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재생에너지 평가 낙제점...진실은?

다음 “데이터센터 없어” vs 그린피스 “투명성과 정책 본 것”

인터넷입력 :2015/06/05 11:43    수정: 2015/06/05 18:03

세계환경의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세계 환경 보존 기구인 그린피스가 주요 IT 기업 IDC의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를 발표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맞서 국내 IT기업들이 깨끗한 에너지 사용 정책을 갖고 있는지, 또 이와 관련한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였다.

결과적으로 총 7개 평가 대상 기업에서 국내 대표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는 'A'라는 합격점을 받았고, 반대로 다음카카오는 ‘F’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이하 사진 및 도표 제공=그린피스

발표 날 네이버는 보도문을 통해 그린피스 재생가능에너지 평가서를 공유하며 A 평가 사실을 알렸고, 다음카카오는 해명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의 평가가 이처럼 극과 극으로 극명하게 엇갈린 배경은 무엇일까.

■어떻게 조사하고 채점했나?

그린피스의 자료 수집 과정은 각 기업에 보고서 작성 사실을 알리고 직접면담, 유선, 이메일 등의 방식으로 답변을 요구했다.

질문지에는 ▲데이터센터 위치 ▲전산실 규모 ▲서버 수 ▲전력효율지수 ▲재생에너지비율 ▲이산화탄소배출량 등이 게재됐다. 이를 바탕으로 그린피스는 재생에너지 정책과 정보 공개 투명성에 대한 두 가지 항목을 A부터 F까지 채점했다.

조사 대상 기업 명단에는 네이버·KT·LG유플러스·LG CNS·SK C&C·삼성 SDS·다음카카오 등 총 7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다음카카오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으며, 다음카카오는 3개 이상의 외부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린피스 보고서 '당신의 인터넷은 깨끗한가요?' 중 국내 대표 IT 기업들의 환경 성적표.

그린피스 평가 결과 네이버는 투명성과 재생에너지 정책 모두에서 A를 받았고, SK C&C는 각각 B와 D로 평가됐다. LG CNS의 경우는 투명성에서 C를,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D를 받았다. 반면 나머지 LG유플러스·삼성SDS·다음카카오는 두 항목 모두에서 F를 기록했다.

F를 받은 기업들이 낙제점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정보 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고민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네이버가 A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린피스의 조사에 적극 응했고, 국내 IT기업 최초로 재생가능에너지 100% 사용을 흔쾌히 약속한 이유가 크다. 전력효율지수 역시 1.09(1에 가까울수록 전력 손실이 적음)를 기록, 글로벌 기준 최고 등급을 자랑했다.

■다음카카오는 왜 자료공개 거부했나?

그린피스와 다음카카오 측 확인 결과, 다음카카오는 대외협력 부서에서 그린피스에 대응했다. 이번 에너지 사용 환경 평가 보고서의 취지와 내용을 전달받은 다음카카오는 데이터센터를 자체 운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소 2번 이상 그린피스의 설문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카카오는 해명 자료에서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2015 한국 IT 기업 재생가능에너지 성적표'와 관련해 다음카카오가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다음카카오는 현재 데이터센터를 직접 보유하거나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전문 업체로부터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런 이유로 “보고서에 함께 비교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재생 에너지 사용 실적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내용을 그린피스에게도 친절히 알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린피스의 얘기는 또 다르다. 데이터센터 자체 보유 여부가 이번 조사에 크게 상관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해당 기업이 기후변화를 예방할 수 있는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또 이를 위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를 보고자 했다는 것.

해외에서 기업들이 전력회사를 압박해 재생가능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었던 사례, 그리고 의회를 압박해 관련법까지 바꾼 사례 등을 들었다. 특히 요구한 자료들은 해당 데이터센터에 요구하면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 자료라는 것이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그린피스 측은 “데이터센터 입장에서 다음카카오는 고객이다. 고객이 요구하면 데이터센터로부터 이들이 사용하는 재생에너지비율이라든지 이산화탄소배출량과 같은 정보를 받아낼 수 있다”면서 “이번 조사의 핵심은 국내 IT기업들이 나는 에너지효율이 높은 곳을 선택하겠다는 철학과 고민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이런 변화를 시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고 역설했다.

반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KT 등의 데이터센터를 이용 중이지만 이들에게 정보를 요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국내 환경”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에게 행한 잣대로 상황이 다른 국내 기업들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있었다면 당연히 그린피스가 말하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이라면서 “혹시 이런 고민과 대책이 있었는지 내부적으로 조금 더 알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린피스가 친환경에너지 평가한 이유

그렇다면 그린피스가 한국 IT기업에 재생가능에너지 성적을 매기며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권장하는 이유는 뭘까. 현재 국내 대부분의 IT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직접 운영 및 임대 사용 방식으로 막대한 정보들을 저장해 사용하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사진, 동영상과 같은 고용량 정보들이 보관되는 데이터센터가 더 커지고, 전력 사용량 또한 폭증하는 추세다. 2013년 44엑사바이트였던 데이터 사용량은 2017년이 되면 121엑사바이트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작년 25억 명이던 인터넷 접속 인구는 2019년이 되면 57억 명으로 늘어나고, 2013년 22억 명이던 모바일 인터넷 가입자 수 역시 2020년이 되면 59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경우 연평균 45%씩 성장해 지난 2013년 기준 26억kWh의 전력을 소모했는데 이는 한 달 간 약 1천2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 중 절반은 서버 열기를 식히는 데 사용되고 있는데, 세계 ICT협회인 글로벌 전자 지속 가능성 이니셔티브(GeSI)는 앞으로도 ICT분야 전력소비량이 꾸준히 늘어나 2020년이면 약 60% 증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그린피스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촉구하게 됐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화석,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하는 데이터센터 전력을 풍력 조력 태양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 나가자는 것. 이에 소프트뱅크·페이스북·애플·이베이·구글·아마존 등이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했다.

애플은 중국 내 애플 공장 100%를 재생에너지로 운영할 것을 선언했고, 듀크에너지는 구글페이스북애플의 압력으로 주요 고객층에게 100%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을 약속했다. 구글 역시 대만 데이터센터를 전부 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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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린피스에 따르면 국내 IT기업들은 재생가능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다. 겉으로만 혁신과 친환경을 외쳤다는 주장이다. 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이 가장 높았던 SK C&C조차 불과 1%(태양광)였으며 KT가 0.44%, 네이버가 0.006%에 그쳤다.

“친환경 브랜드의 중요성은 모두 한 목소리를 냈으나, 실천은 오직 네이버뿐이었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그린피스의 하소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