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 SKT, 경쟁 포인트는 '견제'

물밑 헤게모니 싸움 '확대일로'

일반입력 :2009/03/03 14:15    수정: 2009/03/03 17:47

김효정 기자

국내 통신시장에서는 KTF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통신공룡' KT와 이동통신의 절대강자 SK텔레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KT가 공정위의 무조건 합병승인을 이끌어 냈지만, 추후 SK텔레콤과의 경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융합 추세에 따라, 현재 통신업계의 경쟁구도는 KT와 SK진영이 2강(强), LG진영이 1중(中), 케이블TV진영이 1약(弱)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LG텔레콤을 비롯한 LG데이콤과 LG파워콤 등의 LG통신계열사는 2강 기업간의 싸움에서 한 걸음 뒤에 물러나 있는 상황이며, 케이블TV진영 또한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결국 올 상반기 국내 통신시장의 윤곽은 KT와 SK텔레콤의 유무선 통합 경쟁과, 그에 따른 서비스 경쟁이 만들어 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KT와 SK텔레콤 간의 경쟁은 시장 최대의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 양사의 경쟁 포인트는 무엇일까. 두말 할 필요 없이 'KT-KTF 합병'에 따른 경쟁구도의 재편이다. 2008년 초 SK브로드밴드 인수로 취약했던 유선 기반을 마련한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KT의 총매출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해 KT의 자리를 위협했다. 또한 KT와 KTF의 당기순이익을 합쳐도 뛰어넘을 수 없는 높은 수익성은 SK텔레콤의 경쟁력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초, 실시간 IPTV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인터넷전화 등 IP기반의 방송통신 결합서비스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SK텔레콤은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초고속인터넷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경쟁력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SKT, 유선통신 경쟁력 여전히 부족

KT 메가패스에 이어 초고속인터넷 2위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이지만, 최근 양상을 살펴보면 IPTV 추진 의지나 서비스 제공을 위한 네트워크 등 설비 기반이 오히려 3위 사업자인 LG파워콤 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근원적인 단점은 KT와의 필수설비 쟁점에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3사 중 가장 많은 78만명 수준의 프리-IPTV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실시간 IPTV 가입자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맹점 탓에 2,000명을 겨우 넘겼다. 후발 사업자인 LG데이콤이 짧은 기간에 1만2,000명을 확보하고 전국 서비스 기반을 마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가입자망, 관로, 전주 등 필수설비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KT를 제외하더라도 한전 자회사 출신으로 설비임대 사업까지 해왔던 LG파워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SK진영은 KT의 합병을 극구 저지하고 있다. KT합병법인 출범이 SK진영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합병 자체와는 어찌 보면 무관한 '필수설비 독점과 경쟁제한성'을 꺼내 들었다.

■KT 필수설비, 경쟁사 압박 카드로 쓸 수 있어

물론 KT가 보유한 필수설비는 경쟁제한성 이슈에서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인가조건을 안전장치로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LG통신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KT의 합병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SK텔레콤만이 KT를 견제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자이다라고 말했다.

즉 필수설비를 보유한 유선1위 KT와 이동통신 2위 KTF의 합병은 전체 통신시장의 재편을 가져오게 되므로, 전국민이 이용하는 '기간통신 서비스'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정부기관의 견제를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한 업체 간의 치열한 견제가 이번 경쟁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KT합병법인이 당장 시장에 파급력을 행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수익원인 유선전화 매출의 명확한 하락세, 지지부진한 IPTV 서비스, 효율성이 낮은 이동통신(KTF) 서비스, 경쟁사에 비해 비대한 조직, 국가 기간통신 전국 서비스 제공사업자라는 위치 등 전반적인 효율성 측면에서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므로 KT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기업회생 차원에서 숙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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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T합병법인의 탄생은 장기적으로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전파할 가능성도 크다. 결합상품 활성화에 따른 유무선 기반을 확충했다는 것은 근원적인 경쟁우위를 뜻하기 때문이다. 특히 KT는 자사가 보유한 필수설비에 대해 임대료를 높여줄 것과 무단사용에 대한 제재를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어, 합병 이후 필수설비를 통해 경쟁사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KT합병으로 야기된 '통신시장 논쟁'은 정부기관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합병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대국민 통신 서비스라는 산업특성상 업체의 이해관계를 따지기 이전에 정부가 나서서 과열된 상황을 공익차원에서 정리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