고 경고창만 보여주고 끝나는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고객의 지갑을 여는 중요한 프로세스인데 스스로 포기하는 꼴이다.

세 번째 원칙은 콘텍스트를 유지하는 것이다. 프로세스와 얼핏 유사해보이지만 콘텍스트는 사용자가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있는 작업의 흐름, 상황을 프로세스가 끝날 때 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콘텍스트를 깨는 예를 들면, 갑자기 팝업이 뜨거나 액티브엑스 설치때문에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들이다. 팝업의 경우 사용자에게 알림 내용만 보여주고 사라져도 되는 것을 사용자가 굳이 확인 버튼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만들어 놓은 것도 프로세스를 매우 성가시게 만드는 주범이다.

■생각대로 가는 프로세스

N스크린과 관련된 IT제품은 Seamless UX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끊김없는 프로세스에만 치중하는 바람에 프로세스가 비상식적으로 흘러 가는 것도 있다. 프로세스가 사람의 생각 또는 상식대로 설계되기 보다는 제품 내부의 정보나 기획자의 생각을 따라 가도록 설계한 경우들이다.

일반적으로 정보처리 작업의 경우 사람의 생각과 일치하는 프로세스는 ‘찾기-실행’의 구조로 만들어져야한다. 아이폰의 경우 앱을 삭제하는 방법을 예로 들면, 아이폰은 삭제할 앱을 찾아서 삭제하는 프로세스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폰은 삭제하기 위해 앱을 관리하는 설정화면으로 가서 앱을 찾아야하는 PC의 사용자 경험이 프로세스에 반영이 되어 있다. 이 부분은 이전에 필자가 쓴 ‘DNA부터 다른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UX’에서 언급한 부분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과거에 현금지급기의 프로세스는 돈을 받고난 후 카드를 받아가도록 되어있어 사람들이 돈만 찾고 카드를 두고 가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지금은 카드를 받고 난 다음에 돈을 찾도록 프로세스가 바뀌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생각 횟수를 줄이는 프로세스

생각하게 만들기 보다는 생각 횟수를 줄여주는 방향으로 프로세스를 디자인해야 한다. 즉 제시할 정보의 의미나 가치를 사용자 두뇌가 연산하지 않더라도 즉각 인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어떤 구급차 전면부에는 'AMBULANCE'라는 로고가 뒤집혀 있다. 언뜻 보면 잘못된 것 같지만, 도로상에서 앞에서 운전하는 사람이 백미러를 통해 'AMBULANCE'라는 글자를 쉽게 읽고 비켜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소한 배려다.

SW적으로는 사용자가 링크의 내용이나 성격, 이미지를 미리보게 해주어 사용자가 링크를 열어보는 횟수를 줄여주는 것은 두뇌뿐만 아니라 손목 건강에도 좋다.

■우아한 프로세스

우아한 프로세스는 논리적으로 다듬어진 프로세스에 재밌는 감성을 입힌 것이다. 프로세스에 감성을 입히는 첫 번째 방법은 작업의 추상화다. 이를테면 파일이 삭제되는 화면의 경우 단순히 파일이 없어지도록 하기 보다는 파일이 휴지통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작업과 작업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연결 처리다. 다른 작업을 할 때는 새로운 화면으로 바뀌는데 단순히 전화면을 안보이게 하고 새로운 화면이 나타나게 하는 것은 심심한 프로세스다. 사파리 브라우저의 설정창과 다른 브라우저의 설정창의 탭화면을 눌러보라. 사파리의 경우 설정탭 화면 크기가 다른데, 탭을 선택할 때마다 화면이 부드럽게 애니메이션 된다.

세 번째 방법은 작업 정지 또는 휴식기의 인터렉션이다. 작업이 정지되면 정지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애플TV의 경우 사용자의 입력이 없으면 추천 콘텐츠를 랜덤으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 플레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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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며

우아한 프로세스의 논리적 흐름은 사람의 생각대로 움직이도록 이성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프로세스의 물리적 처리나 이음은 사람에게 재미를 줄 수 있도록 감성적이어야 한다. 이성적이기만 한 프로세스는 딱딱하고, 감성적이기만 한 프로세스는 가벼워 보인다. 우아한 프로세스는 이성과 감성적 요소의 조화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움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