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SK브로드, 'SKT 수혈 필요?'

저조한 실적, 실시간 IPTV 가입자 확보 부진 등 위기

일반입력 :2009/02/09 14:08    수정: 2009/02/10 10:01

김효정 기자

SK브로드밴드의 추락이 시작됐다. 최근 국내 증권가에서는 SK브로드밴드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조정하면서 회사의 암울한 현실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초고속인터넷 2위 사업자로 과거 하나로텔레콤 시절 '하나TV' 등 프리(Pre)-IPTV 등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 지난해 초 SK텔레콤이 인수되면서 그 시너지 효과로 장미빛 미래를 보장 받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2008년 하반기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SK텔레콤과의 결합상품 출시 지연 및 매출 저하 등의 '결정적' 고난을 겪었다.

이는 최근 SK브로드밴드가 발표한 2008년 4분기 영업실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436억원, 순손실 66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적자로 전환한 것.

■KT-KTF 합병, IPTV 사업으로 ‘고비 맞아’

그 동안 SK브로드밴드는 사장 교체, 한시적인 텔레마케팅 중단, 고객가치 강화 등의 노력을 통해 자사에 불어 닥친 시련을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올 초 실시간 지상파 재전송이 포함된 IPTV 상용서비스의 무리한 추진을 비롯, KT-KTF 합병에 따른 경쟁력 축소는 앞으로의 더 큰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현재 실시간 IPTV 가입자 중 SK브로드밴드의 성적은 최하위. KT가 7만, LG데이콤이 1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동안 SK브로드밴드는 2,000여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는 점점 IPTV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 서울에서만 실시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단점과 함께, 저조한 가입자 실적은 마케팅 의지 부족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SK브로드밴드의 실시간 IPTV 서비스는 현재 서울 지역에서만 가능한데, 그나마 마포지역은 케이블TV사업자와의 회선 문제로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채널수 역시 23개로 3사 중 가장 적다. 주문형비디오(VOD) 방식의 브로드앤TV 전체 가입자가 78만명으로 3사 중 가장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00명의 실시간 가입자수는 너무나 초라한 수치이다.

■SK 통신 계열사 합병 필요하나?

특히 현 상황에서 SK브로드밴드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KT-KTF 합병이다. SK텔레콤에 인수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당초 예상과는 반대로 의미 있는 성과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통합KT의 출범은 SK통신그룹에 큰 여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올초 SK브로드밴드는 브로드밴드미디어와 콜센터에 각각 1,000억원, 321억원을 출자하는 등 SK그룹 내 계열사 간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화사업자인 SK텔링크 합병과 SK네트웍스의 전용회선 사업 양수 등이 주목할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KT-KTF 합병을 고려했을 때,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합병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의 적극적인 지원과 합병 시너지의 향상을 위해 합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공식 석상에서 양사의 합병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KT-KTF 합병 반대의견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용 발언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향후 '통합KT-통합SKT'의 유무선 통합 대결 구도에서 유선 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한 SK진영이 KT진영 보다 불리기 때문에, SK진영은 KT-KTF 합병 인가조건을 가능한 많이 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지난 6일 실적발표에서 KT-KTF 합병은 시장에 심각한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제한 뒤 SK텔레콤과의 합병 계획은 현재 없다라고 밝혔고, SK텔링크 등 계열 유선사업자 간에도 단기적인 합병이나 사업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 등 의견과 달리, ‘SKT 시너지’ 크다고 주장

국내 증권가나 업계 전문가들이 SK텔레콤과의 합병 시너지가 적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도, SK브로드밴드는 인수 시너지 창출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근거로 SK텔레콤에 피인수 후 군통신망 고도화사업을 수주한 점과 결합상품 가입율이 늘고 있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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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SK브로드밴드의 실적 저조는 가입자 확보를 위한 3개월 무료 서비스 제공으로 매출이 줄고, 하나로텔레콤에서 SK브로드밴드로 CI 변경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 등이 증가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브로드밴드가 절대 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다만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동시에, 통합이 추세인 시장의 경쟁 상황에서 SK텔레콤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부족이 아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