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과열...5월 번호이동 사상 최대치

일반입력 :2009/06/02 19:08

김효정 기자

이동통신시장의 과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5월 한달 간 번호이동자 수는 119만7,507명으로 2004년 1월 제도 시행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가입자가 기존에 가입한 이통사를 옮기는 것이다. 때문에 번호이동자 수가 많다는 것은 타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한 이통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지표가 된다.

최근 번호이동 상황을 살펴보면, SK텔레콤과 KTF의 3G 가입자 쟁탈전이 한창이거나 약정제도 시행으로 경쟁이 과열됐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08년 3월 119만680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는 이통사간 과도한 경쟁 탓에 마케팅 비용이 대폭 증가했고, 이에 따라 경쟁 당사자인 SK텔레콤과 KTF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3G 전환가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사업자 스스로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 탓에 번호이동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번호이동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지난 4월 83만9,011명에 비해 무려 42.7%가 증가한 119만7,507명이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합KT 출범으로 시장 과열, '당분간 지속될 듯'

업계 전문가들은 통합KT 출범을 그 원인으로 판단한다. 유선 기반 KT가 이동통신 사업을 흡수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방어 혹은 쟁탈하기 위해 이통3사가 적극적인 가입자 유치 경쟁을 시작했기 때문.

최근 이통사들은 공짜폰, 가입비 면제, 무약정 등의 파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결합상품을 통한 할인혜택을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선시장의 강자 KT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경쟁사들이 KT-KTF 합병의 방어기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고, 이것이 결국 마케팅 비용 상승, 수익성 저하라는 과열 경쟁의 악순환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 역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번호이동자 수가 말해 주듯, 과열 경쟁 조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 탓만 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마케팅 전략 내지는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통신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통시장의 경쟁은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현재의 경쟁이 과열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상반기 실적에서 알 수 있듯, 과열 경쟁의 폐해는 기업의 실적 저하와 이에 따른 투자비 감소로 이어지며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짜폰 지급 등의 일부 번호이동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결국 사업자의 점유율 유지를 위한 방어책이기 때문에 번호이동을 하지 않는 대다수 고객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차별적 피해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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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당분간 이통시장의 과열 경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가 지난 1일 합병법인 출범식에서 기존 KT의 사업 부문에서는 매출 감소 방어와 옛 수준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둔 반면, 이동통신 부문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으로 이익을 늘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통합KT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이동통신이다. 따라서 KT는 물론,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시장에서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