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돌' KT-SKT, 경쟁은 시작됐다

양대 통신사, KT-KTF 합병을 계기로 치열한 경쟁 시작돼

일반입력 :2009/01/22 12:09    수정: 2009/01/22 13:13

김효정 기자

연초부터 KT와 SK텔레콤이 충돌했다. KT의 KTF 합병건을 두고 '통신 라이벌' SK텔레콤이 강력한 반대의사를 제기하면서 1차전에 돌입한 것이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두고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는 개혁(KT)'과 '거대 통신기업 탄생으로 시장 균열(SK텔레콤'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KT의 합병 승인 요청을 받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로 넘겨졌지만, SK텔레콤을 비롯한 LG통신계열 3사와 케이블TV 진영의 거센 반발로 합병 승인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KTF 합병으로 충돌 시작

업계에서는 KT-KTF 합병은 법적으로나 절차상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에서도 KT와 KTF는 계열사이므로 하나의 회사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합병에 이의를 달 수 없다.

승인 주체인 방통위 역시 국가의 중장기적 방송통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수행자'로 KT를 밀어주는 분위기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KT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IPTV와 와이브로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 이석채 KT 사장이 시내전화 매출을 잠식하더라도 인터넷전화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입맛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SK텔레콤 등 합병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진영의 주장 대로, 독점기업 탄생과 이에 따른 시장지배력 전이, 마케팅 비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우려 등의 논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 이 때문에 KT-KTF의 합병은 특정 부분을 양보하게 되는 조건부 합병으로 갈 가능성도 높다.

█양대 통신사 ‘KT-SKT’ 수장 교체로 ‘기 싸움’

이처럼 KT가 2009년 1월 이석채 사장 취임 후 직접 진두 지휘해 시도한 전사적 행보에 SK텔레콤이 발목을 잡으면서, 양사는 피할 수 없는 고래싸움을 시작했다. 특히 이 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직접 나서서 KT-KTF 합병 절대 불가를 주장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KT와 SK텔레콤은 국내 양대 통신회사로, 지난 해부터 2강 체제의 대결구도를 본격적으로 형성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이 매출액 11조7,000억원 기록하며 11조9,000억원을 기록한 KT를 바짝 추격했고, 영업이익에서는 이미 크게 앞서 나갔다. 또한 유선통신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해 유무선 통신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반면, KT는 지속적인 시내전화 매출하락과 수년간 정체 중인 매출 규모, 비효율적인 조직 구성 등 침체된 분위기 속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두 회사 모두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수익창출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지지부진한 SK텔레콤의 해외사업과 KT-KTF 임원의 비리 혹은 정치적 퇴출 등 수장이 전격 교체됐다.

KT는 조직을 과감히 개혁하고 대외활동에 능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의 이석채 사장을 내세웠고, SK텔레콤은 해외사업 및 신사업에 과감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정만원 사장을 앉혔다.

█SKT 정만원 대표, 승부수 던지다

이 과정에서 '정만원 사장이 정재계에 인맥이 단단한 이 석채 사장의 맞수가 되겠느냐'며 KT 우세론이 나돌았다. 방송 및 유무선 통합이라는 시장 흐름을 재정비 하기 위해 방통위(정부)의 시장간섭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활동에 능한 수장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이석채 사장은 취임한 이후 곧바로 KT-KTF 합병을 공식화하고 상반기 중 합병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성장동력(IPTV, 인터넷전화, 와이브로 등)을 활성화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경기 부흥에 힘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어느 정도의 반발이 예상되긴 했지만 정만원 사장이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KT도 적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다. 정 사장은 KT-KTF 합병을 긴급사안으로 간주하고 직접 나서서 무조건 합병을 반대한다라며, 공식 건의서를 방통위에 제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SK텔레콤이 KT-KTF의 합병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순순히 지켜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이 직접 나서서 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SK텔레콤도 대외적이나 정책적인 사안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고, 추후에 융합 시장 형성 과정에서 SK텔레콤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 놓은 것이다.

█KT ‘유선→무선’ vs SKT ‘무선→유선’

KT가 KTF와 합병하게 되면 매출 19조원에 당기순이익 1조2,000억원의 거대 기업이 탄생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SK텔레콤은 영업이익면에서 2조1,700억원으로 KT-KTF의 영업이익을 합친 1조8,700억원 보다 높아 실속을 차리고 있다.

KT-KTF 합병을 기정 사실로 가정한다 해도, 인력대비 효율성이나 수익구조를 감안할 때 수년 안에 통합KT가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SK텔레콤이 합병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2010년 3월 이후에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게 된다면, KT-KTF 못지 않은 효과를 거두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SK텔레콤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유선분야 투자로 돌리게 될 경우 KT와의 대결은 더욱 흥미진진해 진다. KT가 기존 유선 가입자망을 독식하고 있지만 필수설비공동활용제도(LLU)와 All-IP 전환 등의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SK텔레콤의 투자가 관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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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KT는 국가 기간망을 상당수 점하고 있다는 근원적 경쟁력과 KTF 합병을 통한 이동통신 부문 경쟁력 강화가 SK텔레콤을 비롯한 경쟁사들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이제 KT-KTF 합병을 계기로 KT와 SK텔레콤의 대결은 시작됐다. 국내 통신시장은 유선 시장지배적 사업자 KT의 무선 시장 장악인가, 무선 시장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의 유선 시장 장악인가를 두고 향후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