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저작권 침해범을 어떻게 찾아낼까?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포렌식팀 활동 이야기

일반입력 :2014/07/22 17:19    수정: 2014/07/22 17:21

손경호 기자

명품 브랜드, 인기 가전제품에는 기꺼이 수십, 수백만원을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데 정작 이보다 훨씬 적은 돈을 지불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배 아파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콘텐츠다. 인기 드라마는 물론 최신 영화, 신곡 앨범, 게임, 만화책 스캔본까지 수많은 저작물들이 공짜로 유포돼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료 콘텐츠 비용 지불을 꺼리는 사람들은 과거에는 웹하드, 유튜브 등으로 몰렸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쪽 분야에 대한 저작권 단속이 집중되자 최근에는 사용자들이 토렌트라는 P2P 방식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토렌트는 한 개의 파일을 잘게 조각내 여러 사용자들이 나눠서 다운로드 받도록 한 뒤 이를 하나로 합쳐서 원본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P2P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어떻게 유료 콘텐츠를 불법으로 올렸는지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다. 기존 웹하드에서는 게시판에 올린 파일 이름만으로도 불법 여부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토렌트에 사용된 P2P 방식으로 공유되는 파일은 기술적으로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포렌식팀이다. 이 팀은 토렌트를 포함해 국내 웹사이트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유료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아직 7명에 불과하지만 저작권 보호 분야 최일선에 서 있는 분석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토렌트 저작권 침해 수사 어떻게?

2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포렌식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만난 방효근 과장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분석가들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해 들을 수 있다. 저작권 침해 조사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구현되고 있었다.

방 과장에 따르면 감정포렌식팀은 3년 전부터 경찰, 검찰이 진행하는 저작권 침해 사고 조사에 대한 기술적인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문체부 저작권 보호과에 소속된 저작권 경찰 32명은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5곳에 파견돼 침해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포렌식 분석가들이 현장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 침해가 많이 일어나는 토렌트 정보 공유 사이트를 파악한 뒤 사전에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 실제 운영 사무실은 어딘지, 어떤 이동통신사 회선을 사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사전조사가 진행된다.

검찰에서 해당 운영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 그때부터 분석가들은 저작권 경찰과 함께 현장에 투입된다.

사안이 시급할 때는 전국에서 동시에 서버 등 증거물들을 압수해야하는데 분석가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죠. 가정 내에서 운영자 서버를 돌렸을 경우 운영자가 집에 들어오지 않아 아침부터 새벽 두 세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기죠.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해서 압수물들을 분석하려면 곤욕이죠.

방 과장은 분석 자체보다도 압수수색을 위해 현장에 나갈 때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 뒤부터는 본격적인 분석업무가 시작된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보고서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증거자료로 저작권 경찰에게 보내진 뒤 다시 관할 검찰로 송부된다.

■토렌트 통한 저작권료 피해 하루 최소 2억원

감정포렌식팀은 국내 토렌트 사이트를 통해 얼마나 많은 유료 콘텐츠들이 불법적으로 공유되고 있는지에 대한 현황을 확인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여기에는 공유된 파일명과 함께 원래 파일 중 일부를 공유하고 있는 리처 수, 전체 파일을 갖고 있는 시더 수가 표시된다.

시스템을 통해 분석된 통계를 보면 2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3천644개 토렌트 파일이 유포되고 있었으며, 시더 수는 1만5천962명, 리처 수는 9만8천58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각한 점은 문체가 발간하는 저작권 연차보고서를 기준으로 콘텐츠 가격을 산정했을 때 이날 하루에만 2억1천만원에 달하는 저작권료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방 과장은 이 수치는 최소금액에 불과하며 실제 피해금액은 5배~7배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토렌트를 통한 파일공유현황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일까. 방 과장에 따르면 토렌트 파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메타데이터'를 추출한 뒤 이를 분석해 유료 콘텐츠 불법 유통 경로를 파악한다. 토렌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모니터링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잠재력 큰 디지털포렌식...한국서는 아직

디지털포렌식은 저작권 침해나 기존 수사업무 외에도 금융, 보험, 보안, 영업기밀이 중요한 곳들에게까지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보안사고나 침해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디지털 정보에 대한 분석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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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전자,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삼성이 일부 패소판결을 받았던 이유가 디지털 증거를 온전히 보존하지 않아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법원은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이메일, 문서파일 등을 온전하게 보존해 재판에 활용하는 '이디스커버리(전자증거개시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수사과정에서만 활용될 뿐 디지털포렌식이 가진 잠재적인 가능성에 대해 검증만 하고 있는 단계다. 방 과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전자적으로 저장된 정보(ESI)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며 아직 디지털포렌식 시장에 대한 연구보고서 조차 없는 것이 국내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