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원조' 야후는 왜 실패했나

"인터넷 변했는데, 여전히 옛 방식 고수"

인터넷입력 :2015/12/10 17:48    수정: 2015/12/10 17:4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한 때 최고 인터넷 기업으로 군림했던 야후가 결국 둘로 나눠진다.

야후는 9일(현지 시각) 이사회를 열고 31억 달러에 이르는 알리바바 지분 분사 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대신 포털을 비롯한 핵심 사업 부문을 떼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결국 포털을 비롯한 기존 핵심 사업은 떼내고 본체는 알리바바 투자 회사로 남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메이너드 웹 야후 회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마리사 메이어 CEO가 핵심 사업들을 잘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로써 1990년대 이메일을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로 시작한 야후는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 때 인터넷 세상을 지배했던 야후. 하지만 이젠 본체를 떼내고 투자 회사로 남게 됐다. (사진=씨넷)

■ 온라인 콘텐츠 묶음 서비스 장점 사라져

야후는 1990년대말 미국 초기 인터넷 시대를 대표하는 회사였다. 구글이 본격적으로 득세하기 전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던 회사였다. 이런 회사가 불과 20년도 채 안 된 사이에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이에 대해 미국의 IT 전문 매체 씨넷은 “인터넷은 달라졌는데 야후는 그러질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 콘텐츠 묶음을 만든 뒤 이용자들이 한 곳에서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해 준 게 야후의 경쟁 포인트였다는 것. 하지만 인터넷 사용 방식이 바뀌면서 이런 장점들이 전혀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메일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혹은 스마트폰 앱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된 상황 자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야후의 실패 원인이라고 씨넷은 진단했다.

야후 공동 창업자 제리 양. (사진=씨넷)

야후는 웹 초창기인 1995년 명실상부한 포털 사이트로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볼만한 사이트를 추천해주면서 인터넷에 갓 입문한 많은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 공중전화가 인기를 끌던 시절 필수품이었던 전화번호부와 비슷한 역할이었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이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야후 같은 포털에 닥친 첫 번째 도전은 검색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구글이다.

그 다음에 새로운 흐름을 만든 것이 바로 SNS다. 특히 스마트폰이 생활 필수품이 되면서부터는 사람들의 온라인 소비 활동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야후 같은 포털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10월 야후의 월간 이용자는 2억1천만 명에 달했다. 야후 앞자리에 있는 건 구글과 페이스북 뿐이었다.

문제는 이용자 수가 아니라 관련성이었다. 웹 초창기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켰던 ‘관련성 높은 정보’란 장점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앤드루 립스맨 컴스코어 부사장은 씨넷과 인터뷰에서 “소셜 미디어가 거대해지면서 최근 10년 사이에 모바일이 핵심으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후는 그런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 너무 늦었던 마리사 메이어의 개혁

최근 10년 사이에 야후의 이용자 수는 증가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해답을 구할 땐 구글을 찾았고, 친구들과 소통할 땐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야후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야후가 이런 거대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야후는 한 때 검색 분야에선 구글을 앞질렀던 적도 있었다. 플리커와 텀블러는 SNS적인 요소가 적지 않았다.

야후 구원 투수로 영입됐던 마리사 메이어. 하지만 그의 본격적인 개혁도 시대 흐름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진=씨넷)

야후는 또 모바일 앱 현대화 작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구글 출신인 마리사 메이어는 3년 전 CEO로 취임한 뒤 이런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마리사 메이어가 방향 전환을 하려고 할 때 이미 너무 늦었다. 인터넷 주도권은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손에 넘어간 뒤였다.

야후가 오래 지속해 왔던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동안 페이스북 같은 신흥 주자들은 새로운 온라인 비즈니스를 개척했다. 오랜 경쟁자인 구글과 아마존 역시 새로운 실험들을 계속해 왔다.

구글은 주력이던 검색을 넘어 스마트폰 플랫폼과 이메일 서비스, 웹 브라우저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모바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머신 러닝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 한 때 위기 겪던 아마존도 변신 성공

아마존도 이젠 더 이상 전자상거래 쪽에만 발을 걸친 업체가 아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새로운 인터넷 흐름에 잘 대응해 왔다.

킨들 같은 자체 플랫폼 역시 아마존 생태계를 모바일 쪽으로 확대하는 첨병 역할을 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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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사진=씨넷)

반면 야후는 20년 전 첫 등장하던 때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씨넷은 “20년 전엔 야후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최신 도구였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사물인터넷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도구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씨넷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인터넷의 변화 자체를 이끌어내면서 자체 변신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한 때 인터넷의 역사를 만들었던 야후는 이런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한 끝에 결국 뒷방 신세로 밀려나게 됐다고 씨넷은 진단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