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수수료 '제로'...매출 30% 포기?

수수료 비판 및 규제 탈피…“국민서비스 도전"

유통입력 :2015/07/28 15:10    수정: 2015/07/28 16:38

음식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 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돌연 ‘바로 결제’ 수수료를 포기했다. 매출의 30%(2014년 기준)에 달하는 수익을 내려놓겠다는 깜짝 발표여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장, 인터넷 업계에서는 “음식배달앱 시장 1위 자리를 내놓겠다는 뜻이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그만큼 매출보다 고객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우아한형제들의 도전이 ‘신의 한수’가 될지 ‘신의 실수’가 될지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또한 이번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내달 1일부터 모바일앱 주문에 해당하는 바로결제 수수료를 업주들로부터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공개한 바로 결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30%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지난해 배달의민족 전체 매출이 291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87억원에 해당하는 매출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지난해 150억원에 달하는 적자 규모가 올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배달의민족 결제 수수료 포기한 배경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바로 결제 수수료 0% 계획을 말하고 있다. 회사 매출의 바로 결제 수수료 비중은 30%. 광고비로 인한 매출 비중은 50% 이상이다. 배달의민족은 외부결제 수수료도 3.5%에서 3.0% 낮출 예정이다.

기존 배달의민족 가맹점들이 회사에 낸 바로 결제 수수료는 5.5~9.0%였다. 경쟁사인 요기요는 광고비를 받지 않는 대신 12.5%로 단일 수수료를 받고 있다.

여기에 외부결제 수수료 3.5%가 추가되고, 부가세까지 별도 청구되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소상공인 중 일부는 수수료를 ‘마케팅 비용’이 아닌 ‘추가 지출’로 여기고 있다. 앱 상단에 업소명을 노출시키거나, 배달 지역을 타 지역까지 늘리고자 할 경우 광고비를 집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적정선의 수수료를 받아야 하지만, 지출비를 아껴야 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언론에서 배달앱 수수료가 과중하다는 업주들의 목소리가 보도되기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국회에서도 배달 앱 업체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불만을 품은 일부 가맹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또 정부까지 나서서 규제의 칼을 빼들려 하자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제로를 선제적으로 외친 셈이다. 수수료에 대한 가맹점들의 불만을 없애고, 정부의 규제를 비껴가기 위한 묘수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다음카카오 등 인터넷 대기업의 배달시장 진출에 앞서 우아한형제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무수수료 정책은 자연스럽게 ‘가맹점 및 이용자 확대’, 그리고 ‘정부 규제 리스크 탈피’라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콜택시 시장을 평정한 다음카카오가 배달 앱 O2O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배달의민족이 계속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도 커 보인다.

■줄어든 매출, 보전할 복안은?

왼쪽부터 우아한형제들 박일한 이사, 김봉진 대표, 배민 프레시(구 덤앤더머스) 조성우 대표, 이진호 부사장.

앞으로 우아한형제들이 풀어야 할 과제는 30% 가깝게 줄어든 매출을 어떻게 만회하는가 이다.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등 굵직한 투자사들도 회사 매출 하락을 무작정 감내하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간담회서 제시한 복안은 몇 가지가 된다.

김봉진 대표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광고 상품이 보다 다양화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광고 상품은 ‘울트라콜’(5만원), ‘파워콜’(3만원)이라 해서 앱 상단에 업소명이 위치하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새로운 광고 상품으로 푸시 알림이나 재주문 등을 요구하는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가 검토되고 있어 조만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5월 인수한 신선식품 정기배달 서비스 ‘배민 프레시’(구 덤앤더머스)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배민 프레시가 갖고 있는 28대의 냉장 트럭 등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반찬, 빵, 과일, 야채, 이유식 등 식료품을 서울 지역 곳곳에 배달한다는 계획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고, 개인 가구들이 늘면서 집에서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신선 음식 배달 수요 역시 커질 것으로 전망돼, 이 시장을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외식 배달 서비스인 ‘배민 라이더스’도 추후 회사의 추가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현재는 송파 위주의 지역에 하루 최대 200건에 달하는 주문량만 접수되고 있지만 8월부터 강남에 진출하고, 연내에 3~4개 지역까지 배달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배달의민족의 외식 전문 배달 서비스 '배민 라이더스'.

끝으로 회사는 레시피를 이용해 반조리 음식을 집에서 간단히 가족과 해 먹을 수 있는 ‘배민쿡’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맛집 추천을 제외한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내놓겠다는 것이 우아한형제들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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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볼 때, 우아한형제들은 중국 알리바바가 C2C 이커머스 ‘타오바오’를 출시할 당시 이베이에 정면으로 맞서 무수수료 정책을 펼친 것과 같은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가 타오바오의 성공을 기반으로 이베이를 중국에서 몰아내고 티몰, 알리페이, 샤오웨이 금융서비스그룹 및 차이냐오그룹을 탄생시킨 것 처럼 배달의민족도 국내에서 ‘국민 서비스’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봉진 대표는 “로켓배송 등 자체 배송으로 쿠팡의 영업이익이 안 좋았다고 하지만, 그 만큼 고객의 만족도는 높아졌다”며 “아마존도 영업이익을 0%로 맞추면서도 사용자에게 더 좋은 만족감을 준 것 처럼 배달의민족도 당장의 매출 보다는 고객에 집중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