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MSN, 달아나는 네이트온

일반입력 :2008/12/29 14:37    수정: 2009/01/05 00:40

김태정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라이브 메신저(MSN)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기능을 중무장시켰다.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네이트온에 내준 메신저 1위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현재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MSN 위치는 ‘분명한 2위’다. 월 이용자 수는 500만명 안팎으로 1천600만명을 넘긴 네이트온에 명함을 못 내밀고 있다. 총 가입자 수도 2천500만명 수준인 네이트온의 절반 이하로 처졌다.

MS 입장에서는 2005년 네이트온의 약진을 막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 사실 2000년대 초만 해도 MSN은 국내 메신저의 다른 이름이었고, 인터넷익스플로러 부럽지 않은 입지를 자랑했다. 하지만 네이트온이 인기 절정이었던 싸이월드와 직접 연동을 시작하자 허무하게 밀려났다.

요즘도 인터넷 업계에서는 2005년 3월 네이트온이 MSN을 처음으로 추월했던 사건이 종종 회자된다. 이후 MSN은 단 한번도 네이트온을 앞서지 못했다.

■ MSN-다음 연합, 네이트온 조준

그리고 3년을 넘긴 와신상담. 한국MS는 이달 MSN 재도약을 선언했다. 국내 사용자 입맛에 맞춘 기능들을 전진배치 했다.

한국MS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카드는 국내 웹사이트들과의 연동이다. 네이트온이 싸이월드와 그랬던 것처럼 MSN에서 국내 인기 웹사이트를 이용케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달 9일 한국MS는 ‘3세대 윈도 라이브’ 출시 행사에서 MSN과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의 연동 기능들을 소개했다. 자신의 대화상대가 다음 티스토리 혹은 블로그에 글이나 사진에 올리면 메신저 하단에서 알림 기능으로 보여주는 것이 골자다.

다음의 카페와 블로그 수가 각각 700만개와 400만개에 이상임을 볼 때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MS 이구환 상무는 “블로그와 카페 등을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MSN으로 인맥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필요에 따라 네이버를 비롯한 여러 인터넷 업체들과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MS가 MSN 사업에서 있어서 다른 웹사이트와 연동을 모색한 국가는 한국이 최초다. 그만큼 국내 점유율 상승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MS는 3세대 윈도 라이브로 국내에서 ‘MS판 웹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만약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MSN이 날아오를 공산이 커진다. 다른 웹사이트들이 네이트온 보다는 MSN과 연동을 우선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구환 상무는 “MS 플랫폼이 발전해 원하는 방향으로 생태계가 형성되면 메신저 시장 1위 탈환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 네이트온, 신기능 갑옷 중무장

한국MS의 이같은 도발을 가만히 두고 볼 SK컴즈가 아니다. 네이트온에 나름 신선한 기능들을 추가하며 MSN의 추격을 따돌리려 한다.

SK컴즈는 2009년 3월부터 네이트온에 실시간 지식 문답 서비스를 추가한다. 네이트온 접속자들끼리 궁금한 내용을 묻고 답할 수 있는 서비스로, 네이버 ‘지식IN'도 겨냥하고 있다.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SK컴즈 검색사업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SK컴즈는 네이트온 지식 문답을 비롯한 전체 검색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 11월 ‘검색연구소’를 신설했다. 흥미로운 점은 MSN을 누르고 네이트온을 메신저 1위에 올려놓은 권승환 상무가 검색연구소 소장에 임명됐다는 것. 한국MS는 중요한 시점에 같은 상대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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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컴즈는 또 안철수연구소와 손을 잡고 2009년 초부터 네이트온을 통해 PC백신 ‘V3 라이트’를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네이트온의 소프트웨어적 기능을 늘려간다는 것이 SK컴즈의 기본 계획이다.

MSN의 1위 탈환작전이 성공할까. 아니면 네이트온 천하가 이어질까. 국내 메신저 시장 패권을 놓고 벌이는 MSN과 네이트온의 전쟁 2라운드는 이제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