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소셜커머스 그루폰, 알리바바 타고 부활할까?

유통입력 :2016/02/17 09:44

황치규 기자

중국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미국 소셜 커머스 업체 그루폰 주식 3천300만주를 인수했다. 그루폰 지분 5.6%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이번 투자로 알리바바는 그루폰 4대 주주가 됐다.

알리바바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그루폰 주가는 40%나 껑충 뛰었다.

알리바바가 그루폰에 투자한 목적은 베일 속이다. 알리바바는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루폰은 오프라인 상점에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크게 할인해 판매하는 데일리 딜(Daily Deals) 서비스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했지만 지금 위세는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만 해도 주가가 60%나 떨어졌다. 현재 기업 가치는 23억달러 수준. 구글이 2010년을 그루폰를 인수하기 위해 제시했던 60억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금액이다. 당시 그루폰은 구글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그루폰은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9월에는 1천1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해외 사업장 직원들이었다.

그루폰 등 소셜 커머스 회사들이 성장세가 꺾인 건 지역 상점들이 이들을 거치지 않고도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을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CNN머니는 전했다.

이를 보여주듯 아마존도 지난해말 데일리 딜 서비스인 '로컬'을 접었다. 그루폰과 소셜 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하던 리빙소셜도 200명 가량을 감원했다. 아마존은 한때 리빙소셜 투자사였다. 그러나 2012년 리빙소셜 지분을 1억6천900만달러에 손실 처리했다.

올초 유통 업체인 허드슨스베이는 럭셔리 소셜 커머스 서비스인 길트 그루페를 2억5천만달러에 인수했다. 길트는 한때 회사 가치가 10억달러에 달했던 서비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루폰은 데일리 딜 서비스를 넘어 여행 등 다른 커머스 영역으로 확장했다.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같은 전통적인 온라인 유통 서비스와 비슷한 그루폰 굿즈와 그루폰 스토어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CNN머니는 최근 그루폰 실적을 보면 분위기 반전 전략은 먹혀들기 시작한 듯 하다고 전했다. 알리바바가 투자를 결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루폰 주가는 여전히 유동성이 크다. 단기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마 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씨넷)

알라바바 투자는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알리바바는 오픈마켓인 타오바오, B2C 쇼핑 사이트인 티몰에서 범람하는 위조 제품에 대응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해 20%나 빠졌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쳐왔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알리바바는 현재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 우버와 경쟁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 리프트 지분도 갖고 잇다. 중국에서는 데이트 사이트인 모모,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등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중국 신문인 차이나 사우스 모닝 포스트도 인수했다. 중국의 유튜브로 불리는 유쿠투도우도 인수 과정에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 오프라인 가전 유통 업체인 쑤닝에도 46억달러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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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폰 투자는 이 같은 전방위 투자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알리바바 투자 이후 그루폰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을 보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루폰이 알리바바를 등에 업고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