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이통시장 판도 흔들수 있을까?

일반입력 :2009/09/23 15:57    수정: 2009/09/23 16:17

김효정 기자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눈앞에 다가왔다. 2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허용함에 따라 KT가 이르면 다음달 중에 아이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앞으로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변화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먼저 아이폰 출시가 거의 확실시되면서 애플과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KT는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의 선두업체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음성통화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무선인터넷 부문의 수익창출이 차세대 수익원으로 부각된다는 것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애플과의 협상을 마무리 짓고 방통위에 무선인터넷 요금제를 신고하면 다음달 말경에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KT가 최저 4만원대에서 최대 9만원대의 전용요금제를 신고한 상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KT는 "오늘에야 출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직 협상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요금제 이야기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T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KT가 기존 국내의 무선인터넷 요금제에 비해 대폭 인하된 요금제를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출시를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관련 요금제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판매량 많지 않을 듯... KT 가입자 쏠림현상 기대

지금까지 국내 스마트폰 판매 대수 등을 고려했을 때, 이통업계에서는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체 이통가입자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인 50만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명제품(아이폰) 도입에 대한 얼리어답터들의 관심이 높다고 해도 200만대 이상이 팔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초기 물량이 50만대에도 채 못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김동진 연구원은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아이폰 구매의향이 상당히 높고 이에 따른 통신사 변경 의향 또한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만약 김 연구원의 전망처럼 아이폰 구매자가 급증할 경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선 공급권을 거머쥔 KT로의 번호이동 가입 쏠림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이폰은 출시 첫해 6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등 내년까지 총 2천200만대 이상의 판매가 예상되는 글로벌 히트폰.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출시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KT가 아이폰 출시로 단기간에 의미 있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선인터넷 요금을 대폭 낮추고 보조금도 상당부분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최대 경쟁자인 SK텔레콤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SK텔레콤 역시 애플과 아이폰 출시를 위해 협상 중인 것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중국의 사례처럼, 애플은 해외 시장 진출시 독점공급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애플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점유율 50.7%의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공급 협상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이폰 협상에 대해서는 일체 할 말이 없다"면서도 "경쟁사가 출시하면 단말기 경쟁력을 검토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에 따라 출시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50.5%의 시장점유율'은 마지노선으로 무조건 사수한다는 SK텔레콤의 전략상 아이폰 출시로 가입자가 쏠리면 맞불을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SK텔레콤으로서는 11만여대의 판매고를 올린 'T옴니아'로는 만족할 수 없으므로 아이폰 출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점유율 18.1%를 확보하고 있는 3위 사업자 LG텔레콤도 아이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LG텔레콤이 월 6천원 정액제의 저렴한 무선인터넷 '오즈'를 선보이고는 있지만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특히 LG텔레콤은 아이폰을 지원하는 WCDMA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형 아이폰 출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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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폰 국내 출시는 무선인터넷 활성화 이슈가 핵심이 돼야함에도 불구하고, 또 한차례 이통사간 마케팅 경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싼 통신요금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KT가 아이폰 출시로 얼마나 재미를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이에 따른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 방어 맞불 전략도 하반기 이통시장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또한 LG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전략도 빼놓지 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