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빗(CeBIT)2015 폐막…유럽-아시아 손 잡다

올해는 중국이 화두, 한국은 내년 동반국가 제안 받아

일반입력 :2015/03/20 06:00

이재운 기자

<하노버(독일)=이재운 기자>하노버는 독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 중 하나다. 독일 니더작센주의 주도인 하노버 인근에는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을 비롯해 음향기기 업체 젠하이저, 펠리칸 만년필 등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의 유명세를 떨친 많은 제품이 탄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하노버를 대표하는 행사가 바로 세빗(CeBIT) 전시회다. 기존 하노버 박람회(Messe)가 커지면서 독립한 세빗은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이나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점차 주도권을 내줬고, 2009년 삼성전자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이후 기업간 거래(B2B)를 중심으로 전시회를 특화, 재편시키며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열린 세빗2015는 ’디지털화 되어가는 경제’인 ‘d!conomy’를 주제로 동반 국가로 선정한 중국 등 아시아와의 협력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중국의 자신감, 유럽의 뒤늦은 자기 반성

개막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카이 중국 부총리 등 주요 정치인이 참석해 양국간 협력 강화를 외친 가운데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14년 전 중국에서 만든 물건을 유럽에 판매하기 위해 작은 부스를 마련했지만 너무 작아 찾기도 어려웠다며 “그러나 이제는 유럽에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며 뒤바뀐 글로벌 시장 환경을 강조, 떠 오르는 중국의 자존심을 나타냈다.

공식 개막일에 열린 ‘중-독 ICT 서밋’에서 독일의 대표적인 IT서비스 업체인 T시스템즈의 페리 아볼하산 최고경영자(CEO)는 과거에는 독일의 IT서비스 업체가 시장을 지배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며 탄식한 반면, 리우지렌 노이소프트 CEO와 레이쥔 샤오미 CEO 등 중국 측 인사들은 독일과의 사업 협력 모색과 함께 미래의 청사진을 자신있게 제시하며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유럽은 그 동안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환경에서 쌓아 온 자산을 통해 중국 등 아시아와의 협력을 결합, 재도약을 노리겠다는 미래 전략을 내비쳤다. 베르나르드 샤를리 다쏘시스템즈 최고경영자(CEO)는 클릭 5번만에 원하는 것을 만드는 3D프린팅 오픈소스 솔루션을 선보였고, 독일 콘티넨탈은 IBM과 손잡고 클라우드 기반의 종합 차량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트럭 제품 위주로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명의 변화, 유럽의 고민…미래 모색

화웨이가 메인 전시관인 2번 홀 중앙에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많은 관람객을 끌어 모은 가운데 중국관(Chian Pavilion)에는 60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등 동반 국가로서 중국은 ‘대륙의 위용’을 과시했다. 다만 단순 제조업 위주의 구성으로 아쉬움을 남기면서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인터넷 플러스’ 프로그램을 통한 모바일·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유럽은 독일의 ‘제조업4.0’을 중심으로 앞선 기술력과 창의성 등을 앞세웠지만 과거의 영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글로벌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공유경제의 등장으로 인해 이익을 남기지 않는 ‘제로 마진(Zero Margin)’이 나타나고 있다”며 “독일 등 유럽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 前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을 화상으로 연결해 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마련되는 등 ‘디지털화(Digitalization)’에 따른 각종 우려에 대한 이야기도 논의됐다. 이 밖에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혁신'이라는 주제 하에 기술의 발전이 모든 이들에게 공유돼야 한다는 주제의 논의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행사기간을 앞두고 영국이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참여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세빗이 열리는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AIIB 참여를 공식화했다. 바야흐로 중국이 세빗을 계기로 세계 경제 질서의 주도권을 노리는 상황이 전개된 가운데, 문명의 변화와 이에 따른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는 자리였다.

■내년 동반국가 제안 받은 한국,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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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전자를 비롯한 60개 이상의 한국 기업들은 유럽 판로 개척을 위해 부스를 열고 활발한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인사들도 부스를 방문해 한국 업체는 물론 주요 해외 업체 부스를 둘러 보고 주관사 측과도 만남을 가졌다. 한국은 내년에 열릴 세빗2016의 동반국가 제안을 받은 상태다.

윤현철 코트라(KOTRA) 함부르크 무역관 부관장은 “우리 정부도 여러 요소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홍보 효과도 분명 있지만 여러 제반사항을 고려해 (미래부 등 중앙 부처 주관으로) 투자 대비 효율성을 정밀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