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호무역 현실화...산업계 영향은?

대미수출 의존도 높은 차·전자 업종 타격 우려

홈&모바일입력 :2016/11/09 18:09    수정: 2016/11/10 14:42

정기수, 정현정, 조재환 기자

미국 45대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산업계가 셈법 계산에 분주하다. 특히 그간 자유무역주의를 지지해 온 버락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집권에 따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예상되고 있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업계와 전자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선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곳은 자동차 업계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고 폄하하면서 GM(제너럴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국 업체의 경쟁력 강화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강조해왔다. 아울러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주장하며 보호무역 강화를 지속적으로 천명해 온 만큼, 대미 수출장벽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트럼프의 주장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자동차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맏형인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76만1천71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 중 수출 물량은 36만3천75대로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한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말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62만5천818대 가운데 수출 비중이 63%(39만3천948대)에 육박한다. 미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차가 약 18%, 기아차가 약 25%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도널드 트럼프 홈페이지)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의 현실화를 위해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관세를 부활할 경우 수출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입 관세 조항은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4년내 무관세인 만큼, 올해부터는 국내 업체의 수출 물량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높지만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기준 미국 판매 중 현지 생산 비중은 각각 70%와 36%다. 미국 시장 평균인 79%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가 미국 고급차 시장 공략을 위해 출시한 제네시스 G90·80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수출되고 있어 관세가 부활되면 판매량은 물론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올 9월 연산 40만대 규모의 멕시코 공장의 가동에 들어간 기아차는 미국이 멕시코와 NAFTA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현지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NAFTA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으로 들여오는 멕시코 생산품에 관세 35%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은 바 있다. NAFTA에 대한 재협상이 현실화되면 북미와 중남미 국가에 무관세 수출을 계획한 기아차의 전략에도 혼선이 빚어지게 된다.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생산차량의 80%를 북미, 중남미 등 해외로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업계는 실제로 관세가 부활한다고 해도 의회 승인 등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트럼프 집권 이후 정책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인한 정책 변화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면서 "멕시코 공장 문제, FTA 관세 문제 등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적절한 대응책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사진=현대차)

전자업계 역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가 몰고 올 여파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지난해 42조5천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16조3천9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업체의 북미 판매량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생산공장에서 TV 등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만큼, 멕시코 관세 부활 공약이 실현된다면 이들 업체의 수익성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트럼프 정권이 자국 근로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입안할 경우 현지 공장이 없는 외국기업에 대한 수입제한, 세금인상 등 각종 장벽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공장이 있지만 반도체 공장이어서 가전과 스마트폰은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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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자국기업을 우선시 하고, 기존의 무역협정을 재검토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주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국 기업과의 협력이나 IT 관련 부품, 제품의 수출 환경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며 "향후 정책 방향이 확정돼야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시장 내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 추진해와 환율, 금리 등 변동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내 공장이 없는 회사들에 대한 '수입 제재', '세금 인상' 등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수, 정현정, 조재환 기자guyer73@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