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③]“성실실패 보듬어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디지털경제 핵심은 혁신"

인터넷입력 :2017/05/10 10:28    수정: 2017/05/10 10:53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혁신 기반의 디지털 경제를 중심에 둔 국가 전략이 절실하다."

제19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은 하나같이 디지털 경제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을 것임을 공약했다.

'제4차 산업혁명'이 글로벌 경제를 재편하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 디지털 경제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일원으로서 새 정부에 큰 기대감을 갖는다.

현재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주식시장 시가총액 기준 상위 5대 기업을 보면 미국의 경우애플,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 혁신적인 디지털 기업이 네 개나 포진해 있다. 중국도 텐센트, 알리바바 두 IT 기업이 상위 5개 기업 중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IT기업은 그저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실험 정신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회사'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혁신 기업들은 실제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주축이 되고 있다. 중국도 인터넷, IT 산업에 적극 투자한 결과 최근 10년 새 가장 급격하게 성장한 경제 대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증시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에는 IT 기반의 혁신 기업이 하나도 없다. 전통적인 제조 대기업들이 1~5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나마 네이버가 간신히 6위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철강, 제조업을 대신해 혁신적인 IT 기업들이 디지털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 중국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글로벌 IT 기업들의 시가 총액은 애플 약 853조원, 구글 653조원, 텐센트 315조원, 알라바바 309조원 등으로 막대한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대표 디지털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각각 27조 원, 5.8조 원에 불과해 해외 경쟁 기업들과의 큰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은 그간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잘못했다고 지적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고,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명확히 방향성을 설정하고, 빠르게 따라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디지털 경제, 핵심은 혁신

지난 20여 년 우리는 두 번의 큰 파도를 경험했다. 1995년 월드와이드웹(www)이 열어젖힌 인터넷 세상, 그리고 2008~2009년 아이폰으로 촉발된 모바일-스마트 혁명.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지난 해 알파고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 번째 큰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3D프린팅 등 신기술은 과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일상으로 스며들어 우리의 삶은 물론 경제 질서마저 뒤바꿔 놓을 것이다. 혁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가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IT 혁신이 일자리를 빼앗아 갈 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혁신 기업들은 그렇지 않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7년부터 2005년까지 신생 IT 기업들이 매년 평균 3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같은 기간 전통적 기업들은 매년 평균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줄였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창업 기업들은 매년 평균 13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기존의 전통 산업에서는 이 기간 매해 약 89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국내에서도 혁신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기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경제를 주도해 나갈 주인공은 다름 아닌 창의적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으로 무장한 혁신 기업들이다. 그런데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들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면 걱정이 크다. 그만큼 많이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경제 중심 비전과 전략으로 이끌어 주길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는 나라들은 어떤 환경을 갖추고 있기에 혁신 기업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걸까. 미국, 중국, 독일 등 앞선 나라에서는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 실천하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아메리카', 중국은 국가의 모든 영역을 인터넷으로 혁신하는 '인터넷플러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독일은 제조업을 혁신하는 '인더스트리 4.0', 이스라엘도 창업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스타트업네이션'을 모토로 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 들어서는 우리 대한민국의 정부는 어떤 비전과 전략으로 디지털 경제를 끌어안아야 할까. IT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디지털 경제를 만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새 정부에 ▲혁신 장려 ▲창업가 정신 고취 ▲디지털 경제 생태계 활성화라는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첫째 혁신의 장려다. 혁신은 근본적 변화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경제의 원동력이다.때로는 기존의 제도와 인식, 가치관이 따라오지 못 하더라도 혁신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혁신이 만들어낸 성과를 사회 구성원이 골고루 나눠 갖도록 하는 정책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둘째 창업가 정신의 고취다. 창업가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 벗고 나설 수 있는 도전 정신을 가진 이들이다. 대한민국에 더 많은 혁신 기업들이 생겨나도록 하고, 이들이 디지털 경제의 주축으로 성장하도록 하려면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다면 누구나 과감히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셋째 디지털 경제 생태계 활성화다. 기업이 선수라면 국가는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우수 선수들이 더 넓은 시장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규칙을 지키는 가운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창업가 정신으로 도전한 이들이 혹여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 번 일어나 재도전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더 많은 혁신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이라는 난제에 직면한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변화의 큰 물결을 마주하고 있다. 허둥지둥 대다가 도태될 것인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이정표는 다름 아닌 혁신과 디지털 경제다.

새 정부와 국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혁신 기업들도 그 길에서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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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디지털경제가 답"

②“강한 ICT 정책 절실"

③“성실실패 보듬어야"

④"유료방송 정상화 필요"

⑤"ICT 르네상스 만들자”

⑥"車 컨트롤타워 필요"

⑦"4차혁명 잘 대응해야"

⑧"3D 프린팅 육성 절실"

⑨"SW산업 선순환 구조 만들자"

⑩"4차혁명, 구름 위에서 꽃피도록"

관련기사

⑪"게임, 미래산업으로 지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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