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질병으로 분류하기엔 근거 부족”

중독으로 인정받기 위한 내성과 금단증상 등이 아직 규정 안돼

게임입력 :2018/03/09 18:50    수정: 2018/03/10 00:14

아직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엔 어렵다는 학계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한 세계보건기구(WHO)와 달리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중독의 근거가 빈약하고 오히려 중독 규제로 인한 악 영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9일 한덕현 교수는 "내성과 금단증상 등이 수반돼야 중독으로 인정할 수 있는데 게임중독의 경우 이 부분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지적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 교수는 "게임중독은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에서도 정식 질환으로 인정되지 못했다”며 “WHO가 제시한 게임 중독의 진단 기준에도 내성과 금단증상이 빠져 있어 옥스포드대학교, 존스홉킨스대학교 등 세계적인 권위의 정신 건강 전문가도 게임중독의 질병분류를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원인과 증상 등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구분된다면 오히려 악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게임중독이 규정되지 않은 채 질병으로 구분된다면 개인의 문제로 인한 사고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신장애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어 청소년기의 일시적 과몰입이 평생의 낙인으로 따라다니고 과도한 의료비 지출 등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이를 두려워하고 배척하려는 기존 미디어가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게임포비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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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은 게임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머지않아 게임이 받는 비난을 유튜브가 받게 될 것이고 어린이를 유튜브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토론회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이번 토론회는 게임중독의 질병분류에 대한 의학, 게임, 인문사회 등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문화적 대응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9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이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주최하고 게임문화재단(이사장 김규철)이 주관했다.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