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케이블TV서 지상파 정말 못보나?

지상파-케이블 재송신 중단 판결, 업계 파장 일파만파

일반입력 :2010/09/08 16:39    수정: 2010/09/08 16:57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사 채널 송출을 중단해야 할 입장에 처했다. 지상파 3사가 제기한 재송신금지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케이블TV가 국내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그 파장도 클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는 8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지상파채널 재송신의 대가 지불을 요구하며 티브로드강서방송, 씨앤앰·HCN서초방송·CMB한강방송 등 5개 주요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그동안 케이블TV는 지상파 3사 재송신에 대해 별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이에 지상파 3사가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업계 간 콘텐츠 갈등은 시각차가 매우 크다. 향후 원만한 타결을 전망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지상파 측은 콘텐츠에 대한 적정대가를 인정받아야 미디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케이블TV업계는 지상파 방송이 무료인 점,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케이블TV 기여도 등을 강조하고 있다.

■시청자, 케이블TV 가입해도 지상파 못본다?

법원이 케이블TV의 무료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불법으로 판단함에 따라 당장 시청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케이블TV업계는 일단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O업계 내부에는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지 않겠다는 강경론도 존재한다. 가입자 규모나 매출이 적은 소규모 SO의 경우는 적자를 감수하고 계약을 체결하거나 재송신을 포기할 수도 있다.

현재는 케이블TV업계가 공동대응하는 상황이고, 시청자피해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상태다.

기술적인 부분도 시청자 피해를 예상하게 하는 이유다. 현재 케이블TV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만을 구분할 뿐 가입시점을 분리해 송출하지 않는다. 법원이 명령한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가입자를 나눠 지상파 동시재전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케이블TV 가입자가 1천500만명에 달하고 디지털상품 가입자만 300만명인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전 케이블TV 가입자가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케이블TV업계, SO-PP 수신료 배분에 변화

이번 소송 결과은 그동안 암묵적 동의하에서 재송신문제를 해결해온 케이블TV-지상파 방송의 관계가 공식적인 계약관계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향후 SO가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기 위해서는 별도 재송신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100여개에 달하는 SO들이 저마다 지상파 3사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이다.

계약 체결은 비용상승을 뜻한다. 지상파 방송사 측이 현재 가입자당 300여원 가량을 수신료에서 1년마다 지급하라는 입장인 만큼 디지털의 경우 350억원, 전체의 경우 1천700억원 가량의 부담이 생긴다.

SO로서는 가입자 수신료를 인상하거나 수신료 배분율 조정을 통해 타 PP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

PP입장에서는 수신료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SO가 채널사업자(PP)측에 배분하는 수신료가 25% 내외이므로 지상파 방송사를 PP로 판단하면 나머지 PP에 돌아가는 액수는 줄어든다.

■지상파 영향력 확대로 재송신 계약만료 시 갈등 예고

이번 판결로 지상파 방송사는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콘텐츠 유통에 대한 장악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콘텐츠 공급자이자 막강한 시장영향력을 가진 만큼 뉴미디어와 콘텐츠공급 협상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 비중은 70%를 넘는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가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는 IPTV, 위성방송, 인터넷 포털 등 뉴미디어 전체에 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 계약을 표준으로 삼아 뉴미디어와 협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KT 등 IPTV 측은 지상파 방송에 지불할 재송신 대가 지불을 유예하고, 소송결과가 나온 뒤 지불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도 대가지불에 대한 가입자당 대가지불(CPS) 방식에 변화를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이 나온 시점에서 뉴미디어의 목소리는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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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뉴미디어와 지상파 방송 간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이면 재송신 대가를 놓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상파-케이블TV 간 재송신 계약이 정착된 미국의 경우 콘텐츠 이용료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심지어 채널이 갑자기 사라지는 ‘블랙 스크린’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말 벌어졌던 폭스와 타임워너케이블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