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법복제로 죽어가는 콘솔게임 시장

기자수첩입력 :2009/03/05 12:17    수정: 2009/03/05 15:59

이승무 기자

최근 스트리트파이터4의 흥행으로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는 국내 콘솔 게임 시장에 다시 한 번 먹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3월 중순 출시를 앞두고 있는 캡콤의 간판 액션게임 ‘바이오하자드5’의 불법복제 이미지가 음성적인 경로로 유통돼 버린 것. 북미에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이 불법 파일은 지난 3일 저녁 P2P사이트를 시작으로 4일에는 각종 웹하드 사이트, 공유사이트 등에서 퍼져나갔다.

이에 캡콤은 최대한 불법 유통을 막아보고자 동분서주 했다. 하지만 캡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각 웹하드 사이트, 공유사이트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왜냐하면 이들 사이트는 속으로야 어찌됐든 겉으로는 저작권법을 준수하며 불법파일 업로드를 지양하는 모범적인 ‘합법’사이트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게임사가 불법 파일 유통을 돕거나 방조하고 있는 웹하드 사이트를 처벌하기는 커녕, 사이트 운영진이 삭제 조치를 해주길 간절히 바랄 수 밖에 없는 상황. 참으로 모순된 이 광경이 대한민국의 콘솔 게임 시장의 현실이다.

그러면 ‘공유 사이트가 안 된다면 불법 파일을 유통하는 개인을 처벌하면 되지 않느냐’ 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사실 이 방법은 국내 콘솔 게임 업체들이 유일하게 ‘소규모’로 나마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왜 ‘대대적인’ 처벌이 아닌 ‘소규모’ 처벌인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기업이미지 때문이다.

어떤 산업을 막론하고 기업이 손익상의 문제로 개인에게 소송을 걸 경우 여론이 기업의 편에 서는 일은 좀처럼 없다. 특히 업로더들의 평균연령이 낮은 불법복제와 관련된 소송의 경우 게임사들은 순진한 학생들의 지갑을 노리는 ‘악덕기업’으로 낙인찍힌다.

이 게임사가 해외, 특히 일본 게임회사일 경우에 받는 타격은 그야말로 심각하다.

실제로 한 콘솔업체 담당자는 과거 불법복제와 관련된 개인 소송을 진행하면서 "부르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한국에서 장사를 시작하더니 뭐 벗겨먹을 것 있다고 애들 상대로 소송까지 거느냐"며 주위로부터 지탄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국내 콘솔 게임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게임 산업을 진흥시키겠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정부는 어떠한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9조 2항을 살펴보면 ‘정부는 게임물 및 게임상품의 품질향상과 불법복제품 및 사행성게임물의 유통방지를 위한 시책을 수립·추진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취재결과 정부가 불법복제품의 유통방지를 위해 관련 업무를 위임한 ‘저작권보호센터’에는 현재 단 ‘2명’남짓한 인원이 모든 불법복제물을 단속하고 조치하고 있었으며 게임은 ‘닌텐도’와 ‘마이크로소프트’제품에 한해서만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그 단속이라는 것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삭제 요청 공문을 보내는 정도로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저작권보호센터에는 불법복제와 관련해서 소송을 진행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화부의 그 어떤 기관에도 이와 관련해 법적인 제재를 실시하는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강력한 법질서를 확립해야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정부가 어째서 불법복제물과 관련해서는 유독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불법복제를 유통하는 몇몇 몰지각한 게이머, 이를 용인하는 P2P·공유·웹하드 사이트, 외산 업체라 하여 오히려 게임사를 비판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일부 시민들, 이를 두려워해 강력한 처벌은커녕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콘솔 게임사, 말로만 게임 육성을 외치며 관심을 주지 않는 정부. 이런 마이너스 요소의 순환이 오랫동안 계속된 결과 국내 콘솔 시장은 지치고 병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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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닌텐도 코다 미네오 사장의 불법복제 관련 발언에 대해, THQ가 한국을 6대 불법복제 국가 중 하나로 선정한 것에 대해, 액티비전이 결국 한국을 철수한 것에 대해 분노 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처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국내 콘솔 시장은 투약이 아니라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조금이라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