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텔레콤, 유선 경쟁력 확보 '기 싸움'

KT·KTF 합병 놓고 사활건 명분 대결 후끈

일반입력 :2009/02/03 08:00    수정: 2009/02/03 16:14

김효정 기자

KT-KTF 합병이 머지않아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KT측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르면 5월 중 공식 합병 선언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SK텔레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이 KT-KTF 합병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신시장에서의 중장기적 경쟁력 저하이다. SK텔레콤 외에도 LG통신계열사와 케이블TV사업자(SO) 진영 등 통신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은 모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KT가 가진 유선시장 지배력의 전이로 불공정 경쟁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 특히 KT가 보유한 필수설비로 인한 경쟁제한성은 추후 통신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KT-KTF 합병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정만원 사장이 직접 나서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정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대의적인 측면 외에, 향후 통합KT의 출범으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중장기적으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 2위 사업자인 KTF가 KT의 유선가입자(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 등)를 서서히 흡수할 경우,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이익을 내고 있는 SK텔레콤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

올해부터는 유무선 결합상품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의 이동에 있어 통합법인이 될 KT-KTF가 계열사로 묶여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보다 경쟁우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유선시장 경쟁력 뒤쳐져

결정적으로 통합KT는 SK텔레콤의 유선통신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경쟁력을 무력화시키고 있어 SK텔레콤이 수세에 몰릴 수 밖에 없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핵심서비스는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IPTV'를 엮은 TPS(트리플플레이서비스)이다. 이동통신 기반인 SK텔레콤이 지난해 초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한 것도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텔레콤)는 초고속인터넷 3사 중 KT에 이어 가입자 비중면에서 2위 사업자이고, 브로드앤TV(구 하나TV) 등 IPTV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나서왔다. 그렇기 때문에 무선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이를 인수할 당시 시민단체 및 공정경쟁위원회의 견제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SK브로드밴드가 휘청거리며 SK텔레콤도 동요하고 있다. 그 이유는 KT의 통신 필수설비 임대 문제. SK텔레콤이 KT-KTF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KT 필수설비 독점에 따른 경쟁제한성이다.

SK브로드밴드는 유선통신 서비스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관로(땅 밑에 묻힌 통신관)와 통신주 등 필수설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KT가 이들 설비의 제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적지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 SK측의 주장이다.

LG파워콤의 경우, 한국전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특수 관계 상 한국전력의 관로와 전신주(통신주) 활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SK브로드밴드는 그렇지도 못한 상황. 더구나 지난 2002년 도입된 '가입자망 공동활용제(LLU)'에 KT가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앞길이 막막하다고 설명한다. LLU는 통신주나 관로, 가입자망 등 필수설비를 임대토록 한 것이다.

■필수설비 제공 여부 두고 '대립각'

SK브로드밴드 측은 2008년 SK브로드밴드가 KT에 설비 제공 요청을 했지만 거부율이 80%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의 한 관계자는 후발사업자의 요청에 KT는 '설비 없음', '예비시설 없음', '서비스 제공에 장애 예상', '시설안정성 확보 어려움' 등 이용사업자가 검증할 수 없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사업자 이외에도 KT의 필수설비는 케이블TV사업자들과의 분쟁 등 LLU 본연의 취지와 달리 원활하지 못한 행태를 종종 보여왔다.

이러한 SK브로드밴드의 주장에 대해 KT는 숨은 저의가 있을 것이라고 맞받아 치고 나섰다. KT의 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04년부터 4년간 통신주나 관로를 임대해 달라는 요청의 거의 없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설비 제공 요청은 지난 2008년 11월에 요청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양측의 주장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하고 있다. KT가 자사의 지배력을 강화 및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설비를 권력화하고 있다는 의견이 첫번째다. 나머지 의견은 SK브로드밴드가 그동안 9만여개에 달하는 KT 통신주를 불법으로 사용해 왔던 것에 대해, 한쪽은 안 빌려주고 한쪽은 이를 상쇄하려는 등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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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KT와 SK텔레콤 진영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되는 상황이지만, 향후 융합 서비스 시장에서는 유선기반 경쟁력이 부족한 SK텔레콤이 불리하다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분명하다. 이는 SK텔레콤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신시장 전체에 적용되는 경쟁제한성 문제이기도 하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범위한 KT의 필수설비가 '공공 서비스로서의 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경쟁사에게 제공돼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사업자간 이권 싸움을 마치 통신산업 발전을 위한 명제처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