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은 왜 마이SQL을 고집하나

일반입력 :2009/11/11 16:35    수정: 2009/11/11 17:06

황치규 기자

유럽연합위원회(EC)와 '공룡기업' 오라클의 샅바싸움이 점입가경이다.

EC는 최근 오라클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썬이 보유한 오픈소스DB 마이SQL(MySQL)을 손에 넣음으로써 DB 시장에서 오라클의 지배력이 경쟁을 침해할 정도로 강화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DB 시장의 경쟁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역학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보여준다"고 받아쳤다. 현재로선 어느한쪽에서 물러설 기미는 없어 보인다.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오픈소스DB로 꼽히는 '마이SQL'이 있다.

왜 마이SQL인가?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다르면 마이SQL은 매출로만 보면 세계 DB시장에서 15위권이다. 지난해 매출은 900만달러밖에 안된다.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 1% 미만이다. 49%의 점유율을 틀어쥔 오라클 입장에서 보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수치다.

6월30일로 끝난 2009년 회계연도에서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마이SQL과 미들웨어를 통해 3억1천3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썬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114억4천만달러였다.

그런데도 오라클이 EC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면서까지 마이SQL를 고집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마이SQL이 가진 거대한 고객 기반이다. 마이SQL은 매출은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지만 사용자 기반만 놓고보면 할말이 많아진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마이SQL 기반으로 웹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과 사용자 기반이 비례하지 않는 것은 마이SQL을 무료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이SQL은 유지보수를 포함한 유료 모델도 있지만 다수 기업들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쓰고 있다. 유료 모델이 있지만 제대로 먹혀들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마이SQL은 오라클에겐 매우 높은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신규 시장 확보는 만만치 않은 존재인 마이크로소프트(MS) 견제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마이SQL을 쓰는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오라클이 전통적으로 상대적인 약세를 보였던 시장이다. 오라클은 중대형급 이상 기업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다보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웹서비스 시장에선 입지가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르텐 믹코스 전 마이SQL 최고경영자는 "오라클의 고객 기반은 과거의 세계를 대변하고 오라클이 잡지 못한 곳은 새로운 세계"라고 말했다. 오라클의 미래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오라클은 마이SQL을 통해 중소기업을 넘어 자신들의 아성인 엔터프라이즈 시장까지 파고드는 'SW제국' MS를 압박하는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이 마이SQL을 앞세워 MS SQL서버를 견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돈을 내지 않고 마이SQL을 쓰더라도 MS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오라클 입장에선 남는장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SQL을 쓰는 소규모 기업들도 규모가 커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오라클 DB도 쓸 것이란 기대감도 진하게 풍긴다.

ITIC의 라우라 디이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를 통해 "오라클이 마이SQL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잠재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오라클은 저가형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마이SQL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오라클은 지금, 마이SQL에 대해 EC와 타협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EC는 오는 25일(현지시간) 썬 인수와 관련해 오라클의 입장을 들어보는 청문회를 갖는다. 이후 오라클의 썬 인수을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불허다.

그러나 EC와 오라클 모두 강경입장을 취할 것이란데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한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오라클은 이미 썬 인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획득했고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서라면 누군가와 싸우는데 주저함이 없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오라클이 강경모드를 고수할 경우 EC가 오라클의 썬 인수를 불허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오라클 입장에선 부담스런 시나리오다.  썬 인수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손해 또한 늘기 때문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오라클과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썬은 매달 1억달러씩 까먹게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 EC와의 타협을 위해 오라클이 결국 마이SQL의 분사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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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EC가 썬 인수를 막을 경우 오라클은 썬의 나머지 자산에 대한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프리&코의 로스 맥밀란 애널리스트가 이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썬은 마이SQL외에 서버 하드웨어, 스토리지 장비,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 솔라리스 운영체제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