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 결국 소셜댓글에 무릎

일반입력 :2011/03/09 13:36    수정: 2011/03/09 13:53

정윤희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소셜댓글이 제한적 본인확인제, 일명 인터넷 실명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 146개 사이트를 발표하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SNS는 제외한다고 밝혔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하루 방문자 10만명이 넘는 사이트에 글을 쓸 경우 주민등록번호와 실명 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규제다. 방통위는 “일반인 공개목적의 게시판이 아닌 블로그, 개인홈피, 카페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 SNS는 사적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속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소셜댓글은 검토 중”…사실상 제외

소셜댓글을 적용한 사이트도 사실상 제외됐다. 소셜댓글은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계정으로 댓글을 올리는 일종의 게시판 서비스다. 지난해 IT매체 블로터닷넷이 본인확인 대상 사이트로 지정되자 게시판을 없애버리고 소셜댓글을 도입하면서 논란이 됐다. 현재 소셜댓글은 언론사 사이트, 일부 공공기관, 정치인 누리집 등 약 110여 사이트에 적용된 상태다.

방통위는 소셜댓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장 제한적 본인확인제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나 시정명령을 내릴 계획은 없다. 향후 SNS의 특성 및 신 서비스 활성화 측면을 고려해 적정기간의 이용실태 등을 분석해 본인확인제도 제도 개선에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엄열 방통위 네트워크윤리팀장은 “소셜댓글 서비스도 게시판의 하나로 결론 내렸다”면서도 “본인확인제를 적용할지 여부는 좀 더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실명제, 실효 있나…형평성 논란도

때문에 업계에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기존 게시판을 소셜댓글 서비스로 대체하면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시대착오적인 규제이며, 소셜댓글은 사회적 본인확인 역할을 해 악성댓글 예방효과가 있다”며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반발해왔다. 픽플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4개월 동안 소셜댓글 시스템 ‘티토크’를 통해 작성된 악성댓글을 분석한 결과,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거쳤을 때와 소셜댓글로 작성됐을 때 악성댓글의 양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김지웅 픽플 대표는 “스마트폰 등의 보급증가로 인해 트위터, 미투데이 등 SNS의 활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대형 매체들의 소셜댓글 도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소셜댓글의 악성댓글 예방효과가 입증되면서 방통위는 인터넷실명제와 소셜댓글 시스템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악성댓글, 허위정보 유포 등 인터넷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침해, 해외 기업들과 국내 기업들 사이의 역차별 논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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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에는 세계적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로 선정했다가, 유튜브가 거부하고 한국 국적 이용자의 동영상 업로드를 막아버리자 대상 사이트 선정을 취소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판 중이다. 지난해 초 참여연대는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이 규정한 언론출판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