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위기”…LG電 임원 물갈이 ‘초강수’

구본준 부회장 1일 취임, 위상 회복 선언

일반입력 :2010/10/01 11:34    수정: 2010/10/02 12:13

김태정 기자

“LG전자의 위상과 주도권을 찾자”

구본준 신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이 1일 공식 업무를 시작, 모바일과 TV 임원들을 일부 교체했다.

이는 남용 부회장의 용퇴 원인을 제공한 부서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풀이된다. 정기 임원 인사를 3개월 앞두고 나온 행보다. 내년 도약을 위한 LG전자의 의지가 결연하다.

■스마트폰 대응 늦었다…문책성 인사

이날 구 부회장은 별도 취임식 없이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휴대폰 사업에서 LG의 위상은 불과 1년 전의 성과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스마트폰. 박종석 부사장(전 MC연구소장)이 MC사업본부장 겸 스마트폰 사업부장을 맡았다.

지난 2분기 LG전자 MC사업부는 영업손실 1천196억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16분기만의 적자였다. 스마트폰 사업부를 작년 말에야 신설하는 등 시장 대응이 늦었던 것이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

올 초에도 이렇다 할 스마트폰 없이 ‘반격 예고’만을 외쳤고, 하반기 ‘옵티머스 시리즈’를 내놨지만 삼성전자 갤럭시S, 애플 아이폰4 등에 밀렸다. 게다가 3~4분기에도 상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내부에서도 지배적이다.

구 부회장은 이 같은 스마트폰 사업부에 박종석 부사장을 구원투수로 세웠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 부사장은 LG전자 PDP TV 사업부장과 부사장을 역임한 유명 엔지니어다. 최근에는 LG전자 차기 스마트폰 '옵티머스원' 개발을 주도했다.

LG전자 측은 “박 부사장의 스마트폰 총괄 임명은 마케팅보다 기술을 중시하는 구 부회장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TV 책임자, 각각 다른 부서로

지난 2007년부터 MC사업본부장을 맡아 온 안승권 사장은 최고기술책임(CTO)로 자리를 옮겼다. 공학박사로서 20년 가까이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해 온 것이 CTO가 된 배경이라고 LG전자는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안 사장이 스마트폰에서 부진했지만 휴대폰 전체 사업에서 최고 성과를 거두는 등 공도 크기에 CTO로 수평 이동시켜 만회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MC사업본부에서 스마트폰사업부장을 맡아 온 이정준 부사장도 PC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석이 된 MC연구소장에는 정옥현 전무(전 MC연구소 개발2실장)가 올랐다.

HE사업본부장을 맡아 온 강신익 사장도 안 사장과 비슷한 위치에 섰다. HE사업본부를 떠나 글로벌마케팅담당으로 수평이동했다. 역시 최근 부진에 대한 문책과 함께 지난 성과를 인정받은 인사라는 평가다.

신임 HE사업본부장은 권희원 부사장이 기존 LCD TV 사업부장을 겸임하며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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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구 부회장의 물갈이 프로젝트 신호탄으로 본다. 3개월 뒤 정기인사에서는 더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적잖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구 부회장은 서울 여의도 LG트윈빌딩 집무실에서 신임 본부장들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