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의료정보 거래에 수조원이 움직인다”

사회과학자 아담 태너 “의료정보 매매 문제 논의해야”

인터넷입력 :2017/01/12 10:04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어둠의 경로로 판매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의료 데이터가 수조원 규모로 매매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인 의료정보 매매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국내에 있는 약국과 병원에서 수집한 4천399만 명의 개인정보를 사들여 해외 빅데이터 기업에 판매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기업이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사고파는 것으로 수조원을 벌고 있다고 폭로한 책 ‘우리의 몸, 우리의 데이터’(Our Bodies, Our Data)의 저자인 사회과학자 아담 태너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아담 태너에 따르면 환자가 어떻게 병에 걸리게 됐는지, 어떤 수술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등 의료에 관한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매매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매매가 되는 의료 데이터에서 이름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삭제되고 있다. 의료 데이터 브로커 등에 따르면 예를 들어 ‘김 아무개’라는 환자의 의료 데이터는 이름이 삭제돼 단순하게 ‘24601’같은 숫자의 나열로 표기된다.

아담 태너는 “담당 주치의밖에 자신의 의료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개인 의료 정보가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에 따르면 환자의 의료 데이터는 성별, 나이, 주거 지역 등 4가지 정보가 포함돼 판매되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 마이닝(여러 데이터 가운데 숨겨져 있는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해 미래에 실행 가능한 정보를 추출해 내고 의사 결정에 이용하는 과정)을 생업으로 하는 데이터 마이너는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대형 약국 체인들로부터 받은 처방전과 상호 참조한다.

싱크탱크인 센츄리 파운데이션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는 매매되는 의료 데이터의 구성 부분에 연결돼 있지 않다. 환자의 이름과 처방 약물 등의 정보가 서로 이어지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트니스 기기, 검색 엔진의 정보와 같은 다른 형태의 데이터는 완전히 규제가 없기 때문에 신분과 주소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있다. 개인정보와 의료 데이터 두 가지 데이터를 상호 참조하며 환자의 자세한 정보를 추측하는 수법도 유행하고 있는데, 아담 태너는 이런 예측 자료가 “놀라울 정도의 정확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데이터 과학자들이 법률 규정을 피하면서도 매우 정교한 추측이 가능하고, 익명화된 환자의 이름 등을 밝혀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기업들이 의료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세계 100여개 나라에 의료 산업에 최첨단 의료 정보와 고급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IMS 헬스도 그 중 하나다.

아담 태너는 “우리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의료 데이터 매매에 대해 검토할 시기라고 역설했다.

한편 지난 달 국내에서도 의료정보 매매사건이 일어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약학정보원, 한국 IMS헬스, 지누스 등이 국민 건강정보를 매매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에 시민단체들은 지난 달 이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형사재판부에 발송했다.

전국 약국과 병원에서 수집한 4천399만 명의 개인정보 50억건을 미국 빅데이터 업체인 IMS헬스와 매매한 사건이며, 내달 3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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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민단체들은 “이름도 모르는 외국 기업에 자신의 건강정보가 판매됐다는 소식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면서 “거의 모든 국민 건강에 관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사들여 이를 외국 기업에 판매했다는 점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IMS, 약학정보원, 지누스 등은 식별정보를 암호화해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아니며 이런 것이 위법이라면 국내 빅데이터 산업의 싹을 자르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개인정보의 암호화는 개인정보의 식별을 제거하는 수단도 아니고 식별정보가 포함된 건강정보 거래는 빅데이터 산업과도 무관하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