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이통사, 고객·중소업체 위한다더니…

갑질 횡포, 불법 다단계 판매, 부당 광고 적발

방송/통신입력 :2016/05/13 16:58    수정: 2016/05/13 16:58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들이 최근 잇따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 및 시정조치를 받고 있어 자정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정조치를 받는 이유도 협력사에 대한 부당한 갑질부터 이용자 기만까지 다양하다.

■KT, 중소기업에 ‘갑질’하다 과징금 및 시정 명령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은 중소업체에 대한 KT의 ‘갑질’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관련기사 보기

2014년 4월 공정위는 KT가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 17만대(510억원)를 제조 위탁한 후 판매가 부진하자 제조 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8천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KT는 2010년 통신기기 제조 중소기업인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 17만대를 제조 위탁했지만 판매 부진과 발주 지연, 재고 부실 등의 이유로 위탁 계약을 무효화했다. 해당 업체에 다른 태블릿 PC 등의 제품을 발주하는 대신 기존 17만대 위탁 계약을 없던 일로 했다.

결국 해당 업체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상장 폐지됐다.

이에 공정위는 “사업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제조 위탁을 임의 취소한 '부당한 발주취소'"라며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KT는 공정위 결정에 반발, 행정소송을 진행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판단이 옳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KT는 당시 고객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만큼 제품 하자가 중대했고, 양사가 협의해 변경계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해당 업체가 생산능력이 부족해 기한 내 납품이 불가능했다는 주장도 했지만 이 역시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공정위 심판관리관 송무 담당관은 “KT 주장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고등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만큼 KT가 대법원 상고를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에서는 면피하기 위해 상고를 하겠지만 고등법원이 사실관계를 파악해 판결을 한 만큼 대법원 판결에서도 99.9% 승소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불법 다단계 판매 덜미

공정위는 지난 12일 이동통신 다단계 4곳에 대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했다.☞관련기사 보기

이번에 불법 행위가 적발된 이통 다단계업체들은 아이에프씨아이, 비앤에스솔루션, 엔이엑스티, 아이원 등이다.

위반사항은 ▲휴대폰 단말기 가격과 약정요금을 합쳐 160만원을 초과하는 이동통신 상품을 다단계판매원 및 소비자에게 판매한 행위 ▲다단계판매원이 되려는 자에게 연간 5만원을 초과하는 이동통신 상품의 구매 부담을 지게 한 행위 ▲법정 후원수당 지급총액 한도 초과 행위 등이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이중 아이에프씨아이와 비앤에스솔루션은 사실상 LG유플러스가 주도하는 이통 다단계 업체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작년 5월 공정위에 조사요청을 의뢰했고, 공정위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시정명령과 과태료 300만원 부과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서울YMCA는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에 비해 공정위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서울YMCA 측은 “이동통신 다단계를 통한 피해규모와 달리 이번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해 보인다”며 “LGU+, IFCI, B&S솔루션은 즉시 이동통신 다단계를 중단하고, 통신다단계 피해에 대한 보상과 대책을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제한인 듯 무제한 아닌 요금제”로 소비자 기만

국내 이통 3사는 하나같이 각종 통신 상품에 ‘무제한’이라는 용어를 앞세워 고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렸다.

가령 'OO 무한 요금제‘, ‘무제한 데이터’, ‘무제한 통화’, ‘3시간 동안 데이터 마음껏 사용’과 같은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음성통화는 휴대전화 통화만 무료이고, 유선전화나 국제전화, 영상통화에는 추가 요금이 부과됐다. 데이터도 기본 제공량을 소진하고 하루 일정량 이상을 쓰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LTE급에서 3G급으로 떨어졌다. 외형적으로는 무제한 요금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예외적인 단서가 붙은 '조건부 무제한 요금제'였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공정위 잠정동의 의결안에 제시된 개선방안.

공정위는 2014년 10월부터 이통사들이 특정 LTE 요금제와 관련한 데이터, 음성 또는 문자 무제한 이라는 표현이 위법한지를 조사했다. 이에 이통 3사는 지난해 10월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이를 공정위가 수용하면서 동의의결 절차가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 3월 이통 3사는 데이터 무제한으로 광고된 각 요금제에 광고시점부터 동의의결 신청일까지 가입한 이력이 있는 약 736만 명에 LTE 데이터 쿠폰을 제공하는 잠정 동의의결안을 내놨다.☞관련기사 보기

또 음성 무제한으로 광고된 각 요금제에 광고시점부터 동의의결 신청일까지 가입한 이력이 있는 이용자 전체(약 2천508만 명)를 대상으로 부가, 영상 통화 서비스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향후 요금제 등과 관련된 광고를 할 때 사용한도가 존재하거나 제한사항이 있는 경우, 문자에 대해서는 ‘무제한’이라는 표현의 사용을 중지하기로 했다. 또한 데이터나 음성의 사용한도나 제한사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시하기로 했다. 단 이 때 ‘무제한’ 표현 자체는 허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소비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요금제를 변경할 때 요금제별 데이터, 음성, 문자 등의 사용한도와 제한조건을 인지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지난 4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미래부에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요금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요금제 명칭에 무제한 또는 무한을 붙이려면 최소한 데이터, 통화, 문자 메시지 중 어떤 서비스가 무한 사용이 가능한 것인지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관련기사

이에 LG유플러스가 요금제 명칭에서 ‘무한’, ‘무제한’과 같이 사용자들이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문구를 없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 역시 같은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통 3사 모두가 신규 사업과 서비스를 위해 고객 혜택을 강화하고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고객을 우롱하고 중소업체를 곤란에 빠뜨렸다”면서 “모바일 시대를 맞아 파트너와의 협업과 고객 신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만큼 이통사들이 더욱 정직한 서비스와 기업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