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생산 5위, 무인차 센서기술 '황무지'

자동차-IT 융합 핵심 고리인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 시급

일반입력 :2015/04/01 08:15    수정: 2015/04/01 08:39

송주영 기자

국내 자동차 분야는 생산 기준 세계 5위권이다. 스마트폰, TV, 반도체, 세탁기 등 IT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자동차와 IT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인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은 고작 3%에 머물고 있다. 융합시대를 맞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1일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 김병철 교수는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2015년 ISO26262 차량용 반도체 세미나’에서 “자동차는 5년 전 기계 중심에서 전기, 전자로 바뀌었다”며 “차량용 반도체 기술은 대부분 일본, 미국 업체가 갖고 있고 우리나라는 기술확보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업체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적표가 초라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 세계 시장 점유율 35%, 반도체 시장 전 세계 점유율은 15%에 이른다.

한국은 IT, 자동차 쪽에서 강국으로 꼽힌다. IT, 자동차의 융합이 한국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전자와 자동차가 융합되는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핵심 기반이 될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서는 취약하다.

3%에 불과한 차량용 반도체마저도 대부분은 자동차의 핵심 전장 영역이 아닌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 비 핵심분야에 탑재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인피니언, NXP, 르네사스 등 유럽, 일본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에서는 메모리만 강하다. 차량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한국산이 52%로 전 세계 1위다. 반면 센서는 제로(0%)다.

김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한때 고전을 했다”며 “자동차용은 우리의 돌파구이고 20년만 투자하면 충분히 세계를 점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반을 닦는 것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의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은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자동차업계는 IT를, IT업계는 자동차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CES에서는 벤츠가 무인자동차를 선보였고 BMW도 IT를 활용한 자동차와의 통신을 시연했다. 지난 2012년부터 자동차 업계는 전자전인 CES에 참가하며 첨단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IT업계도 융합기술의 향연장으로 변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09년부터 무인자동차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크리스 엄슨 구글 무인자동차 총괄책임자는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TED2015에서 5년 이내에 무인자동차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비전을 밝혔다. 엄슨은 “현재 11살인 아들이 운전면허증을 따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은 만 16세면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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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자동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애플은 유럽, 미국 등에서 자동차 관련 기술진 채용 확대를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전기차 관련 기술진만 200여명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에서도 인력을 영입하고 있어 애플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현대오트론을 설립하고 LG전자는 VC(자동차 부품)사업부를 만드는 등 자동차는 전자분야를, 전자업계는 자동차부품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이제 시장에 뛰어드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