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모바일 사라진다…삼성·LG·팬택 계산은?

일반입력 :2011/03/21 09:50    수정: 2011/03/21 11:53

김태정 기자

미국 이동통신 2위 AT&T가 390억 달러를 투입해 4위 T모바일 인수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의 미국 내 휴대폰 사업에 미칠 영향이 적잖을 전망이다.

우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모바일과 합작 중인 미국 내 주요 전략이 어떤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AT&T가 이에 깊숙이 관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LG전자는 이달 말 태블릿 ‘옵티머스 패드’를 T모바일을 통해 미국에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월 ‘CES 2011’ 전시회서 T모바일이 올해 주요 전략 제품으로 소개했었다.

물론, AT&T의 T모바일 인수가 이 같은 전략의 백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 정부의 인수 승인까지는 1년여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 LG전자의 미국내 태블릿 사업 부분에서 AT&T의 영향력이 커졌음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LG전자는 옵티머스 패드를 T모바일로만 단독 출시할 예정이지만, 뒤에 자리한 AT&T의 기색도 살펴야 할 상황이다. 지난 달 HSPA+(High Speed Packet Access+) 21Mbps를 지원하는 ‘갤럭시S 4G’를 T모바일로만 출시한 삼성전자의 상황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내 이동통신 사업자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드는 것이 분명 큰 사건”이라며 “주의 깊게 분석 중이지만 당장의 사업 전략 변화는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모바일의 저렴한 요금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인수가 이뤄지면 가입자는 AT&T의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제를 이용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T모바일을 통한 저가 모델의 빠른 확산이라는 제조사들의 기존 전략이 전면 재검토 될 전망이다. 올해 미국 내 휴대폰 출시 우선 이통사에서 T모바일이 소외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AT&T의 막강해진 파워도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AT&T가 T모바일을 흡수하면 가입자 수가 1억3천만명에 육박한다. 가입자 1억명 안팎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2위로 밀려나는 것이다.

이는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를 대상으로 진행해 온 고급형 모델 전략이 AT&T로 넘어갈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AT&T와 협력관계가 돈독한 팬택에게는 이번 인수가 상당한 호조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별한 협력이 없었던 T모바일의 가입자를 '우군' AT&T가 흡수, 미국내 세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팬택은 최근 AT&T의 거래 업체 평가에서 리서치인모션과 모토로라 등을 제치고 3분기 연속 1위에 올랐다. AT&T는 고위 임원들이 팬택 본사를 종종 방문하는 등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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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 팬택 마케팅본부장(전무)은 “팬택의 실력과 노력을 AT&T에서 매우 높이 평가한다”며 “고품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 지분을 확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번 심사에 최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요금 상승 예상에 따른 부정적 시선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가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기에 제조사들의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