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여론조사, '빅데이터 민심' 못 읽었다

전통방법 한계…인터넷조사 병행 LA타임스만 '정답'

인터넷입력 :2016/11/09 18:16    수정: 2016/11/09 18:4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뉴욕타임스도 틀렸고, CNN도 틀렸다. 미국 의회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네이트 실버도 이번 재앙은 피하지 못했다.

8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실시된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언더독’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다. 적어도 지금까지 공표된 여론 조사 결과만 놓고보면 대이변이다.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선거 직전 실시된 19개 여론 조사 중 트럼프 승리를 점친 곳은 2개에 불과했다. 파이브서티에잇 역시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할 확률이 71%”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로 나왔다. 특히 플로리다를 비롯한 5대 경합주에선 모두 트럼프가 승리하는 대이변이 연출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전통적인 조사방법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공식 페이지)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역시 ‘대놓고 말해야 하는 조사방법’의 한계 때문이란 설명이다. 낯모르는 조사원에게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화당 쪽 전략가인 선거 전문가 마이크 머피는 “난 30년 동안 정치에서 데이터를 믿어왔다. 그런데 오늘밤 그 데이터가 죽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전통적인 여론조사 방법이 더 이상 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보인 셈이다.

■ 조사 전문가 "오늘밤 데이터는 죽었다" 고백하기도

왜 그런 결과가 생겼을까? 선거 직전 실시된 19개 여론 조사 중 유이하게 ‘트럼프 승리’를 점쳤던 LA타임스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팀의 조사 방법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USC 경제 및 소셜리서치를 위한 돈사이프센터 책임자인 아리 캡테인은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일부 유권자들은 사람 조사원에게 트럼프 지지 사실을 인정하길 부끄러워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지지자들은 지지의사를 선뜻 밝히는 반면, 트럼프 쪽은 그렇지 않았단 것이다. USC 등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조사를 병행했다고 밝혔다.

USC 조사팀은 또 대부분의 여론 조사 팀이 2012년 대선 때 투표하지 않았던 유권자들 중 이번 대선에서 투표한 층을 무시한 것 역시 패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 지지자였다는 것이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막판에 클린턴 이메일 재조사 의향을 공개한 부분 역시 트럼프 지지자들을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USA투데이가 분석했다. 이들 역시 여론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조사 방법과는 반대로 구글을 비롯한 소셜 빅데이터 쪽에선 이미 트럼프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구글 트렌드는 지난 1년간 트럼프 검색 수치가 클린턴을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연관 검색어 역시 트럼프는 공약을 비롯한 부가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반면 힐러리는 건강, 이메일 논란 등 부정적 이슈가 많았다.

구글 트렌드가 집계한 미국 대통령 선거 주요 후보 검색량 비교 그래프. (사진=구글)

■ 1936년 갤럽의 조사 혁신, 이젠 또 다른 방법 필요?

지금같은 여론 조사 방법이 자리를 잡은 것은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였다. 당시 무명이나 다름 없던 갤럽은 표본조사 방법을 도입해 루스벨트의 대통령 당선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당시 갤럽은 5천명만 표본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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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당대 최고 잡지였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는 석달 동안 237만 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조사하고서도 엉터리 결과를 내놨다. 당시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의 조사 방법으론 저소득층의 표심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브렉시트에 이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 조사기관들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여론조사 대재앙’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조사의 대실패와 구글 같은 빅데이터 분석의 성공은 이런 분석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