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산업 피해 눈덩이…IT 재앙 공포

일반입력 :2011/03/12 11:13    수정: 2011/03/12 13:31

김태정 기자

이웃 일본에서 8.9 규모 강진에 따른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각종 공장과 물류시설이 파괴됐다는 소식이 줄줄이 나왔다. 일본과는 각 업종별로 교역이 밀접한만큼 도미노식 피해 발생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안 그래도 중동과 북아프리카 시위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산업계는 일본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이 증폭된 모습이다.

강진이 발생한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내 산업시설이 적잖이 파괴됐지만, 여진 가능성이 남아 대부분 피해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소니 공장 ‘정지’…삼성전자 '덜컥'

우선, 소니의 피해가 눈에 띈다. 지진으로 인해 공장 6곳의 가동을 중단했고 자체적으로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소니에 공급하는 삼성전자는 이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LCD TV용 패널 부분에서 소니가 상당히 중요한 고객이다. LG디스플레이도 최근 소니와 LCD 패널 공급 계약을 체결했기에 이번 지진사태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지진 지역 피해에 대해 아직 정확한 보고가 들어오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일본 수출에 어떤 영향이 발생할지 다각도로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류시설 마비로 인한 수출입 타격도 주목할 부분이다. 부품 수출입이 주력인 국내 업체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않는다.

당장 화물 항공기가 결항됐으며, 주요 공항들과 대형 물류창고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우려했던 피해가 속속 현실화됐다.

현대모비스는 나리타 공항 마비로 인해 일본 수출 차량에 대한 부품 공급을 중단했으며, 현지서 자동변속기를 공급받는 한국지엠도 피해 여부 조사를 시작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품/소재산업의 대 일본 수출액은 138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6%를 차지했다, 수입의 경우 381억달러로 전체의 25.2%나 된다.

이는 일본과의 부품/소재 무역이 끊기면 타격을 입을 업체가 적지 않음을 뜻한다. 피해 규모 파악이 어려워 더 답답하다는 실무자들의 한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대 일본 부품/소재 산업 피해를 파악하기 위한 긴급대응반을 만들었으며, 종합분석대응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현재는 초기대응상황이어서 당장의 피해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며 “최종 상황이 집계되면 종합 분석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반사이익? 글쎄...

현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피해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한 부분이어서 조심스럽게 반사이익을 예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도체는 도시바와 엘피다 등이 피해를 입었다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기업들의 생산라인은 지진발생 지역과는 거리가 먼 일본 서남부에 위치했지만, 타격은 적잖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미세한 진동에도 영향을 받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특성상, 지진이 일어난 가운데 가동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게 대부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랜드 2등 도시바와 D램 3등 엘피다의 타격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하락으로 고심 중인 반도체 시장에 새 변수가 생겼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지진으로 인해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1시간 가량 멈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역시 생산 라인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이번 지진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된다. 10세대 공장을 가동 중인 샤프의 피해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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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의 침체가 엔화가치 하락, 세계경제 후퇴 등의 악재로 이어질 수 있음도 유념해야할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일본 지진은 최악의 시기에 터진 최악의 악재”라며 “일본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10%에 달하는 재정적자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