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지원특별법, '혁신성' 기준 과도해선 안돼"

혁신금융사업자 발목잡을 수 있어

금융입력 :2018/08/10 13:33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 규제 혁신에 힘을 실어주면서, 현재 국회 심의 중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의 제정 논의도 활발한 상태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를 지정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시장 테스트를 하게끔 하는 규제 특례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Sandbox)를 통해 금융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상품과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의 '혁신적'이라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오히려 혁신금융사업자들을 옭아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안착을 위한 과제'란 논단에서 발의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의 심사 기준 중 하나인 '혁신성'의 기준을 하위 법령이나 가이드라인을 통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혁신지원특별법안의 제5조 1항에 따르면 혁신금융사업자를 심사할 경우 해당 금융서비스가 기존 금융서비스와 비교할 때 '충분히' 혁신적인지, 이를 통해 소비자 편익이 늘어나는지를 본다. 여기서 충분히 혁신적이라는 기준이 과도하게 높아 오히려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성 심사는 금융위원장이 혁신금융심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참석해, 심의한다. 만약 혁신성 기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선정에 신중할 것이며, 선정 사업자는 줄어드는 결과를 빚는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규제 샌드박스는 원래 취지와 다르게 실효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충분히 혁신적이다라는 기준을 하부 법령이나 가이드라인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 금융서비스에 대해 규제 특례 적용 시 심사 절차 가안.(자료=금융위원회)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는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는 혁신성의 기준을 정의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원칙과 서비스가 참신하고 과거 서비스와 유의미하게 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는 '어느 기업이 샌드박스에 포함되기 위해선 제안하는 서비스가 새롭거나,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거나, 기존의 기술을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용하는 경우'로 규정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규제당국은 해외 샌드박스 참여 기업들의 혁신성 수준과 국내 여건등을 감안해 혁신금융사업자 선정을 위한 혁신성의 수준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부법령이나 지침에서 주요 판단 요소를 제시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시장과 유연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혁신금융사업자에게 획일적으로 요구하는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는 사업자에게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하며, 고의나 중과실이 있으면 피해액의 3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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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국 등에서는 이 같은 금융소비자보호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업자가 공시·고객 보호·보상 방안 등 자신에 맞는 소비자보호방안을 미리 제시하면 감독당국이 이를 승인한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자가 제공할 금융서비스에 내재된 리스크에 상응하는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소비자 보호 방안의 다양성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도 만약 어떤 금융서비스가 혁신성 요건을 충족하고 소비자 피해와 잠재적 위험 크지 않으면 자체 소비자 보호 방안을 폭넓게 인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