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논의만 거듭

ICT 기업 자본금 확충 야당 반대에 발목 잡혀

금융입력 :2017/02/20 18:13

송주영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지속성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학영 의원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 유예 입장을 밝혀 진통이 예고됐다. 이 의원은 간사로 정무위 내 의견 조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가 20일 개최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관련 법률 제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금산분리라는 오래된 원칙도 소중하다”며 “허가를 했으니 1년이라도 사업진행 경과를 봐야지 자칫하면 (소유규제) 둑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1년 동안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살펴보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를 다시 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공청회에는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교수,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 이학영 의원, “1년이라도 사업진행 경과 봐야”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채널을 통한 서비스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 속에 출범했다. 지난 24년 동안 새로운 은행의 출범이 없이 정체된 은행산업에 IC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은행 산업, 서비스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 출범 의도다.

그러나 사업 지속성을 위한 자본금 확충은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자본금으로 대출을 할 계획이지만 현재의 자본금만으로 부족하다.

20일 국회 정무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련 법률 재개정에 관한 공청회'

케이뱅크 자본금이 2천500억원, 카카오뱅크는 3천억원에 불과해 주력사업인 중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 증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케이뱅크는 시스템 구축과 인건비 등으로 증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카카오나 KT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증자를 하려해도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10%, 의결권 지분 4% 한도 규제에 가로막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발걸음은 바쁜데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는 몇년째 계속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견 조율 역할을 하는 간사를 맡고 있는 이학영 의윈이 은산분리 유예에 무게를 싣는 발언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긴장이 더 커졌다.

■케이뱅크 “대출을 실행하게 되면 자본금 부족”

이 의원은 질의를 통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당장 완화해야 하는지, 규제가 완화되면 다른 사업자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 질의에 대해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연간 여신규모를 4천억원 정도로 예상하는데 수신업무를 하겠지만 대출을 실행하게 되면 자본금만으로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KT는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은 채 증자를 하려면 KT가 지분을 늘리는만큼 다른 주주들도 지분을 늘려야 한다. 규모, 업종, 이해관계가 다른 20여개 주주들을 일일이 설득해야 해 그 과정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규제를 푸는 대신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사금고로 활용할 수 없도록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하라는 것이 케이뱅크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대 교수는 “사고가 났던 경우는 규칙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독규정을 어겼던 것”이라며 “급할 때는 규정도 어길 것이기 때문에 사후 규제만 가지고는 위험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이학영 의원도 “사후규제만 가지고 통제가 가능하다면 굳이 특례법이라는 형태로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사후규제만으로 통제가 어렵다는 전 교수 의견에 동의했다. 전 교수는 이달 초 이학영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반대 의견으로 발제를 맡기도 했다.

■“핀테크 시대 왔는데 은행법은 9년전과 같아”

이날 공청회에서 이학영 의원의 유예 의견 외에 일부 야당 의원들의 규제 완화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도 많았다.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은 “대한민국 은행법은 10년 전과 똑같다”며 “9년전 산업자본 의결권 제한 규제를 4%에서 10%로 변경했다가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또 “핀테크 시대를 맞이해 금융은 새로운 방향과 도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9년 전 얘기를 계속 하고 있다”며 “문을 열고 잘못된 것을 지적해 엄벌에 처해야 하는데 우려가 있다고 입구를 틀어막자고 하니 9년 전과 입구가 똑같다”고 말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논의는 은산분리 규제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소매금융 시장은 공급자 중심인데 소비자 중심으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대형은행이나 고금리 일변도로 가는 대부업체의 폐단을 조정하고 소매금융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발상을 대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논란을 해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케이뱅크가 영업을 개시하려고 하고 있고 카카오뱅크도 9월부터 하려고 하고 있는데 여건을 제대로 마련해주고 독소라고 할 만한 사항은 철저히 가려내는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중국도 핀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뒤쳐진다고 하면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태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 ICT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지만 금융은 세계적인 서비스가 없다”며 “ICT는 발을 묶고 금융에게 인터넷을 주도하라는 것이 맞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