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매크로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없다”

전문가 “포털도 피해자...드루킹 매크로 파악부터”

인터넷입력 :2018/04/17 17:54    수정: 2018/04/18 10:35

‘드루킹’으로 불리우는 파워 블로거의 매크로 댓글조작 사건이 정치적 쟁점으로 급부상하면서, 한편으로는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포털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든 해킹을 방어할 완벽한 보안기술이란 게 없는 것처럼 모든 매크로를 막을 기술 또한 현실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인다.

따라서 포털에 책임을 묻기전에 드루킹이 사용한 매크로의 수준을 먼저 파악하는 게 순서라는 입장이다. 흔한 기술이고 예전에도 많이 쓰였던 것이라면 포털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책임을 따지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또 현행법으로도 매크로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이용자나 포털 운영사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인 만큼 사법당국의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먼저라는 주장이 많다. 불법 행위와 관련해 민간 사업자의 경우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신고하거나 고소 고발을 할 수 있을지언정 직접 수사를 해 범인을 잡고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 관련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17일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해온 인터넷 논객 김모㊽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김씨 등을 구속해 수사한 뒤,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드루킹 등 3인은 지난 1월17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약 4시간 동안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 네이버 뉴스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에 600개가 넘는 계정을 이용해 ‘공감’을 집중 클릭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밝혀지자 일각에서는 검색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 매크로 프로그램에 무방비 하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댓글조작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일부 언론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 업체들의 말을 인용, 어렵지 않게 댓글 공감수를 늘릴 수 있다는 내용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 네이버 "매크로 차단 전담 인력·기술적 조치 가동"

이 같은 주장대로 네이버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을 방치했을까.

네이버는 매크로 수법이 날로 변화하고 고도화 되고 있어 완전한 철벽을 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도, 많은 전담 인력과 기술력을 투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동일한 IP에서 다량의 계정 접속이 이뤄지거나, 하나의 ID로 여러 접속이 발생하는 경우 등 어뷰징 패턴들을 파악해 이를 걸러내는 기술은 이미 적용한 상태다. 또 특정 시간 내에 한 게시물의 공감, 비공감 수가 정해진 수치를 넘어설 경우 캡차(사람과 컴퓨터를 구별하기 위한 자동 계정 생성 방지 기술)를 띄우는 방식 등으로 부정 행위를 막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체적인 어뷰징 방지 기술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불법 프로그램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행태에 대해 기술적으로 걸러내고 있다”면서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검색 순위나 댓글 조작 시도 등이 계속 변화하고 교묘해지고 있어 완벽 방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조작은 순수한 이용자들의 정보 탐색 행위를 방해하고, 플랫폼 사업자들의 기술 로직을 해치는 행위기 때문에 불법으로 규정돼 수사기관의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댓글정책이용자패널 논의를 통해 더 효과적인 댓글정책을 고안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댓글정책이용자패널은 뉴스 댓글 운영원칙과 정책 등을 이용자와 함께 논의하는 모임이다. 구성원은 업계, 학계, 협회, 언론사 등 댓글 관련 분야에 재직하지 않는 일반 이용자 20명이다. 이들은 8월까지 월 1회 간담회를 열고 뉴스 댓글의 운영원칙과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 "포털 책임론 시기상조"·"민간에 의한 국민사찰 안 돼"

매트로 댓글조작 논란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댓글조작의 책임을 포털에 지우는 것은 무리란 입장이다.

고려대학교 김승주 교수는 “모든 해킹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없듯, 모든 매크로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없다”며 “구글, 페이스북 뿐 아니라 네이버 다음 등도 매크로를 방치할 경우 광고주로부터 광고료 산정 기준의 의문을 받을 수 있어 매크로를 막기 위해 많은 기술적 노력들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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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번 드루킹 사건에 대해 벌써부터 포털업체가 왜 못 막았냐고 묻는 것은 시기상조다. 매크로 프로그램의 기술 수준이 확인된 후 (허술한 매크로에 뚫렸다면) 포털사에 관리소홀을 탓해야 한다”면서도 “그 동안 매크로로 의심되는 조작이 몇 건 탐지됐고, 몇 건 막았는지, 또 언제 얼마나 수사의뢰를 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부분은 포털사에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네이버는 이번 댓글조작 이슈에 대한 업무방해를 입은 피해자”라며 “사업자들에게 사용자 댓글을 감시하는 의무를 법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민간에 의한 국민사찰이다. 이 문제는 책임자인 국가가 행위자를 밝혀내고 엄벌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