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판매점 ‘죽고’ 이통 대리점 ‘살고’

최성준 위원장 강변 테크노마트 현장방문에 상인들 ‘볼멘소리’

일반입력 :2015/04/19 17:50    수정: 2015/04/20 11:24

“34요금제 가입자에게는 폰 케이스 하나만 줘도 유통점은 범법자가 된다. 단말기유통법으로 중소상인들을 범법자로 만들지 말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단말기유통법 시행 6개월을 맞아 강변 테크노마트의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의 상인들을 찾았지만 이처럼 볼멘소리만 터져 나왔다.

특히, 상인들은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이통사들이 패널티 등의 방법으로 영세 유통점들을 고사시키고, 이를 이통사 대리점이나 자회사로 대체하는 방법을 쓰면서 유통망 장악에 나서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불만을 제기했다. A판매점 사장은 “중고폰을 팔면 2~3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데 소비자가 6개월 내 해지하면 20만원을, 새 휴대폰은 127일 이내에 해지하면 35만원의 패널티를 이통사에 물어야 한다”며 “이통사들이 중소 유통점을 패널티로 고사시키고 직영점에게는 리베이트를 강화하면서 유통망을 장악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행태는 이통3사가 똑같고 최근 이런 식으로 직영점이나 자회사의 판매 비중을 40%까지 확대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패널티를 감당하려면 막노동을 하거나 중고 단말이라도 많이 파는 방법밖에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휴대폰과 담배만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

아울러, 상인들은 단말기유통법이 소비자가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원천 차단했고, 상인들은 싸게 팔고 싶어도 공시된 지원금 내에서만 팔아야 하는 자율성을 침해당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최 위원장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전에는 지원금 가이드라인이 27만원이었지만 지금은 상한선이 33만으로 올랐고 유통망 지원금까지 하면 37만9천원까지 쓸 수 있지 않느냐”며 “낮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이에, 판매점의 B사장은 “단말기유통법이 소비자도 판매인도 불편하게만 만들었다. 전국 어디에 가도 똑같은 가격에 판매된다면 누가 용산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까지 나와 단말을 구매하겠느냐”며 “법이 폐지 안 된다면 전자상가 등에서 파는 곳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매리트를 줄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C사장은 “대한민국에 똑같은 가격에 팔라고 공시하고 통제하는 물품은 담배밖에 없다. 싸게 사는 것과 싸게 파는 것이 불법이냐”며 최 위원장에게 되물으면서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사는 시기나 파는 딜러에 따라 20%씩 가격차이가 나는데 발품을 팔고 노력해도 휴대폰은 같은 가격에 살 수밖에 없는데 누가 용산전자상가나 테크노마트 같은 곳에 나오겠냐. 공시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최 위원장은 “지원금에 차별을 두는 것은 노력해서 얻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더 받은 소비자의 몫이 덜 받은 사람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 최 위원장 “단말기 지원금 올랐는데”

최 위원장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들이 지원금을 상향 조정하거나 번호이동과 기기변경의 수수료 차등을 줄였다면서 법이 시행된 지 6개월 동안의 변화를 물었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또 지원금 대신 받는 요금할인율을 20%로 조정한 것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D사장은 “15년을 장사했는데도 대처하기 어렵고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면서 “소비자들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사정을 잘 모르고 있고 고가요금제에 가입해도 지원금이 적다고만 한다”고 말했다.여전히 소비자들은 ‘보조금 대란(大亂)’에 대한 기대심리나 최근 얼어붙은 경기로 인해 새 휴대폰이 출시 되도 구매에 쉽게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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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전에 출시된) 갤럭시S5의 경우 사전예약을 15대 받았는데 갤럭시S6는 3대에 그쳤다”며 “여전히 소비자들은 언제 싸게 살 수 있느냐만 물어보고 있고 단말기유통법 이전 때보다 1/5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E사장은 최근 지원금 대신 받는 요금할인율이 12%에서 20%로 상향조정한 데 대해 “소비자들은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이에 대해 묻는 소비자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