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또 찬반 공방

서비스 개시 앞두고 발목 잡혀

금융입력 :2017/02/02 17:31    수정: 2017/02/02 17:32

송주영 기자

“핀테크 혁명은 은행산업의 경쟁을 강화해주는 부분이 있다. 시중 은행들이 지난 2년 동안 모바일뱅킹을 내놓고 기술 개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선제 방어의 일환이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한다.”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최훈 국장)

“혁신은 다양한 문제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4차산업혁명과 핀테크 사업의 세계적인 변화를 우리는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작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의 혁신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겠나. 너무 큰 기대를 할 필요가 없다.”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고동원 교수)

“인터넷전문은행이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가. 별로 없는 것 아닌가. 산업자본이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해 국가에 기여하고 싶다면 저축은행으로도 가능하다.” (참여연대 김성진 변호사)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은산분리 규제 완화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학영,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주최로 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문제 진단 토론회’에서 참여연대와 일부 학계는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금융위원회 및 카카오뱅크 측은 찬성하는 입장을 설명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플랫폼 사업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ICT 기업들의 은행 지분 소유 비율 4%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규제 완화는 은행을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시키는 등 부작용이 더 크니 규제 완화는 성급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를 시작한 2년이 지났지만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원회와 카카오뱅크는 이날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로 지난 24년 동안 신규 경쟁자 없이 리스크관리 중심의 몸집 불리기에 집중했던 은행산업에 ICT 기술을 이용해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참여연대와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은 혁신은 은산분리 없이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이뤄낼 수 있다며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규제를 푸는 개정안 통과는 성급하다는 우려를 보였다.

■금융위 “은산분리 완화 아닌 제한적인 예외일 뿐”

금융위원회도 은산분리 자체를 완화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 최훈 국장은 이날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해 “산업간에 벌어질 속도의 위기감 때문”이라며 “정부는 은산분리를 완화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4차산업혁명 안에서 핀테크가 파괴적인 기술형태로 금융산업에 스며들고 있다”며 “이를 그대로 놔둘 것이냐, 제도와 조화시킬 것이냐가 정책당국의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 국장은 “은산분리는 시장상황과 특수성을 반영한 규범의 형태라고 보는데 유연성은 늘 있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에 대한 제한적인 예외를 시도해보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강조했다.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학영, 전해철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공동주최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토론회 전경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핀테크 혁신은 ICT 기업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산업 내에서 핀테크 산업 접목을 시도하라는 반대진영 논리에 대해 “우리나라 뱅킹 앱은 모바일 퓨어로 한계가 분명하다”며 “4개 은행의 앱이 77개나 되는 것이 뱅킹앱의 현실”이라며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은행 앱의 개발 방식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미 중국은 3곳의 ICT 기업에 금융 라이선스를 줬다”며 “우리나라 빅데이터 전문가는 ICT 기업에 다 있고 그나마 많지도 않은데 금융데이터를 분석해 신용평가 등급을 개발할 은행, 모바일로만 돈을 주고받는 결제시스템 등 은행 혁신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인터넷전문은행 장점 없어”

이날 토론회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나타내는 참여자들이 많았다. 반대 의견을 낸 토론자들은 은행업 내에서 핀테크 혁신을 하라고 의견을 모았다.

참여연대 김성진 변호사는 “산업자본인 대주주가 은행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원할 수 있다”며 동양그룹이 위기에 몰리자 1조3천억원에 달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해 이중 9천942억원이 지급불능으로 처리된 동양증권 사례를 들었다.

또 그는 “ICT 기업이 가진 정보를 비식별화해 유통한다면 다른 은행들도 이 정보를 가질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갖고 있는 장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동원 성대 교수는 “정보통신기술이 아닌 금융기관이 주도하면 성공을 못하냐”며 “정보통신 전문인력을 채용해 월급을 많이 주면 가능할텐데 ICT 기업이 이것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더 중요한 것은 여신과 리스크관리인데 이는 은행업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이지 ICT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대의견 토론자들은 중금리대출을 위한 신용정보에 대해서 식별정보는 어차피 기업을 넘어 사용할 수 없고 비식별정보는 판매가 가능한데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위험을 지고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장 다음달 서비스 시작인데 규제 완화 언제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막 준비하던 지난 2015년부터 이어졌지만 이날 토론회만 보면 진전이 거의 없었다.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 개시가 당장 다음달로 다가왔고 그 사이 소비자들의 금융거래 니즈도 바뀌고 있지만 논의는 답보 상태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증자를 통해 ICT 기업의 지분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분위기도 나아지는 듯 보였다. 야당 의원도 특례법을 통해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지분 비중을 4%에서 34%까지 높여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가 최순실 사태를 맞으며 은행법 개정안과 특례법 개정안 논의가 중단됐고 다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케이뱅크의 본인가 신청을 승인했고 카카오뱅크의 본인가 승인도 접수해 심사를 시작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200여명에 달하는 조직을 갖추고 IT시스템 개발도 완료하는 등 서비스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자본금은 케이뱅크 2천500억원, 카카오뱅크 3천억원으로 당장 서비스를 시작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향후 거래 규모를 늘리고 사업을 지속하려면 ICT 기업 중심의 증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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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현재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은행법 개정안 2개, 특례법 제정안 3개 등이다. 강석진 의원(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바른정당)이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까지 비금융주력자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의동 의원(바른정당)은 이를 특례법으로 제정하자고 발의했으며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은 특례법 형태로 의결권 있는 주식의 34%까지 지분한도를 늘리자고 발의했다. 이중 김용태 의원과 김관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대주주 신용공여를 금지하는 규제도 함께 두고 있다. 이들 법안은 국정 혼란 속에 계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