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개발자, 그래도 모바일에 승부를 거는 이유

[SW개발자 스토리-9] 박재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일반입력 :2010/08/09 14:08    수정: 2010/08/17 08:24

황치규 기자

SW개발자 스토리의 아홉번째 주인공은 박재현 삼성전자 모바일솔루션센터(MSC) 수석 연구원이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선보인 바다 플랫폼 프로젝트에서 서버쪽 개발을 담당했고 지금은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소셜허브' 업무를 맡고 있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박재현 수석은 이 바닥에서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 개발자로 통한다. 젊은 나이에 직접 경영도 해봤고 해봤고 벤처기업에서 임원 생활도 해봤으며, 지금은 대기업에서 SW개발 실무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웹기반 소프트웨어, 모바일 SW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다.이쪽저쪽에서 구르다보니 박 수석은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할말이 많다. 생각이 아니라 경험으로 얘기할 수 있는 스토리가 풍부한 편이다. 소주한잔 하면서 세상의 쓴맛을 봤던 시절을 얘기할때면 지금도 얼굴 표정에 힘이 실린다.

나누고 싶은 말들이 참 많지만 이번 인터뷰에선 모바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이고, 또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분야가 바로 모바일이기 때문이다.

생태계와 공존하는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 중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박재현 수석이 모바일에 꽂힌 까닭은 개발자들이 승부를 걸어볼만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막장'으로 통하는 SI와 모바일 생태계는 급이 다르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저렴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고, 직접 팔 수도 있잖아요. 이런 생태계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거죠.

모바일은 엔터프라이즈와 달리 개인 플레이를 하기가 비교적 쉽다.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갑'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일도 상대적으로 덜한편이다. 이것들은 박재현 수석외에 많은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모바일의 매력으로 꼽힌다. 결론은 모바일에선 개발자들이 좀더 개발자답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모바일 SW 시장을 보다보면 개발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기회가 커진만큼 경쟁 또한 심해졌기 때문이다.

어떤 개발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는데,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괜찮다고 치자. 사용자들이 이걸 오랫동안 써준다면 만사형통이겠지만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초반에 반짝 돌풍을 일으켰더라도 얼마안돼 삭제 버튼에 눌려지는 모바일앱들이 수두룩하다. 모바일로 롱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기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양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만날 히트작을 터뜨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디어란게 짜낸다고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다. 모바일이라는 이유로 고민해야 할 것도 많다. 개인 개발자들은 더욱 그렇다.

단품으로 모바일앱을 만들어 파는 방식은 한계가 있죠.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태계를 직접 만들거나 그게 안된다면, 생태계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해야 합니다. 최종 사용자들이 많이 찾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이통사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을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블랙베리도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도 이통사 요금제와 연동되는 메일과 메신저를 만들어서 성장했잖아요.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통합형 메시징 서비스 ‘소셜허브(Social Hub)’를 공개했다. 쇼셜 허브는 휴대폰 주소록을 통해 해외 주요 사이트의 e메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메신저 등 정보를 일괄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실시간 업데이트는 물론 e메일 작성, 채팅 등도 주소록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소셜 허브는 쓰다가 재미없다고 삭제할 수 있는 성격의 앱이 아니다. 한번 사용하면 계속해서 쓸 가능성이 높다. 생태계와 공존하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개발을 주도한 박 수석이 소셜허브 기능중에서 강조하는 것은 푸시다. 푸시 이메일이나 메신저처럼 실시간으로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보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푸시는 실시간 웹을 가능케 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기술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게 박 수석 설명이다.

2년전 쯤인가, 박 수석이 삼성전자로 옮긴다고 했을때 사실 좀 놀랬다. 벤처기업 문화에 익숙해질때로 익숙해졌을텐데, 삼성같은 대기업에 가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삼성이 가는 방향과 개인적인 목표가 맞다고 판단돼 선택한거에요. 삼성전자에 와서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올라가는 서비스와 SW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원래부터 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과거 SW 업체를 운영할때만 해도 SW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요. 하드웨어도 함께 고민합니다. 모바일에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창업을 한다면 SW와 하드웨어를 아우를 수 있는 아이템을 해보고 싶습니다.

■PCC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

박재현 수석의 요즘 관심있게 보는 흐름은 퍼스널 클라우드 컴퓨팅(PCC)이다. 하드웨어와 SW 그리고 서비스를 연계한 PCC 모델을 잘 만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PCC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실제 업무와는 거리가 있다. 개인적인 호기심에 가깝다.

여기서 잠깐! 그가 생각하는 PCC는 흔히 알려진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요즘 KT 유클라우드나 네이버 엔드라이브같은 대용량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등이 PCC로 불리는데, 박 수석이 말하는 PCC는 좀더 '퍼스널' 지향적이다. 서비스뿐만 아니라 플랫폼도 개인용으로 만드는 것이다.

집이나 사무실에 어떤 하드웨어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놓고 개인이 가진 하드웨어를 연결해 쓰는 개념입니다. 개인용 NAS가 사례가 될 수 있죠. 얼리 어답터들이 실제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태블릿도 플랫폼이 될 수도 있어요. 집에 있는 태블릿에 스마트폰, 카메라, TV를 연결한 뒤 콘텐츠를 제어하고 자동으로 동기화시키고 하는 것들이 가능합니다. 이게 가능해지면 하드웨어와 SW에 대한 고민이 모두 필요합니다.

퍼스널 클라우드의 장점은 서비스 업체에 종속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대용량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 한번 사용하면 해당 서비스 업체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PCC는 그것을 걱정하지 않고 클라우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현 수석에 따르면 PCC는 기존 대용량 클라우드 서비스와 경쟁한다기 보다는 상호 보완적이다. 테라바이트급 데이터를 클라우드안에 놓을 수는 없잖아요. 개인이 보관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처럼 언제 어디서나 쓸수 있는 환경은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되면 웹의 역할은 점점 커질 거에요.

PCC를 갖고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가 있을까? 박 수석의 대답은 PCC는 메가 트렌드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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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PCC는 하드웨어를 포함하고 있어요. 태블릿 형태가 될 수도 있고 PC를 확장한 개념이 될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 가전 제품들을 묶어서 웹인터페이스로 관리하는 겁니다. 이런 모델들은 통신 업체들도 서비스 방식으로 팔 수 있다고 봐요. 이통사가 제공하는 온라인 스토리지와 연계도 가능합니다.

PCC에 대한 박 수석의 고민은 지금 당장 사업성 검토를 해봐도 될만한 수준 같다. 하드웨어와 SW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도 진하게 녹아들어 있다. 지금은 개인적인 관심에 머물러 있지만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PCC 사업을 이끄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박재현 수석의 다음 승부는 PCC가 될 수 있을까? 기자에겐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