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파괴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만들고 싶다"

염재승 텀블벅 대표 "창작자 지원에 집중"

인터넷입력 :2016/02/16 15:42    수정: 2016/02/16 17:51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표방하는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굴러가는 곳은 많지 않다.

2011년 데뷔한 텀블벅은 꾸준히 성장하는 국내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힌다.

텀블벅의 주특기는 창작에 특화된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이다. 서비스 공개 이후 현재까지 모인 후원금은 72억원 규모.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배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만 29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고, 한 프로젝트는 목표 금액의 8천%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번에 8천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끌어모은 프로젝트도 있다.

텀블벅 염재승 대표

염재승 텀블벅 대표는 작지만 파괴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크라우드 펀딩들의 범람 속에 창작자나 스타트업과 같이 성장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텀블벅은 문화예술 분야에만 한정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아니다. 창작물이면 어느 분야든지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

"무엇인가 산출해 내는 것이 있는 프로젝트이면 환영입니다. 창작자에게 집중하는 것이 텀블벅의 장점이죠. 텀블벅은 창작자들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붐이 일어나기 전인 2011년부터 그랬고, 지금도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텀블벅을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돈 문제를 해결해주는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는 의미다.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프로젝트 기간을 늘리거나, 중복 펀딩 같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창작자들이 현실적이고 알맞은 목표액을 설정하고, 프로젝트에 성공할 수 있게 조언하고 있어요. 목표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프로젝트가 무산되기 때문에 기간과 목표액 설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텀블벅에서 후원자들이 선호하는 후원금 범위는 1만5천원에서 2만원 사이다. 프로젝트가 좋다고 후원자들이 무턱대고 돈을 대주는 건 아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해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법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후원금액에 걸맞는 보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10만원 후원했는데 음반 하나, 책 한 권 준다고 하는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텀블벅의 수익 모델은 수수료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5%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수수료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낮추는 걸 고민중이다.

"창작자들에게 받는 수수료를 올릴 생각은 없어요. 수수료 말고 추가 수익 모델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송에 관심이 많아요. 창작자들의 창작물을 배송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많이 겪고 있는데, 그 불편함을 덜어주고 싶습니다."

텀블벅에 참여하는 창작자들은 프로젝트가 성공한 후 후원자들에게 리워드(창작물 등)을 보낼 때 하나하나 주소를 적고 포장해 우체국에 가거나, 택배기사를 부른다. 이를 감안해 텀블벅은 후원자들 주소를 바코드화 시켰다. 창작자들이 일일이 주소를 적을 필요가 없이, 바코드만 출력해 상자에 붙이면, 택배회사가 물건을 가지러 와 물류센터에 보낸다. 물류센터에서 바코드를 찍으면 송장이 인쇄되는 프로세스다.

"창작자는 바코드를 붙여 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후원자들에게 많은 리워드를 어떻게 배송할지 고민 안 해도 되게 했습니다. 창작자들은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작은소녀상

최근 텀블벅은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시작한지 46시간여 만에 목표 금액인 1억원을 돌파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3월 31일까지 계속 진행되며, 후원자에게 보내질 작은 소녀상 제작 비용을 제외한 후원금은 모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감 회복을 돕기 위해 설립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손잡는 정의기억 재단'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텀블벅은 창작자들이 원하면 포장이나 배송 서비스까지 대행해준다. 이번에 진행되고 있는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에서 창작물 포장과 배송도 텀블벅이 맡았다.

지난해 텀블벅은 네이버, DCM, 스트롱벤처스로부터 약 17억원을 투자 받았다. 투자금은 채용에 가장 많이 쓰인다.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 욕심이 가장 커요. 지난 4년간 텀블벅을 이끌어 오면서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좋은 선수들이 있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느꼈고, 그 생각 때문에 채용에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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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으로 처음 텀블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의사결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회사 규모가 커지고 직원이 늘다보니 염 대표는 조직문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나누는 문화가 절실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도입한 게 반말제도다.

위아래 구분 없이 '님'이라고 하고 서로 존댓말을 쓰는 회사들이 늘고 있지만, 텀블벅은 모든 직원들이 서로 닉메임을 부르며 반말을 쓴다. 염재승 텀블벅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 안에서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확실하게 믿는 모습이다. 반말로 대표되는 자유로운 문화 속에서 텀블벅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